유럽 주요 은행들 녹색금융 계획에 '그린워싱' 의혹 제기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영국 최대 금융그룹인 HSBC의 녹색금융 계획에 대해 주주들의 압박이 거세 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 단체 셰어액션(Share Action)을 중심으로한 주주연합은 HSBC가 향후 몇 년 간 지속가능 금융에 최대 1조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의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HSBC가 녹색금융 계획과 관련된 세부내역을 명확하게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셰어액션은 3일(현지시간) 5월 중 개최 예정인 HSBC 정기총회에서 은행이 녹색 자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HSBC에게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목표 설정도 요구하고 있다. 

셰어액션이 대표로 있는 주주연합은 운용 자산 규모가 8920억달러(약 1216만원)에 달한다. 에토스 재단(Ethos Foundation), 앱워스 투자(Epworth Investment Management), 로열 런던 자산운용(Royal London Asset Management), 액시엄 투자(Axiom Alternative Investments), 라프란시스에셋(La Francaise Asset Management), 영국 예수회 (Jesuits in Britain) 및 포크샘 연금 (Folksam) 등이 연합에 포함돼 있다.

셰어액션의 은행 프로그램 담당자 제니 마틴(Jeanne Martin)은 “HSBC는 2030년까지 지속 가능한 금융에 최소 7500억달러(약 1023조원)에서 최대 1조달러(약 1364조원)를 지출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투자자들은 은행이 이 자금을 정확히 어떻게 지출할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이러한 형태의 목표는 은행이 친환경 금융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인상을 남기지만, 실제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어디에 투자를 하고 있는지는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그린워싱’ 소지를 지적하며 “HSBC의 현재 목표는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한 상태”라고 밝혔다. 

HSBC 대변인은 “정기총회에서 모든 질문에 성실히 응할 것이며, 기후 전략과 관련된 여러 주제에 대한 셰어액션의 움직임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또한 “HSBC는 2020년에 2030년까지 7500억~1조달러를 지속가능한 금융으로 조달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으며, 연례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성, 친환경 등 여러 측면에 걸쳐 분석과 진행 상황을 보고해왔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HSBC의 녹색 금융 및 지속가능성 관련 노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에는 셰어액션이 협력한 15개 기관투자자 그룹이 177명의 개인주주들과 함께 HSBC에 화석 연료를 줄이기 위한 목표 설정을 촉구한 적 있다. HSBC는 이후 일명 “석탄 금융”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으며, 2022년에는 새로운 석유 및 가스 매장지 개발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셰어액션, "유럽 20대 은행 모두 그린워싱 소지 있어"

셰어액션은 지난해 11월 HSBC를 포함한 유럽은행들의 녹색 금융 및 공시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20대 은행들은 녹색금융에 힘쓰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명확도와 투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0개 은행 모두가 그린워싱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유럽의 20대 은행 모두 녹색 금융 목표를 설정하였으나, 바클레이즈(Barclays), 비엔피 파리바(BNP Paribas), ING 은행, 인테사 상파울로(Intesa Sanpaolo) 등 4개 은행만이 어떠한 방식으로 녹색 금융을 이행했는지 명확한 정보를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크레디 아그리콜(Crédit Agricole)이나 도이체 방크(Deutsche Bank) 등 많은 은행들이 천연 가스 개발 혹은 특정 형태의 발전용 바이오매스와 같은 탄소 집약적 에너지 생산 활동을 그린 금융 계획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HSBC를 비롯한 대형 은행들에 대한 녹색 전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 보고서는 넷제로 전환에 2021년부터 2050년까지 약 275조 달러(약 37경5100조원)의 자본, 전 세계 GDP의 약 7.5%가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