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DE&I의 적...상사가 특권의식을 가진 자라면?

특권의식은 ESG 내재화의 장벽으로 허물어야 상사 위의 상사에게 전달해 DE&I 문화 제언 직언하거나 자존감 건드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2024-05-11     ESG경제
조직내 특권의식은 신뢰와 협동의 거버넌스 형성의 방해 요소다.  이미지=CSES 제공

우리 사회에서 신분 상승은 점점 강 건너 불구경이 되고 있다. 사회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상대적 박탈감은 점점 커진다. 가진 자의 오만은 하늘을 찌르고, 기득권자의 편견은 땅을 울린다. 도덕과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도 뒤로는 제 잇속 챙기기 일쑤다.

재벌 총수 아들이 회사 재산을 사유물로 여기고, 임직원들을 부속품처럼 대한다. 누구나 아는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핑계 삼아, 국민의 돈으로 단체여행을 즐긴다. 이 모두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루는 커다란 코끼리가 개울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나무다리가 무게를 못 이겨 부서졌다. 동승한 모기가 코끼리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나와 너의 무게로, 다리가 무너졌다.” 내가 주임교수인데, 내가 부장판사인데, 내가 경찰국장인데… 그들은 자기 교만(Self-importance)에 빠져 산다.

특권의식은 일종의 왕자병, 공주병이다. 세 가지 특징이 있다. ①나르시시즘,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만 사랑한다. 주위 관심과 사랑을 독점하려 한다. 항상 특별대우를 원한다. ②공감 결여,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타인의 권리나 사정을 무시한다. ③무한 착취, 목적 달성을 위해 타인을 이용한다. 성공 욕구로 가득 차 있다. 성취와 능력을 과장한다.

특권의식의 덫에 빠진 사람이 있다. 어려서 마음대로 자유롭게 자란 경우다. 열등감을 감추려고 잘난 척하며 큰 경우다. 고집을 부리거나 떼를 쓰면 원하는 것을 얻었다. 부모는 성공에만 관심 있고, 예의·배려·이해에 대해 가르치지 않았다.  

이들은 나이 들어 충분한 인정을 못 받고 주위 비판이 커지면서 성격이 까칠해진다. 친구가 없이 혼자되기 쉽고, 알코올·성(性)·마약 등 중독에 빠지기 쉽다. 보통 외동인 경우가 많고, 재벌 자녀, 연예인, 예술가, 교수, 의사 등 전문직이 많다.

특권의식은 선민사상이자 권위주

특권의식은 선민사상과 통한다. 선민사상이란 자기만이 우월하고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사상이다. 특권의식은 권위 의식과 다르지 않다. 사회·정치·경제적으로 특별한 권리를 누리고자 한다. 권위를 앞세워서 복종과 신뢰를 강요한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부유한 전문직, 관리직 엘리트를 중심으로 특권 중산층이 형성되었다. 이들은 경제 자본 외에 사회문화 자본도 독점하고 있다. 무한경쟁과 능력주의를 통해 특권을 공고화한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를 향한 분노를 자극한다. 사회적 신뢰에 금이 간다. 경제 양극화는 정치 양극화로 이어진다. 사회 불평등은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방해한다.

특권의식은 ESG 내재화의 적이다. 회사에서 내 상사가 특권의식을 가진 자라면 어찌할까? 그가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가 조직의 우두머리라면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다. 좌지우지할 권한이 있다는데 달리 방법이 없다.

특권의식의 조직내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Diversity, Equity, Inclusion ; DE&I)을 파괴한다. 신뢰와 협동의 조직문화가 형성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특권의식 상사에 대한 탁월한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상사 위의 상사, 즉 최고경영진에게 이런 상황을 어떤 방법으로든 알려야한다. 사내 블라인드 게시판을 활용하거나 노동조합을 찾아 상담해 보자. 인사담당 임원 등 경영진을 만나 애로 사항을 전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다만 상사를 비난하는 방식은 피하고, 예의와 격식을 갖춰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팩트와 사례에 근거하여 설해야 한다. 

또 하나, 상사의 자존감을 직접 건드리면 안 된다. 문제 있는 상사는  스스로 최고라고 자부한다. 안하무인이다.말 한마디에 발끈하고, 무심한 행동에 화를 낼 수 있다. 한마디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일 수 있다. 그의 앞에선 합리적이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어쩌면 훌륭한 상담자가 되어 스스로 조금씩 깨우치도록 해야 한다. 

적당한 아부도 필요하다. 아부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아부는 전략적인 칭찬이다. 특별한 목적을 성취하는 수단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예스’하면 안 된다.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상사 면전에서의 직언은 조심해야 한다. 직언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위험할 수 있다. 그래도 한배를 탄 입장이니 어느 정도, 옳고 그름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직언은 최소 세 번은 생각한 후 하는 것이 좋다. “말을 더디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라.”

[이후경 ESG경제신문 칼럼니스트]

                              이후경=ESG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