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소기업 탄소중립 촉진법 제정...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 포함

22대 국회 개원하면 관련 법안 보완해 상정할 계획 기존 법안에선 중기부 장관이 온실가스 감축 인증서 발급 중기부, 해외 가이드라인 참고해 신뢰성 문제 해소 노력

2024-05-23     이신형 기자

 

세종특별시에 위치한 중소벤처기업부 현판.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22대 국회에서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 방안이 포함된 중소기업 탄소중립 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동일 법안이 지난해 10월 발의됐으나,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자동폐기될 예정이다.

박승록 중기부 디지털 혁신과장과장은 23일 ESG경제에 “자발적 탄소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중소기업 탄소 감축을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업과 비영리기관 등이 산림보존 사업이나 저탄소 연료로의 전환 등 자발적인 탄소감축 사업을 이행하고, 제3의 민간 기관으로부터 탄소 감축 실적을 인증받아 획득한 ‘탄소상쇄 크레딧’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현재 국내에 개설된 탄소배출권 시장은 규제적 탄소시장(ETS)이다. 정부가 기업에 탄소 배출량을 할당하고, 할당량을 초과해 탄소를 배출한 기업과 할당량보다 적게 탄소를 배출한 기업이 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규제적 탄소시장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만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해외 공급망에 속해 있으나 ETS에 참여할 수 없는 중소‧중견기업에 자발적 탄소시장은 특히 중요하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탄소 크레딧을 매입해 원청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요구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법안, 중기부 장관이 감축활동 검증기관 지정하고 감축 인증서도 발행

22대 국회에 제출될 법안이 의원입법이 될지 정부입법이 될지는 아직 미정이다. 중기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입법으로 추진될 경우 한 의원 등이 제출한 법안을 참고할 전망이다.

한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은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량 산정을 위한 측정과 보고, 검증, 인증, 거래, 활용을 위한 법적 기반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계획이나 감축 실적 등을 등록할 탄소등록부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법안은 중기부 장관이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촉진계획 수립과 온실가스 감축 활동 등과 관련된 사항을 심의, 의결할 ‘중소기업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촉진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전담기관도 지정하도록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량을 산정하고 검증하는 검증기관도 중기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전담기관의 장은 검증기관이 작성한 탄소감축 활동에 대한 검증보고서를 검토한 후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중소기업탄소중립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중기부 장관에 보고해야 한다.

장관은 보고를 받은 후 시장에서 거래하거나 탄소 상쇄에 사용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량 인증서’를 발급한다. 인증서는 이산화탄소톤으로 환산한 단위로 거래된다. 인증서를 거래하려는 기업은 거래 계정을 개설하고 감축량을 등록해야 한다.

법안은 중기부장관은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지정하거나 설치, 운영할 수 있고 중기부가 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출연하거나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의 자발적 탄소시장은 한 의원 등이 제출한 법안이 제시하는 시장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정부의 개입이 없는 시장이고 베라나 골드 스탠다드 등 민간 기관이 감축 실적을 인증하고 실적에 따라 탄소 크레딧을 발급한다.

해외 가이드라인 참고해 신뢰성 문제 해소 노력

중기부 박 과장은 은 “아직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다만 “자발적 탄소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인 투명성과 신뢰 문제 해소를 위해 해외에서 나오는 가이드라인 등을 참고해 우리에게 맞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1월 이후 탄소크레딧 가격이 폭락하는 등 자발적 탄소시장의 신뢰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려는 기업은 그린워싱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자 자발적 탄소시장의 탄소 크레딧 발급과 사용에 관한 표준을 만들고 있는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oluntary Carbon Markets Integrity Initiative, VCMI)가 지난해 12월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해 탄소 상쇄 크레딧을 발급 받으려는 기업의 탄소 감축 활동과 탄소 크레딧 발행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가이던스를 공개했다.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도 지난해 12월 자발적 탄소시장의 무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21개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21년에는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감독과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위원회(ICVCM)가 10가지 원칙으로 이루어진 핵심탄소원칙(CCP)을 제시했다.

박 과장은 한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과 같이 탄소 감축 활동에 대한 인증서를 중기부 장관이 발행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으로서는 거기까지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넥스트의 이제훈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자발적 탄소시장 개설에 적극 나설 경우 “시장이 빠른 시간 내에 자리를 잡고 탄소 감축 활동과 크레딧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민간의 활동을 구축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