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앞둔 EU 공급망 실사법...대응은 어떻게?

그린비즈, 조직 내 환경과 인권팀 칸막이 없애야 기업이 아닌 지역 사회 중심에 두고 위험 평가 문제 발생해도 공급망 유지하는 자세 필요

2024-05-30     이신형 기자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본사 앞 유럽연합(EU)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연합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유럽연합(EU) 공급망 실사법(CSDDD)의 입법 절차가 마무리돼 발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법은 EU 시장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자사 공급망 내 협력업체들의 기업 활동이 인권과 환경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사해 그 영향을 해소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다.

EU 역내기업의 경우 ▲종업원 수가 5000명을 초과하고 글로벌 순매출액이 15억 유로를 초과하는 기업은 법의 공식 발효 3년 이후부터, ▲종업원 수 3000명 초과, 순매출액 9억유로 초과 기업은 4년 이후 ▲종업원 수 1000명 초과 및 4억5000만유로 초과 기업은 5년 이후부터 이 법이 적용된다.

역외기업은 직원 수 기준 없이 매출액을 기준으로 적용 기업이 결정된다. EU내 매출이 4억5000만유로(약 6668억원)를 초과하는 한국 등 외국 기업도 법 발효 5년 후 실사 의무 대상에 포함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법이 발효된 후 2년 안에 국내법을 제정해야 한다. 따라서 해당 기업은 2027~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공급망 실사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ESG 전문지 그린비즈는 28일 “공급망 실사법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5가지 사항을 제시했다

인권과 환경의 칸막이 허물어야

우선 조직내 인권과 환경팀의 칸막이를 허물어야 한다. 대다수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인권과 환경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과 과정을 분리하는데, 공급망 실사법을 제대로 준수하려면 두 팀이 보다 긴밀하게 협력하고 통합된 위험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BSR의 팔로마 뮤노즈 인권기준 담당 이사는 ”인권과 환경의 상호 연관성을 인식하고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인권 침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과 환경의 칸막이를 허문 결과물의 하나로 탈탄소 전환 계획에 인권에 대한 고려를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이 아닌 지역 사회를 중심에 두고 위험 평가

기업이 사회와 환경적 위험을 평가할 때 기업을 중심에 두고 어떤 위험이 가장 중대한지 평가하는 것이 기본적인 관행이다. 하지만 공급망 실사법은 기업에 다른 관점을 요구한다. 어떤 위험이 가장 심각하게 기업이 속한 지역 사회와 환경에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한다.

뮤노즈 이사는 기업이 새로운 형식의 기술적 분석 수단을 개발하는 한편, 위험을 식별하고 해소하기 위해 공급망 내 지역 사회와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SG 공시와 행동의 연계

지난 몇 년간 지속가능성(ESG) 공시 요구가 강해진 가운데, 기업의 지속가능성 팀은 공개해야 할 정보가 많아진 것에 좌절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망 실사법은 정보 공개를 넘어서 기업이 아동 노동이나, 플라스틱 오염, 생물다양성 손실 등을 선제적으로 방지하고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재발을 방지하고 피해 복구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공시와 행동의 연계가 필요하다.) BSR의 다이애나 윌킨슨 지속가능성 컨설턴트는 공급망 실사법은 ”(기업이 환경이나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고 전략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수립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발생해도 공급망 유지

공급망 실사법은 특정 지역의 공급망에서 아동 노동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경우 기업이 해당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하지 말고 피해를 복구하도록 요구한다. 공급망 실사법이 종전의 유사한 규제와 다른 점이다. 공급망 계약 해지가 그 지역의 빈곤률을 높이는 등 지역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솔리다리다드 네트워크(Solidaridad Network) 비에이라는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공급사와의 계약해지가 최후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 준수하지 않으면 엄벌

공급망 실사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전 세계 매출의 5%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유럽 민사 법원이 기업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적절한 실사 조치가 취해졌다면 발생하지 않을 피해를 입은 사람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뮤로즈 이사는 ”법 위반에 따른 민사적 책임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공급망 실사법 적용 대상 기업의 법적 책임에 대해 “적용대상기업에 결과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고 “적용 대상 기업은 공급망에서 확인되는 실제적 또는 잠재적 부정적 영향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고, 부정적 영향에 따른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업이 실사를 통해 부정적인 영향을 해소해야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대상은 원자재 조달에서 제조까지의 공급망을 뜻하는 업스트림 공급망과 운송과 유통 등의 공급망을 뜻하는 다운스트림 공급망에 포함된 협력사다. 태평양은 다만 다운스트림 협력사 중 중 간접적인 협력사와 상품의 폐기를 담당하는 협력사는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태평양은 공급망 실사법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정책과 위험관리 시스템에 실사 항목을 통합하는 등 실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부정적 영향의 확인, 평가 및 우선순위 부여 ▲ 부정적 영향의 방지와 경감, 제거, 최소화, 구제를 위한 적절한 조치 이행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이나 단체, 시민단체 등이 신고에 나설 수 있는 절차 마련 ▲실사조치 효율성 점검 ▲공시 ▲기록 보전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