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공급망실사법 발효시 “한국, 자동차·이차전지·선박·바이오 업종 직접 영향”
KDB산은 보고서...대EU 수출 비중 높은 기업들 직격탄 기업 규모별로 2027~29년부터 순차 적용, 철저히 대비해야 국내 수출기업 19% EU 교역..."수출中企에도 광범위 영향"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유럽연합(EU)의 공급망실사법(CSDDD)이 발효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대EU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이차전지, 선박, 바이오의약품 산업이 이 법의 직접영향권에 놓이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는 지난 3일 발간한 제822호 산은조사월보(이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CSDDD는 지난달 24일 EU 차원의 법적 절차가 마무리돼 발효를 앞두고 있다. 발효 이후 2년 안에 EU회원국들은 이를 가이드라인 삼아 국내법을 제정해야 하는데, 각국 법은 기업규모에 따라 발효 후 3~5년 이후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27년~2029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될 방침이다.
CSDDD는 EU 시장에서 활동하는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들이 자사 공급망 내 환경파괴 및 강제노동 등의 인권침해가 있는지 그 영향을 실사해 그 영향을 해소하도록 의무화하고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한다.
자동차 산업 대EU 수출 비중 15% 넘어
보고서는 EU가 지난해 국내 수출 비중 10.8%를 차지하고, 2022년 기준 국내 수출기업의 19%가 교역하는 주요 경제권이라며 “현지 법인과 생산시설을 보유한 대기업뿐만 아닌 수출 중소기업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별 영향을 두고 국내에서 대EU 수출 비중이 지난해 15.7%로 가장 높은 자동차 산업에 대해 “EU 시장은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본격화되어 지난해 신규 등록 차량 비중에서 전기차가 디젤차를 최초로 역전하는 등 전기차를 중심으로 독일·프랑스로의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생산업체인 현대자동차, 기아, KG모빌리티 등은 매출의 약 25~30%가 유럽 시장에서 발생하며, 유럽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공급망실사의 직접영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국내 이차전지 완제품을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더불어 양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도 매출의 약 35% 이상이 유럽시장에서 발생하고, 유럽 역내 생산 확대에 따라 매출비중이 확대될 것이라 분석했다.
이외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사는 친환경 선박 수요 증대에 따라 신규 수주를 이어가는 등 지속적으로 유럽 지역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바이오의약품 산업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헬스케어, 종근당바이오 등이 지속적인 해외 허가 승인으로 매출의 약 35~60% 이상이 유럽 시장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재정적, 행정적 여력이 부족한 협력기업들이 공급망 실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원청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며, 협력기업들도 "실사 결과가 미흡할 경우 공급망 배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SDDD가 직접 적용되는 국내 기업은 ▲직원수 1000명을 초과하고 글로벌 순매출액 4억5000만유로를 초과하는 EU 역내 현지법인과 ▲EU역내 순매출액 4억5000만유로를 초과하는 국내 대기업이다. 이외 법의 직접 적용을 받는 기업의 활동사슬에 속한 협력기업이 실사 대상에 포함돼 CSDDD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법무법인 태평양에 따르면 활동사슬(chain of activities)이란 CSDDD에 따른 실사 대상 범위로, 운송과 유통 등의 공급망을 뜻하는 다운스트림 공급망 협력사가 포함되나 이 중 간접적인 협력사와 상품의 폐기를 담당하는 협력사는 제외된다. 업스트림 공급망인 원자재 조달에서 제조까지의 공급망은 모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