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560억달러 보너스 패키지 테슬라 주총 통과...구속력 없어

보너스 받으려면 항소해서 1심 판결 뒤집어야...가디언, 추가 소송 여지 시장은 주총결과 환영, 머스크가 테슬라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안도

2024-06-14     이신형 기자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에 대한 560억달러(약 77조원) 규모의 보너스 패키지 지급안이 13일(현지시간) 열린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테슬라의 법적인 본사를 텍사스주로 이전하는 안건도 함께 통과됐다.

가디언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 루이스와 ISS의 반대 투표 권고와 노르웨이 국부펀드,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캘퍼스),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 등의 반대에도 이 안건은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73%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주총 승인만으로 머스크가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머스크와 테슬라 이사회가 항소해 보너스 패키지를 무효화한 1심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 가디언은 새로운 소송이 제기되면서 소송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8년 이사회와 주총의 승인을 거쳐 도입된 이 보너스 패키지는 테슬라가 매출이나 시가총액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머스크에 12차례에 걸쳐 최대 1억1000만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테슬라의 매출과 시가총액이 대폭 늘어났다. 테슬라 시총은 한때 불가능한 목표로 보였던 65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런 성과에 따라 머스크는 560억달러의 천문학적인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다. 머스크가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하면 테슬라 지분의 약 10%에 해당하는 3억주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머스크 이전에 가장 많은 보너스를 받은 CEO는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순드라 피차이 CEO로 2억2500만달러를 받았다. 다음은 브로드콤의 혹 탄 CEO로 1억6100만달러를 받았다. 애플 CEO 팀 쿡은 6300만달러를 받았다. 다른 대기업 CEO와 비교가 어려울 정도의 보너스가 책정된 것이다.

또한 리서치 기관 이퀼라에 따르면 머스크가 2022년 수령한 급여는 2021년 최고 연봉을 받은 임원진 200명의 급여를 합한 것 보다 약 6배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포브스는 머스크의 자산이 현재 1840억 달러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소액주주가 무효 소송 제기해 승소

테슬라 주식을 9주 보유한 소액주주 리처드 토네타는 머스크의 보너스 패키지가 불공정하다며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1월 토네타의 손을 들어줬다.

캐서린 맥코믹 판사는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와 가까운 사람들로 구성되는 등 보너스 패키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머스크에 제공된 보너스는 주주에 대한 보상과 비교할 때 불공정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테슬라 이사회는 법원이 무효화한 보너스 지급 안건을 주주총회에서 표결에 부치기로 했고 일단 주주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테슬라 이사회와 머스크는 보너스 패키지에 대한 델러웨어 법원의 판결을 뒤짚기 위해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주총 결과 환영...법률 전문가 ”구속력 없는 결정"

주총에서 머스크의 보너스 패키지 안건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테슬라 주가는 3% 가까이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보너스 패키지 안건이 부결되면 머스크가 테슬라를 떠나 그가 이끄는 스페이스X 등 다른 기업의 경영에 주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웨드부시 증권(Wedbush Securities)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주가 상승은 머스크가 테슬라를 떠날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투자자들의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주총에서 이 안건이 부결됐으면 ”머스크가 테슬라 CEO가 아닌 다른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을 포함해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칼 브라우어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주가는 (상장 후) 약 1100% 상승했고, 이는 매우 인상적“이라며 ”대다수 CEO는 이런 성과를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주총 결과가 구속력이 없다며 법원이 테슬라 주총 결과를 받아들여 머스크에 대한 보너스 지급을 허용할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로펌 오버마이어 레브만 맥스웰 & 히펠(Obermayer Rebmann Maxwell & Hippel)의 매튜 샤피로 파트너는 ”주총 투표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