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로 확대...배임죄 폐지해야"

이복현 금감원장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선진국선 당연" "7월까지 정부입장 정해지면 상법 개정 목소리 낼 것" "경영판단원칙 법제화로 특별배임죄 예측가능성 높여야"

2024-06-14     김대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 등 이슈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4일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고 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형법의 배임죄 폐지가 어렵다면 상법의 특별배임죄를 폐지하고, 경영 판단원칙 등을 도입해 배임죄 범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원장은 이날 금감원 '상법 개정 이슈' 관련 브리핑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 위한 자본시장 개혁 과제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고, 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법은 이사는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대주주 이익을 우선시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유발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원장은 "정부는 아직 상법 개정에 대해 정해진 입장은 없지만 감독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다"며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선진국에서 당연한 것이다. 7월까지 정부 입장이 정해지면 경제팀 일원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의 이같은 입장은 회사의 거래는 손익거래와 자본거래를 나뉘는데 통상 손익거래는 주주 이익으로 직결되지만, 물적·인적분할 등 자본거래는 손익계산서에 반영되는 거래가 아닌데, 자본거래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은 크게 이익을 볼 수 있지만 나머지 주주들은 크게 손해를 볼 수 있음에도 현행 회사법은 이를 적절하게 조정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될 경우 이사들의 배임죄 처벌 목적으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일도양단으로 말하면 배임죄 유지와 폐지 중 폐지가 낫다고 생각한다"면서 "삼라만상을 다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배임죄는 현행 유지보다 폐지가 낫다"라고 작심 발언을 내놨다.

그는 "형법상 배임죄가 있지만 상법에도 특별배임죄가 있어서 상법에 어울리지 않는 형태로 형사처벌 규정이 과도해 특별배임죄는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면서 "만약 배임죄 폐지가 어렵다면 경영 판단원칙 등을 통해 명확히 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 원장은 경영판단원칙의 취지에 대해 "선언적인 형태가 아닌 이사회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거쳐야 하는 구체적인 의무로 명시해 과도한 형사처벌을 줄이고 (배임죄 범위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한 구체적인 사례로는 "물적분할이나 합병 시 이해관계가 상충하거나 반대하는 주주가 있다면 적절한 보상을 하거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을 보장하는 등 의사결정의 과실을 나누는 방식이 가능하다"면서 "이러한 절차를 거쳤다면 경영진 형사 처벌 위험에서 빼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판단원칙 도입으로 인해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영판단원칙이 적용될 범위는 자본거래 등으로 매우 한정적일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