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ESG경영 한다면서 중소 시행사 강탈하려다 실패

부실시공 문제삼은 시행사 계열사로 편입...법원이 제동 은평푸르지오 '철거 후 전면 재시공' 원천봉쇄 의혹 제기 “전면 안전진단 없이 아파트 인수 없다”...법적공방 팽팽

2024-06-20     김대우 기자
대우건설 을지로 본사. 사진=대우건설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ESG경영 내재화를 외쳐온 대우건설이 부실공사로 법정 다툼중인 시행사의 경영권을 강제 탈취,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편입 신고까지 마쳤으나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서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특히 KCGS(한국ESG기준원) ESG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대우건설이 소비자보호와 산업안전, 사회적 평판 악화 등 ESG평가에 감점요인으로 꼽히는 부실시공에다 시행사의 경영권 강제 탈취 시도까지 벌인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22년 대우건설이 1차 ESG위원회 1차 회의를 열었을 때 모습. 사진=대우건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지난달 28일 시행사 이노글로벌이 제기한 ‘대우건설의 주식질권실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대우건설이 ‘은평푸르지오’에 대한 책임준공 의무 불이행 후 대출금을 대신 변제한 뒤, 이를 근거로 시행사의 경영권을 빼앗으려 한 시도를 법원이 막은 것이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부실시공 문제로 상호 공방을 벌이는 것은 잦은 일이나, 이를 빌미로 대기업인 우월적 지위의 시공사(대우건설)가 중소 시행사(이노글로벌)의 경영권까지 강제 탈취하려 한 것은 매우 드믄 사례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시행사인 이노글로벌을 계열 편입했다고 연초에 자진 신고까지 마쳤으며, 공정위는 이를 토대로 최근 "모기업 중흥그룹이 이노글로벌의 계열사 편입을 완료했다"고 발표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법원은 대우건설이 부실시공으로 인해 책임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했고 이로 인해 대출약정상 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한 것인데, 이를 이용해 대출금을 대위변제 한 후 시행사 이노글로벌에 대한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실행하는 것은 권리 남용에 해당된다고 결정했다. 대우건설이 근질권을 행사해 시행사 이노글로벌의 주식 전부를 취득, 사업권 일체를 빼앗으려는 의도가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은평푸르지오의 부실공사 문제가 예상외로 심각, 검단 자이 안단테 아파트처럼 ‘철거후 전면 재시공’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커지자, 대우건설이 이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무리하게 경영권 장악에 나섰다가 실패한 것으로 파악하고, 향후 대우건설에 대해 내려질 행정처분과 사후조치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법원은 “대우건설이 대출금을 대신 갚고 PF대출 계약과정에서 담보로 제공된 시행사 주식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 것인데, 주주권 행사를 허용하게 되면 사실상 도급인과 수급인이 동일한 자체 공사에 해당하게 되며, 적절한 감리 행위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하자 등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져 건축물의 안전성을 온전하게 담보할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 판단했다.

시행사 이노글로벌은 은평푸르지오의 주기둥 철근이 대거 누락된 것을 비롯, 심각한 부실공사와 감리·시공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이 발견되고 있어 전면 안전진단 없이는 인수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팽팽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은평푸르지오는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 조성되는 지하 3층~지상 17층, 2개동 145가구의 민간임대 아파트로 이노글로벌이 시행하고, 대우건설의 완전자회사인 대우에스티가 시공했다. 당초 지난해 12월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사용승인 직전에 단지내 41개 주기둥 중 7개 기둥에 띠철근을 절반만 넣은 것이 발견되면서 문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