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 녹색채권 발행해놓고 가스발전..자본시장법 위반 논란

투자설명서엔 ‘신재생’ 투자 명시…조달금액 3200억 가스발전에 투입 기후솔루션, 투자설명서 허위 기재·사기적 부정거래로 금감원에 신고 서부발전 " LNG 열병합 발전도 환경부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포함"

2024-07-04     김연지 기자
서부발전이 지난해 4월 홈페이지에 게재한 '녹색채권 투자자 안내문'의 모습. 제52회·53회 녹색채권 발행금액 전액이 '신재생에너지 배분금액'으로 분류되어 있으나 김포열병합 LNG 발전소에 투입됐다. 사진=서부발전 홈페이지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기후솔루션이 4일 오전 금융감독원에 한국서부발전을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서부발전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2회에 걸쳐 32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는데, 이때 조달한 자금 전액을 가스 열병합발전소 건설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서부발전에 두 가지 혐의를 제시했다. 첫번째는 녹색채권 발행 전에 내놓은 투자설명서에 녹색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자하겠다고 거짓 기재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녹색채권 발행 이후, 조달 자금을 실제 화석연료발전에 투자해놓고 신재생 발전설비에 투자했다고 거짓 기재했다는 것이다.

서부발전은 2022년 두 차례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2022년 3월 1300억원을 조달한 첫 번째(제52회 녹색채권) 녹색채권 발행 당시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의 투자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 사항’ 항목에 자금의 사용 목적을 “신재생 발전설비 건설 등”이라고 명시했다. 같은 해 5월 1900억원을 조성한 두 번째(제53회 녹색채권) 녹색채권을 발행하면서도 투자자금을 “신재생 발전설비 건설 등”에 사용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해당 녹색채권들의 발행과 조달자금 사용처에 대한 사후보고를 하는 ‘한국서부발전 녹색채권 투자자 안내문’에는 조달금액 3200억원을 ‘김포열병합 LNG복합발전소 건설사업’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과정을 고려하면 LNG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발전의 70% 수준이다. LNG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K-택소노미)에서 원자력, 블루수소와 함께 전환부문에 해당한다.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사용하는 브릿지 연료라는 의미다. 

기후솔루션 고동현 기후금융팀장은 “LNG발전과 재생에너지의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위험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서부발전은 이 같은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감춘 것이나 다름없다”며, “자본시장의 신뢰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발전을 저해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K-택소노미·환경부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충족 vs.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한다더니

그러나 해당 녹색채권들은 한국신용평가사의 이에스지(ESG) 평가에서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지비(GB)1’등급을 부여받았다. 서부발전이 제52·53회 녹색채권 투자자 안내문과 함께 공개한 ‘ESG금융상품 인증평가 사후평가 인증서'를 보면 한국신용평가사는 이같은 등급의 근거로 K-택소노미 상 LNG 발전시설과 관련된 기준을 충족한다는 점을 들었다. 

한국신용평가사는 “김포열병합 LNG복합발전 설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28g/kWh로, 국내 전력계통망의 탄소배출계수 443g/kWh보다 낮으며, K-택소노미의 인정기준 중 일부(전력, 열의 에너지 생산량 대비 온실 가스 배출량이 340g CO2eq./kWh 이내) 도 충족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서부발전 채권발행팀 역시 본지에 “환경부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LNG 열병합 발전소가 명기되어 있다"며 해당 자금 유용이 정당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기후솔루션의 고동현 팀장은 "문제의 본질은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녹색채권을 발행해놓고 LNG 발전소에 투자한 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유가증권(무보증사채) 발행 시 투자설명서 허위 기재와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고 팀장은 “이번 신고에는 녹색채권 발행 가이드라인과 녹색분류체계 기준이 기후친화적이지 않기에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