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 ESG공시 빨리 도입돼야…스코프3 의무화 필요”
기금운용본부 실장 "투자자 위해 빠르게, 많이, 정확히 공시해야" 스코프3, 완벽치 않아도 "밸류체인 전반 파악만 돼도 좋을 것" 금융위원회 "세부 로드맵 발표 시점 아직 공개하기 어려워"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ESG 공시 의무화 제도와 관련해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투자 의사 결정에 이미 환경, 사회, 거버넌스 등 비재무적 정보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가장 정확하게 반영이 될 수 있도록 공시 제도가 도입되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또 스코프3 공시에 대해서도 “당연히 투자자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라며 공시 정보가 완벽하지 않아도 “밸류체인 전체에서 어떤 일(기회와 위험)이 있는지 볼 수만 있어도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 이동섭 실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ESG 공시제도 방향 제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지난 4월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국내 ESG공시 기준의 초안을 공개하고, 오는 8월 말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그러나 초안에는 공시 의무화 시기나 공시 대상 기업, 공시 위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빠져 있다.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의무 공시 여부도 아직 미정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ESG 공시기준 초안을 공개할 때 이런 내용을 명시한 것과 대비된다. 금융위원회와 KSSB는 의견수렴을 거쳐 이런 내용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동섭 실장은 국내 ESG공시제도 도입에 대해 “뒤로 미뤄질수록 우리의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라며 "내용이 모호할수록, 비교 가능성이 떨어질수록 투자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가능하면 빨리 하는 게 좋을 것”이라 말했다.
ESG공시를 거래소공시 또는 법정공시 어느 것으로 할지에 대해서도 그는 “그 어떤 것이든 일단 빨리 되는 게 중요하나, 보다 강력하고 원칙적으로 누구든지 규제할 수 있는 그런 방식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법정공시를 선호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기업 규모와 산업 등을 고려해 공시 대상과 시기 등은 차등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덧붙였다.
스코프3 공시와 관련해 그는 “전후방 그 모든 가치사슬 전반에서 어떤 위험이 있고, 어떤 기회가 있는지를 우리가 포착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필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배출량 상위 10개 기업 중 8곳 스코프3 공개
패널로 참석한 AIGCC(아시아 기후변화 투자자그룹) 배희은 이사는 포스코와 삼성전자 등을 포함한 국내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개 기업에 대해 “이미 다 공시가 되어 있고, 스코프3도 포함이 되어 있어서 (공시 의무화를) 늦춘다는 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배 이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6%를 차지하는 배출 상위 10개 기업 중 한전 발전 자회사 5곳(남동, 남부, 서부, 중부, 동서)과 포스코, 현대제철, 삼성전자, 쌍용씨앤이, 에쓰오일이 모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아울러 스코프3 배출량 정보에 대해서도 서부발전과 쌍용이앤이를 제외한 8개 기업이 이미 공개했다.
그는 “오히려 기업 경쟁력이나 수요자, 투자자 관점에서는 더 앞당겨서 빨리 시행시키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NH아문디 ESG리서치팀 최용환 팀장도 패널토론에서 공시 의무화 시점에 대해 “2026년 시작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6년부터는 공시 의무화해야"
이날 토론회 주최측인 그린피스 신지윤 전문위원과 녹색전환연구소 지현영 변호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태한 수석연구원은 각각 발제를 통해 2026년부터는 ESG 공시 의무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업보고서를 통한 법정공시와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최치연 과장은 패널토론에서 “공개초안에 대한 기업, 투자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제안한 공시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스코프3에 대한 의무화 여부, 구체적인 공시 의무화 시기도 의견수렴을 거쳐 검토해나갈 예정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최 과장은 확정된 공시기준이 공개될 때 세부적인 공시 로드맵도 발표되느냐는 'ESG경제신문'의 질의에 “지금 시점에서는 어느 시기에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