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구속' 카카오 시총 1조7000억 증발...투자자 아우성
카카오뱅크 1대주주 지위 흔들리나…AI·해외사업에도 악재 계열사 주식도 일제히 하락세..."투심 부정적 영향 불가피" '쇄신' 타격...가시지 않는 사법 리스크에 성장동력 물음표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국내 대표 플랫폼기업 카카오의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주가조종 혐의로 구속된 여파로 '사법 리스크'가 부각돼 카카오 그룹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24일 카카오는 코스피시장 개장과 함께 하락세로 출발했으나 단기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상승 전환했다. 상승폭은 제한적이다.
전날 카카오는 2200원(-5.36%) 내린 3만8850원으로 장을 마쳤다. 개장 직후 하락세에서 잠깐 반등했지만 이내 반락한 뒤 5%대 하락세를 유지했다. 카카오페이(-7.81%), 카카오게임즈(-5.38%), 카카오뱅크(-3.79%), SM C&C(-3.25%) 등 계열사 주가도 큰폭 하락세를 탔다.
이들 종목 모두 개장 초 잠깐 상승세를 타며 예상된 악재를 소화한 듯했으나 이내 외국인과 기관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세로 전환한 뒤 회복하지 못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에 따라 카카오 10개 그룹사의 시가총액은 23일 종가기준 34조6710억원으로 전날(36조3830억원)보다 1조7120억원(4.70%) 감소했다.
카카오는 지난 23일 기관 순매도 종목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였고, 외국인 순매도 종목에서도 SK하이닉스, HD현대일렉트릭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연 뒤 이날 새벽 증거인멸과 도주 염려를 이유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작년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김 위원장이 이번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양벌규정에 따라 카카오도 유죄가 확정되는데, 벌금형 이상의 형량이 나올 경우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이 경우 카카오는 현재 보유 중인 카카오뱅크 지분 27.17% 중 10%만 남기고 나머지는 처분해야 한다.
증권 전문가들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이슈가 부각될 경우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카카오가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중대 갈림길에 섰다. 김 위원장이 2006년 카카오의 전신인 스타트업 아이위랩(IWILAB)을 창업한 뒤 성장해온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와 성장 동력 부족 등으로 창사 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는 게 IT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카카오의 쇄신 작업이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카카오가 작년 말 설치한 준법·윤리 경영 감시를 위한 외부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와 지난 2월 그룹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 개편 등을 통해 진행 중인 쇄신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룡 IT 기업 카카오는 그동안 골목 시장 침해 논란을 일으킨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도덕적 해이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특히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상장 후 스톡옵션을 매각해 거액의 차익을 챙긴 이른바 '먹튀 논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의 시세 조종 의혹, 카카오모빌리의 '콜 몰아주기' 사건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위기의식이 커진 김 위원장은 작년 10월 비상경영을 선언했고 11월 카카오의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쇄신위를 출범시킨 뒤 조직 정비에 공을 들여왔다.
선택과 집중을 핵심 과제로 내세운 카카오의 쇄신은 구체적 성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도 있지만 '조직 감량'이란 차원에서는 작년 5월 147개던 계열사를 124개로 줄이는 등 일정 성과를 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자칫 이런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게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관련 재판 결과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 1대 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하도록 했다는 이른바 '콜 몰아주기'와 김 위원장과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도 수사 대상이다.
세계적으로 AI에서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카카오는 올해 안으로 카카오톡 등에서 차별화된 AI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AI의 후발 주자로서 얼마나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