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저장 분야로 올 상반기 21조원 몰려..."황금알 낳는 거위" 되나

올 상반기 자금 조달액 지난해보다 2배 이상 급증 벤처캐피털, 비(非)리튬 배터리 기술에 높은 관심 하반기에도 에너지 저장 분야로 계속 돈 몰릴 전망

2024-07-24     이진원 기자
2024년 3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메니피에서 완공이 임박한 캘리포니아 최대 규모의 배터리 저장 시설을 드론으로 찍은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ESG경제=이진원 기자] 새로운 황금알을 낳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에너지 저장 분야로 막대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발전에 맞물려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에너지 저장 분야가 고속 성장을 지속하자 벌어진 현상으로 분석된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리서치 그룹인 머콤캐피털(Mercom Capital)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저장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전 세계적으로 154억달러(약 21.3조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는 6월 말까지 채권이나 주식 발행을 포함한 공개시장 자금 조달과 벤처캐피탈(VC) 거래 등 공개적으로 발표된 자금 조달 및 인수합병(M&A) 거래에 대한 통계를 집계한 결과다.

상반기 중 전 세계적으로 총 64건의 기업 자금 조달 거래로 조달한 154억달러는 총 59건의 거래로 71억달러(약 9.8조원) 조달에 성공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7%, 즉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자금 조달액은 2022년 상반기 때 기록한 158억달러(21.8조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당시 머콤 측은 LG에너지솔루션이 그해 1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10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효과 때문에 전년 대비 비교가 왜곡됐다고 밝힌 바 있다.

라지 프랍후 머콤 CEO는 “고금리와 불확실한 거시경제 상황 속에서도 에너지 저장 부문은 기술 발전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캘리포니아의 NEM 3.0 정책 같은 지원 정책에 힘입어 놀라운 회복력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NEM 3.0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주택용 태양광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제도로, 주택용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된 잉여전력을 유틸리티 회사가 구매하게 하는 것이다. 지난 4월부터 NEM 3.0이 시행된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주거용 태양광과 저장 장치 설치가 급증했다.

벤처캐피탈 통한 자금 조달이 가장 많아

에너지 저장 분야 기업들의 VC를 통해 가장 자금을 조달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및 에너지 저장 장치 회사들이 조달한 자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쓰이는 실리콘 음극 기술을 가진 실라 테크놀로지스(Sila Technologies)가 VC 거래를 통해 3억7500만달러(5200억원)를 조달해 머콤이 집계한 VC 거래액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니켈-수소 배터리 및 저장 시스템 기술을 가진 이너베뉴(EnerVenue, 3억800만달러(4270억원))와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네이트론 에너지(Natron Energy, 1억8900만달러(약 2600억원)) 순이었다.

이에 대해 미국 온라인 매체인 유틸리티 다이브(Utility Dive)는 “특히 VC가 이너베뉴와 네이트론 에너지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비(非)리튬 배터리 기술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해주는 사례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급성장하는 에너지 저장 업계에 하반기에도 돈 몰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에너지 저장 분야로 계속되고 돈이 몰리고 있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개발업체인 인터섹트 파워(Intersect Power)는 18일 모건스탠리, HPS 투자 파트너, 도이체방크 등의 파트너로부터 총 960메가와트시(MWh) 규모의 텍사스 배터리 저장 시설 3곳에 8억3700만달러(약 1.16조원)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에너지 저장 업계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라는 사실은 미국의 배터리 배치 및 설치(battery deployment) 현황만 봐도 알 수 있다.

국제적인 에너지 컨설팅회사인 우드매킨지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를 통해 “올해 1분기 미국의 배터리 배치 및 설치가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하여 1분기 용량 최고 기록을 세웠으며, 2024년에는 약 13기가와트(GW)의 용량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우드매킨지는 캘리포니아의 NEM 3.0이 에너지 저장 업게 성장에 순풍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3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전기자동차 제조사인 테슬라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배치 및 설치가 전년 대비 158% 증가한 9.4기가와트시(GWh)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회계연도인 2023년 2분기 때의 3.7GWh나 올해 1분기 때의 4.1Gwh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테슬라는 주로 전기차 제조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다양한 에너지 저장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