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ESG 보고 역량 강화에 투자 대폭 늘렸다...딜로이트 조사

매출 5억달러 이상 기업 임원 300명 대상 조사 결과 응답자의 98%, 최소 분기별 지속가능성 목표 논의 글로벌 지속가능성 환경 변화 반영한 움직임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 둔 기업도 급증세

2024-07-30     이진원 기자
사진=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기후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규제가 급증하면서 많은 상장기업이 지속가능성 보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고 내용과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가 매출 5억달러(약 7000억 원) 이상의 기업에서 일하는 고위 임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모든 응답자가 ESG 보고를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98%는 최소 분기별로 회의를 개최해 지속가능성 목표를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고, 43%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와 관련된 회의를 개최한다고 말했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은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및 측정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리소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성 목표 논의 위해 ESG 위원회나 실무그룹이 만나는 간격>

출처: 딜로이트 보고서 

보고서는 이에 대해 “기후 관련 리스크와 보고에 대해 '관망하는 접근 방식'을 취해 온 조직은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며 보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면서 “조기에 조치를 취한 많은 기업은 이미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으며, ESG 리스크 및 영향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와 평가를 바탕으로 이미 조직 안팎에서 일부 혜택을 보고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 사이에서 이런 중대한 변화가 나타난 이유는 글로벌 지속가능성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관련 규제가 순차적으로 마련되면서 대부분의 조직들은 이제 기후 관련 위험이 그들의 비즈니스 및 비즈니스 전략에 미치는 재정적 영향을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지를 더 분명히 이해할 수 있게 되자 보고 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연합(EU)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 요구 사항을 강화하고 확장하기 위해 기존의 비재무보고지침(NFRD을 대체하며, 보다 많은 기업들이 더욱 상세하고 표준화된 지속 가능성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기 위해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와 이를 지원할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을 도입했다.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는 미국 최초로 기후공시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켜 올해 1월부터 기후공시 의무를 법제화했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난해 6월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보고 체계를 발표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 기후공시 규칙 최종안을 채택함으로써 미국 내 모든 상장사가 기후 리스크와 관련 재무적 영향, 온실가스 배출량 등의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런 변화에 발맞춰 기업 내 지속가능성 보고를 담당하는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와 법률고문팀을 임명하는 기업이 지난 2022년 12월 실시한 같은 조사 때와 비교해서 각각 13%, 41% 증가했다. 이는 기업 대표들이 공시 요건에 대한 '더 높은 책임'을 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됐다.

또 응답자의 98%는 거의 만장일치로 자신이 속한 조직이 작년에 설정한 지속가능성 목표에 진전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 중 25%는 ‘상당한 진전’을, 60%는 ‘어느 정도 진전’을, 14%는 ‘최소한의 진전’을 보였다고 답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응답자가 강화된 공시 요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을 향한 진전 정도>

좌측부터: 상당한 진전, 어느 정도 진전, 최소한의 진전, 진전이 없었다. 출처: 딜로이트 보고서 

다만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배출량 보고 역량을 지원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전략이 전반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시기적절하고 수준 높은' 정보 공개를 위해 새로운 기술이나 도구에 투자하려는 경영진의 의지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기술이나 도구에 투자할 가능성>

출처: 딜로이트 보고서 

 

올해 조사 때는 응답자의 74%만이 이러한 기술 투자를 할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2022년 조사 때의 99%에서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딜로이트는 이러한 감소는 일부 기업이 지난 몇 년 동안 이미 보고 메커니즘과 기술에 투자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임언들들은 금융 서비스, 소비재, 석유 및 가스, 생명과학 및 의료, 기술, 미디어 및 통신 등의 산업을 대표하는 비즈니스 리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