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보고서 발간 상장사 17% 늘어...“ESG 공시 의무화 대비”

한국거래소 기준 188곳 발간, 지난해 161곳보다 27건 많아 "자산 2조원 이상 기업 90% 발행...기후공시 쪽에 포커스" EU 등 주요국 '26부터 의무화...금융위, 국내 일정 3분기 발표

2024-08-07     김현경 기자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사협의회 등과 공동으로 25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국내 ESG 공시제도에 대한 경제계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대한상의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 기업수가 188개에 달해 지난해(161개) 보다 17%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국내외 ESG공시 의무화에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거래소의 ESG포털에 자율 공시한 기업 수는 총 18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의 161곳보다 27곳(17%) 늘어난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7월 말로 상장사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8월 초에 공시하는 곳이 있고 자사 홈페이지에만 보고서를 올리는 기업도 있어 올해 전체 보고서 발간 기업 수는 190곳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보고서 제출 시기가 전반적으로 빨라졌고, 제출 기업 수도 늘었다”며 “공시 시기는 한국ESG기준원 등 ESG평가 기관들의 요구에 따른 것 같고, 숫자는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한 준비 차원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ESG공시 1차 의무화 대상인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대기업 수를 210여개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 ESG공시에 선제 대응하고 있는 기업은 1차 의무 대상 중 90% 선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보고서 발간의 특징에 대해 “예전보다는 기후공시 쪽에 기업들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기후공시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여기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내 ESG공시 기준을 수립하고 있는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지난 4월 말 공시기준 초안을 공개하고 8월 말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KSSB는 국내 의무공시 기준 중 우선 기후공시만 의무화하고 이외 다른 지속가능성 관련 사안은 기업이 선택해 공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장 내년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ESG공시를 의무화하는 유럽연합(EU)을 포함해 ESG 의무공시 제도를 도입한 주요 국가 대부분이 2026~27년부터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공시 의무화 도입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했으나 세부 일정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와 KSSB는 업계와 시장의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10월 중 국내 ESG 공시 세부 일정 등 최종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2029년 첫 공시를 건의한 가운데 정부는 2028년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올해 더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수출 대기업 입장에선 국내 일정과 상관없이 어차피 해외에서 더 빨리 ESG 공시에 나서야 하고, 국내 공시도 결국 피할 수 없는 일인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시 의무화에 대한 구체적 일정을 내놓지 않았지만 공시 의무화에 적극 대응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경쟁업체들이 공시를 하면 다른 업체들도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