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탄소 크레딧의 운명은?...MSCI 평가사업 87%가 하위등급
1700개 이상 재생에너지 사업 무결성 평가 결과 MSCI, ICVCM 새로운 재생에너지 사업 평가 방법론 검토 재생에너지 탄소 크레딧 생존 가능성 여전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재생에너지 기반 탄소 크레딧의 무결성 문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ESG 평가기관인 MSCI가 1700개 이상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결성 평가에서 5점 만점에 3점 미만을 맏은 사업이 8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SCI가 8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크레딧을 발급받는 다른 유형의 탄소 감축 사업의 경우 3점 미만을 받은 사업은 30%에 그쳐 재생에너지 사업의 무결성이 다른 사업보다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생에너지 탄소 크레딧 가격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MSCI 카본 마켓츠(MSCI Carbon Markets)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탄소 크레딧은 올 상반기 중 CO2 1톤당 평균 가격이 1.80~2.80달러를 기록,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자연 복원 사업 기반 탄소 크레딧은 톤당 10달러 이상, 개도국 쿡 스토브 보급 사업 기반 탄소 크레딧은 톤당 5달러 수준에 거래됐다.
ICVCM, 재생에너지 탄소 크레딧 추가성 결여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위원회(ICVCM)은 6일 재생에너지 사업 기반 탄소 크레딧은 추가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탄소 크레딧을 뜻하는 핵심탄소원칙(CCP) 라벨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CCP 라벨이 붙은 탄소 크레딧은 10개 CCP 원칙에 부합하는 높은 수준의 무결성을 인정받은 크레딧이다. ICVCM은 지난 6월 쓰레기 매립지에서 메탄을 포집해 오존층 파괴 물질을 제거하는 사업을 통해 발급된 2700만톤 규모의 탄소 크레딧에 처음으로 CCP 라벨을 부여했다. CCP 라벨을 받으려면 우선 탄소 감축 사업이 ‘CCP 적격’ 승인을 받아야 하고 감축 사업도 ‘CCP 적격’ 방법론에 따라 시행돼야 한다.
CCP는 ▲효과적인 거버넌스 ▲배출권 추적 ▲투명성 ▲제3자 확인 및 검증 ▲추가성 ▲영구성 ▲배출 감소 및 제거 정량화 ▲이중 계산 금지 ▲지속 가능한 개발의 혜택 및 보호조치 ▲탄소중립 전환 기여의 10개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생에너지 기반 탄소 크레딧은 이중 추가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CCP 라벨 대상에서 제외됐다. 추가성은 탄소 크레딧에 의해 창출된 인센티브를 통해 자연상태의 감축보다 추가적인 감축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수익성이 높아서 추가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생에너지 사업 비용은 낮아지고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어 탄소 크레딧을 발급받아 판매하지 않아도 추가적인 재생에너지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MSCI는 추가성을 평가할 때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방법은 투자 수익 평가다. MSCI는 자사가 조사한 1700개 이상의 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탄소 크레딧 판매액은 4% 미만이었다고 밝혔다. 수력발전과 태양광 발전은 3%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MSCI는 이 정도라면 탄소 크레딧이 추가적인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동력이 되지 못해 추가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평가 방법은 “보통의 관행(common practice)”을 고려한 평가다. 높은 투자 수익이 보장돼도 전력망이나 전력 구매자의 낮은 신인도, 정치적 리스크, 행정적인 어려움 등 다른 장애 요인 때문에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나라가 있다. 이런 경우 수익성이 높아도 추가성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통 재생에너지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5% 이상을 차지하면 탄소 크레딧 발급 없이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크면 재생에너지 비중이 5%를 차지해도 추가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생에너지 탄소 크레딧 생존 가능성 여전
재생에너지 사업 중 높은 수준의 무결성 평가 등급을 받는 사업은 소규모 분산형 재생에너지나 유기성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사업,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사업 등이다.
따라서 개도국의 에너지 전환 등에 탄소 크레딧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지난 2022년 11월에 나온 미국 정부의 제안에 따라 2035년까지 개도국의 에너지 전환을 위해 700억~2000억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이 수립됐다. 양질의 탄소 크레딧 발급도 자금 조달 수단의 하나다.
MSCI는 다수의 재생에너지 사업 기반 탄소 크레딧이 무결성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며 “ICVCM도 새롭고 보다 엄격한 재생에너지 사업의 무결성 평가 방법론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MSCI는 따라서 “일부 재생에너지 사업은 여전히 시장에 탄소 크레딧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