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해상운송 탈탄소화 평가에서 한국 '꼴찌'
기후솔루션, 한중일 해상 운송 탈탄소 검토 보고서, 중국 1위 높은 평가 해운업 탈탄소 핵심 ‘연료 전환'...무탄소 연료에 더 많은 투자·지원 필요 브릿지 연료 LNG·메탄올,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 사실상 석유와 유사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해상 운송 부문 탈탄소화 계획을 점검한 결과, 한국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중국이 3국 중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3국의 중간(bridge) 대체 연료로 꼽히는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보면 사실상 석유계 연료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궁극적으로는 무탄소 연료로의 전환에 지금보다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은 12일 “해운 중간 대체 연료의 환경 리스크와 한중일 연료 활용 계획”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3국의 무탄소 연료 상용화 이전 ‘중간(bridge)’ 대체 연료인 LNG, 메탄올, 암모니아 활용 계획과 환경 리스크 또한 분석했다.
한국 꼴찌 왜? 수소 공급 적고 LNG에 집중 투자
보고서는 ▲화석연료 활용계획 ▲재생에너지 조달 잠재력 ▲그린수소 자체 조달 잠재력 ▲그린수소 공급망 구축 관련 국제 협력 부문을 기준으로 3국을 평가했다. 3국 모두 해운 탈탄소화 계획에 화석연료의 중단기 활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했지만, 한국은 그 외 부문들에서 최종 4점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세계 선대 규모 2위 중국은 9점으로 3국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중국은 지난 2023년 8월 이후 발생한 글로벌 LNG 연료추진선 건조 수주의 52.8%를 차지하는 등 높은 화석연료 활용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높은 재생에너지와 이를 기반으로 한 자체 그린수소 조달 잠재력을 지녔으며,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3국 가운데 비화석연료 기반 해운 연료로의 전환 가능성도 가장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해상 운송 부문 전체 에너지 소비 가운데 비화석 에너지 소비 비중을 2025년까지 20%, 2030년까지 25%로 상향할 방침이다. 중국은 이미 2022년에 전년 대비 32% 증가한 4004만 톤의 수소를 생산한 바 있으며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조금 높은 점수인 5점을 받았지만, 그린수소 공급망 구축 관련 국제협력 부문에서 한국보다 선제적으로 기술 개발 연구와 투자를 시작한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녹색성장전략’에 따라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를 설립하고 약 2조 엔(약 17조 6천억 원) 규모의 녹색 혁신 기금을 조성해 향후 10년간 연관 기업과 단체를 지원할 계획이다.
일본은 자체 재생에너지 생산 및 수소 생산보다는 대규모 공급망과 해외 수소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2017년 발표한 수소기본전략에서 나아가, 지난해 약 200만 톤의 연간 수소공급량 (암모니아 포함)을 2040년 1200만 톤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개정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LNG 활용 계획에는 적극적인 데 반해 수소 공급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은 해운을 포함한 여러 산업의 수소 경제로의 전환 계획에도 불구하고, 수전해 등 자체 수소 공급 시설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산자부가 2021년 발표한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수소 예상 공급량의 약 43.3%를 LNG 개질을 통한 그레이·부생수소 여기에 탄소를 포집한 블루수소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2024년 한국형 친환경선박 보급시행계획에 따라 올해 2422억 원의 예산을 집행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석유계 연료와 비등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LNG 연료 사용을 촉진하는 LNG 벙커링 사업에 일부 투자하고 있는 실정을 지적했다. LNG 연료에 집중된 탈탄소 투자는 향후 “무탄소 선박으로의 전환에 따른 좌초자산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릿지 연료, 석탄계 연료와 전주기 배출량 거의 유사
한편 3국 모두 중간 대체연료를 통해 해상 운송 부문의 탈탄소화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분석 결과 중간 대체 연료가 그린 연료로 가는 ‘친환경’ 연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석유계 연료인 선박용 중유(HFO)와 중간 대체 연료(LNG, 메탄올, 바이오연료)의 전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한 결과,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먼저 LNG의 경우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76~89 g CO2eq /MJ)는 석유계 연료 온실가스 집약도(90~91 g CO2eq /MJ)와 큰 차이가 없었다.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는 연료 생산을 위한 원료의 확보 및 생산 단계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모두 포함한 결과다.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생산된 바이오연료 또한 토지이용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고려할 경우, 작물 및 유지 작물(식용의 기름을 짜내기 위해 심는 작물) 기반 바이오디젤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는 최소 56.7~62.1 g CO2eq/MJ에서 최대 106.6~130.7 g CO2eq/MJ으로 선박연료유 평균(91.4~91.7 g CO2eq/MJ)보다 최대 약 1.4배 높게 나타났다.
메탄올의 경우 다양한 제조 방식에 기반해 무탄소에 가까운 그린 메탄올을 만들 수 있는 반면, 화석연료인 석탄과 LNG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브라운·그레이 메탄올의 전주기 배출 집약도는 100.4 g CO2eq/MJ로 석유계 연료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기후솔루션 김근하 해운팀 연구원은 “해운업 탈탄소의 핵심은 연료의 전환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 등 동아시아의 해운 탈탄소 방향은 석유계 연료라는 화석연료에서 결국 LNG라는 또 다른 화석연료로 옮겨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이제는 연료별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를 반영하여 연료 전환 계획을 재수립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