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고객사 이미 RE100 달성...위기의 한국 반도체·AI산업 경쟁력

전세계·OECD·아시아 평균 재생에너지 비중 한국 최소 15년 뒤처져 SK·한화·포스코 4.7GW 용량 신규 LNG 발전 계획..."위험성 높은 전략" 고객사들 RE100 이행 수준 높아...화석연료 기반 반도체 판매 안될 수도

2024-08-14     김연지 기자
IEEFA가 14일 발간한 '재생에너지로의 글로벌 전환 시기를 놓칠 위험에 처한 한국경제' 보고서. 사진=IEEFA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한국의 재생에너지 보급 지연이 빠르게 성장하는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산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글로벌 고객사들이 이미 RE100을 달성하거나 높은 수준의 이행률을 보이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이 부족해 여전히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2050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정책 프레임워크 내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및 저장 기술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는 14일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반도체 및 AI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풍력, 태양광, 수력 등 재생 에너지원이 확대돼야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 센터의 추가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11만 3434GWh로, 예상되는 전력 수요 증가량인 5만 3168GWh를 초과할 수 있다.

보고서의 저자이자 IEEFA 한국 에너지 금융 전문가인 미셸(채원) 김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반도체 구매자들은 공급망의 탄소 집약도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으며, 탄소 발자국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제조업체를 찾고 있다"면서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도입은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지키고 업스트림 및 다운스트림 공급망의 미래 공급업체와 고객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재생에너지 보급, 다른 나라보다 최소 15년 뒤처져

한국의 2023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세계 평균에 비해 뒤쳐져 있는 모습. 사진=IEEF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023년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체 발전량에서 9.64%에 불과해 세계 평균(30.25%),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OECD, 33.49%), 아시아 평균(26.73%)에 비해 훨씬 뒤처져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차차 늘려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에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 기본계획(이하 11차 전기본)에서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전력 비중을 21.6%, 2038년까지는 32.9%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이는 한국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 목표에 도달하는 데 있어 다른 나라보다 최소 15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IEEFA 보고서는 한국이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하기 위해 여러 법과 정책을 제정했지만, 통합된 접근 방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국가 및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재생에너지 개발을 총체적으로 통합하는 종합적인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 지정학적 영향력, 국가 안보, 산업 리더십, 금융 접근성, 공공 복지를 지키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면서 “재생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한국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속되는 LNG 이용, 국내 반도체 기업들 시장경쟁력 떨어뜨린다”

SK 하이닉스의 현재 혹은 잠재적 고객사들이 RE100을 달성한 현황과 SK 하이닉스의 현재 RE100 달성수준 비교. 사진=IEEFA

IEEFA는 특히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2035년 이전에 가스 화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몇 한국 기업들은 데이터 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및 기타 산업 단지의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해 추가 발전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신규 LNG 화력 발전소 승인을 요청한 점을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SK E&S ▲한화에너지 ▲포스코인터내셔널 ▲GS E&R ▲한양과 같은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총 4700MW 용량의 신규 LNG 화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27년부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들어설 신규 파운드리 시설에 필요한 전력을 SK E&S로부터 LNG 열병합발전으로 조달할 계획인데, 이는 “위험성이 높은 전략”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미국 팹리스 고객들이 재생에너지 사용 제조업체를 우선시하는 상황에서 LNG와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의 RE100 목표와 시장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RE100 가입률이 가장 높은 국가가 미국이라는 점을 고려해봐도 구매자들이 환경문제를 이유로 거래를 자제할 경우 SK하이닉스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있다.

보고서는 “LNG를 사용하는 반도체 기업은 Scope 1, 2, 3 배출량에 대한 공개 요건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이로 인한 투자자와 대출 기관의 우려가 높아져 자금 조달 및 자본에 대한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다운스트림 고객과 업스트림 공급업체는 Scope 3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더 엄격한 보고 요건으로 인해 비즈니스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