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비용으로 '30년엔 축산업 절반이 적자...식품부문도 전환기술 시급

기후변화와 배출량 규제 등 구조적 위험...농업부문 전환 압박 "업계 리더들, 지속가능성 규정 준수를 경쟁 우위로 전환 중" 마스,맥도날드, 펩시코 등 재생가능 농업에 대규모 투자 계획

2024-08-26     김연지 기자
국내 한우 축산업 현장. 기후리스크로 세계의 축산업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식품 부문이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위험과 배출량 규제로 인한 구조적 위험이라는 중첩적인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식품 분야 전문투자자 이니셔티브 페어(FAIRR)의 투자자 지원 수석 애널리스트인 이사벨 로젠은 로이터에 이같이 경고하고 식품부문도 전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부문이 가뭄, 홍수, 폭염, 강우 패턴 및 재배 지역의 변화, 질병 위험 증가와 같은 물리적 영향과 동시에 더 엄격한 배출량 규제, 생산가격 상승, 소비자 취향 변화, 물과 같은 희소한 자원에 대한 경쟁 심화 등의 전환기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페어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대형 축산업체의 절반이 기후 관련 비용으로 인해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젠 애널리스트는 “농업 부문은 자연에 미치는 영향, 위험, 의존성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뒤쳐져 있다"면서 “많은 기업이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그 뒤에 어떤 전략도 없이 임시방편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자체 기후 분석 수행하는 축산업체, 40개 중 6개 불과

페어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40개의 글로벌 대규모 축산 및 유제품 회사 중 자체 기후 분석을 수행한 회사는 6개에 불과하다. 영국의 금융 싱크탱크 플래닛 트래커(Planet Tracker)의 식량 및 토지 이용 책임자인 피터 엘윈은 “식량 시스템은 매우 복잡하고, 투자 성과는 고르지 못하다"면서 “대부분의 투자는 다운스트림 및 미드스트림 기업에 이루어지고 일반적으로 농부와 목장주에게는 투자하지 않는다. 식품 재배는 항상 고위험, 저수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델란드의 환경단체 체인징 마켓(Changing Markets Foundation)의 CEO 누사 어반치치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인한 식품 부문의 위험은 점점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가뭄으로 인해 사료 비용이 상승하고 소 사육 규모가 6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소고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지 역시 지난 3월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러한 기후위기로 인해 2035년까지 향후 10년간 식품 물가가 연평균 1%p에서 3%p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몇년간 지중해에서 서아프리카,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올리브 오일에서 쌀, 코코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의 가격이 급등했고 북유럽의 습한 날씨로 인해 감자 가격이 급등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점점 더 많은 배출량 규제와 이니셔티브가 농업 부문에 변화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연 관련 재무 정보공개를 위한 협의체(TNFD)뿐만 아니라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유럽연합(EU) 삼림 벌채 규정 등이 농업 부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가하면 덴마크 정부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에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2030년부터 톤당 300크로네(약 43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고 5년 후에는 톤당 750크로네로 인상될 예정이다.

지속가능성, 식품 부문 규정 준수를 넘어 경쟁 우위로

한편 미국의 지속가능성 식품 평가기업 하우굿(HowGood)의 법률 고문인 라미야 라바산카는 “규정에 맞춰 지속가능성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할 수 없는 기업은 시장 점유율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업계 리더들은 규정 준수 요건을 경쟁 우위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초콜릿 M&M을 제조하는 미국의 거대 제과업체 마스 리글리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여러 세대를 위한 코코아 전략'을 시행하고 2025년까지 100% 산림벌채가 없는 코코아 공급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토지 이용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2025년까지 가치 사슬 내에서 온실 가스 배출을  27%(2015년 기준 대비) 줄이고, 2030년까지는 절반의 감축, 2050년까지 전체 가치 사슬에서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마스의 최고 구매 책임자이자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배리 파킨은 “우리는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약 100만 명의 농부들이 생산한 원료를 사용하며, 이들 중 상당수는 소규모 농부”라면서 “우리 회사 배출량의 약 60%가 원료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위험인 동시에 큰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마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마스는 소규모 농가의 소득 증대, (어린이 강제노동으로부터)어린이 보호, 산림 보존을 위한 지속가능모델을 구축·추진하고 있다. 파킨은 많은 식품 회사에서 재생가능농업 목표를 채택하고 있지만, 그 목표에 대한 진전은 연간 1%에 그치고 있다면서 “여전히 농부들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가 충분하지 않고, 대형 구매자(글로벌 식품기업)들이 (재생 농업 기술을 도입하는 데) 특별히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농업부문의 전환 지원금 조달도 농업 부문의 지속가능성 구축을 위해 중요한 요건 중 하나다. 마스는 맥케인 푸드, 맥도날드, 몬델레즈, 펩시코, 웨이트로즈, 로이드 은행과 함께 지속가능한 시장 이니셔티브(Sustainable Markets Initiative) 내 농업 비즈니스 TF에 참여하고 있다. 이 그룹은 지난해 12월 재생가능 농업에 수조 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출범했다. 

이들 TF는 재생가능 농업을 위해 자선 지원, 촉매 자본, 우대 금리를 적용한 은행 대출, 지속가능한 상품과  식품 사업체와의 장기 계약, 그리고 농사 운영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작물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플래닛 트래커의 엘윈은 “금융 시장이 보증, 보조금, 대출, 장기 계약 등 대형 미드스트림 플레이어에게 자본을 제공할 수 있는 큰 기회가 있다"면서 “그 핵심은 단순히 농작물을 ‘구매하는’ 모델에서 다년 간의 계약을 통해 농작물을 지속가능하게 ‘전환하는' 모델로의 변화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이전에는 스페인 토마토에 문제가 생기면 모로코나 다른 나라로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기후 변화는 모든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고 구매자는 구매할 수 있는 작물이 아예 없어지거나 정부가 수출을 거부할 수도 있다"면서 “전체 시스템의 변동성이 커지면 그저 구매처를 다각화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총체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농업 부문 전반에서 지속가능성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