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 향후 10년간 '탄소국경세' 지출 3조원 넘는다

철강업계 CBAM 인증서 구매 ’26년 851억 → ’34년부터 5500억 이상 철강산업 비용부담 증가는 타 제조업·서비스업에도 악영향 대한상의 “철강업계는 저탄소 공정 개발 강화, 정부는 적극 지원 필요”

2024-08-27     김연지 기자
사진=픽사베이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제도(CBAM) 도입 이후 국내 철강 부문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2026년 851억 원 수준에서 점차 증가하여 2034년부터 55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핵심 기간산업인 철강 부문의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철강업계 자체적으로는 저탄소 공정 개발을 강화하고 정부는 배출량 산정 국제 표준화 과정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가능성장이니셔티브)는 28일 ‘CBAM 도입이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CBAM은 EU가 탄소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수입품에 대해 EU 역내 생산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비용을 CBAM 인증서 구매를 통해 부과하는 제도이다. CBAM은 지난해 10월부터 전환기간이 시작되어 2026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CBAM 인증서 구매 비용 10년간 누적 3조원 넘어설 것

보고서에 따르면,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은 ▲내재배출량(제품 생산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EU 배출권거래제도 내 무상할당량(탄소배출기업이 무상으로 배출 가능한 탄소량)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부담한 탄소비용에 따라 결정된다. 

보고서는 철강품목을 대상으로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을 추정하였는데, 시행초기인 2026년에는 851억 원 수준이나 2030년 이후 빠르게 증가하여 2034년부터 연간 5500억 원을 상회하여 10년간 누적금액이 3조를 넘어설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 이후 비용 증가 폭이 큰 이유는 EU가 2030년부터 무상할당을 급격히 줄여 2034년에 유상할당 비중을 100%로 높이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박경원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제시한 비용은 CBAM의 도입으로 가장 큰 재무적 부담을 지닐 철강산업이 부담해야하는 인증서 가격만을 의미하며, 추후 철강 외에도 알루미늄 등 다른 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인증서 비용과 이들 산업의 생산품을 중간재로 활용하는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고려한다면 CBAM 도입으로 인한 산업계의 부담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철강산업, 높은 전방연쇄효과...CBAM 비용으로 산업 위축되면 타산업에도 악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은 ▲내재배출량(제품 생산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EU 배출권거래제도 내 무상할당량(탄소배출기업이 무상으로 배출 가능한 탄소량)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부담한 탄소비용에 따라 결정된다. 

국내 철강산업은 조강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6위, 수출규모 기준으로 세계 3위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주력산업이며, 국내 타산업의 중간재로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전방연쇄효과가 큰 핵심 기간산업이다. 전방연쇄효과란 특정 산업의 생산활동 증가에 따라 그 산업의 생산품을 중간재로 이용하는 다른 상품의 생산이 증가하는 정도를 일컫는다. 

철강산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비금속광물제품, 금속가공제품, 전기장비, 운송장비, 기계 및 장비, 건설업 등에서 철강제품에 대한 중간재 수요가 크다.

한국은행의 투입산출표를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 철강산업이 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전방연쇄효과 1.52)은 전 산업(1.0)과 제조업 평균(1.05)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출의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제시하였는데 2023년 철강제품 수출을 통한 생산유발액은 약 101조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약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보고서는 만약 CBAM 본격시행으로 인해 철강업계 비용부담이 가중되어 생산활동이 위축될 경우, 다른 제조·서비스업 전반의 생산과 부가가치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은 저탄소제품 경쟁력 확보, 정부는 규제대응 적극 지원해야

보고서는 결국 CBAM 대응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철강 등 주요 제품의 내재배출량 자체를 낮추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EU에 수출하는 저탄소 제품 라인업 구축의 중요성과 저탄소 제품의 국내 시장 안착을 위한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를 위해 정부 역시 EU 그린딜 산업계획,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일본의 GX(Green Transformation)와 같이 기업의 기술혁신을 견인하고 대대적 투자를 창출 할 수 있는 국가주도의 산업경쟁력 강화 및 기술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고서는 2025년 이후 기업들은 EU 규정에 따라 탄소배출량을 보고해야하기 때문에 제품의 내재배출량에 대한 표준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연구주체에 따라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평가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의 배출량 보고가 충실하지 않다고 평가되면 다른 수출국의 평균 원단위를 적용받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보고서는 CBAM 인증서 구매부담을 낮추기 위해 우리나라의 무상할당비율을 낮추거나 탄소가격을 높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는“CBAM 인증서 비용은 한국과 EU의 배출권 가격 및 무상할당 수준의 차이에 비례하지만 CBAM 대응 목적으로 무상할당 비중을 EU 수준으로 조정한다면 EU에 수출하지 않는 기업이나 CBAM 대상이 아닌 제품에까지도 부담을 급증시킬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