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도 관세 폭탄 투하...중국산 전기차 수출 길 '첩첩산중'
캐나다,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 부과 결정 미국과 EU 이어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 명분 제시 중국의 맞대응 주목...EU 인사 "무역전쟁 각오"
[ESG경제신문=이진원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이번에는 캐나다가 자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중국산 전기차 주요 수입국들의 잇따른 관세 부과 조치가 실제로 시행되면 전기차 수출 길이 사실상 막혀버릴 수 있어 중국이 어떤 식으로 맞대응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맞대응 강도에 따라서 전기차를 둘러싼 글로벌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캐나다는 26일(현지시간) 중국산 알루미늄과 철강에는 25%, 중국산 전기차에는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는 10월 1일부터 시행되며, 특정 하이브리드 자동차, 트럭, 버스 및 배달 밴이 모두 대상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우리는 캐나다의 자동차 부문을 미래의 자동차를 만드는 글로벌 리더로 변모시키려고 애쓰고 있으나 중국 등의 국가가 세계 시장에서 불공정한 이점을 이용해 우리의 핵심 산업의 보안을 위협하고 헌신적인 캐나다 자동차 및 금속 노동자들을 자리에서 밀어내고 있다”면서 관세 부과 배경을 설명했다.
캐나다, 미국 따라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
대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수출 주도형 경제인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태양 전지, 철강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 왔다.
따라서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부터 미국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는 100%로 4배, 반도체와 태양 전지에 대한 관세는 50%로 2배 인상하고, 리튬이온 배터리와 철강을 포함한 기타 전략 상품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새로 부과하기로 하자 캐나다도 이번에 미국의 사례를 따르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및 기타 소비재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인해 중국 기업이 이익을 낼 필요가 없어 세계 무역에서 불공정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전 주중 캐나다 대사 가이 생자크는 CNBC에 “캐나다 수출의 75% 이상이 미국으로 향할 만큼 양국의 경제가 통합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캐나다는 미국의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뤼도 총리도 “우리가 전 세계의 다른 경제와 보조를 맞추면서 같이 움직이고 있다”면서 이번 결정이 미국 등의 움직임을 의식한 결정임을 시사했다.
다만 미국의 관세는 9월까지로 연기된 상태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중 기간 논의 결과에 따라서 관세 부과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사흘간 이어지는 설리번 보좌관의 방중 기간 중에 중국은 전기차 관세 부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날 예정인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EU도 관세 올려
유럽연합(EU)도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보다는 낮지만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새로운 관세 부과를 발표한 상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업계에 대한 중국의 보조금이 불공정하며, EU의 자동차 제조업체에 중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걸 높은 관세 부과의 이유로 들었다.
지난주 EU가 발표한 결정 초안에 따르면 상하이자동차(SAIC)가 만든 전기차는 36.3%의 추가 관세를, 지리자동차 홀딩스와 비야디(BYD) 전기차는 각각 19.3%와 17%의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만든 전기차에 대해 9%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받는다. 당초 20.8%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었으나 9%로 낮춰졌다.
이 같은 관세 부과는 10월 31일까지 27개 EU 회원국 과반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되면 새로운 관세는 향후 5년 동안 효력을 유지한다.
보복 다짐한 중국의 대응에 주목
이처럼 자국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가 잇따르면서 중국이 어떤 대응 내지는 보복에 나설지 주목된다.
중국은 과거 캐나다 당국이 미국의 범죄인 인도 영장에 따라 명완저우 화웨이 통신기업 부회장을 밴쿠버에서 체포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캐나다산 카놀라 종자의 수입을 3년 동안 제한한 바 있다. 멍은 2021년에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러한 과거 보복 전력을 감안했을 때 중국이 이번에도 캐나다에 대한 보복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캐나다에 두 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이다.
생자크 전 주중 캐나다 대사는 “캐나다가 다른 산업에서도 중국의 보복을 예상할 수 있다”면서 “보리와 돼지고기는 중국이 다른 나라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캐나다로부터 수입을 중단할 후보 품목”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EU에 대해서도 보복을 다짐했다. 중국은 EU의 관세 부과 소식이 알려진 직후 EU의 관세가 ‘보호주의적’이며 증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하면서 중국 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자동차제조업협회(CAAM)도 “징벌적 관세 개정안이 중국의 EU 내 사업과 투자에 막대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중국은 이후 곧바로 유제품에 대한 EU 보조금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시작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8월 21일부터 시작된 조사는 신선 치즈, 두부, 블루 치즈, 우유, 크림 등 수입 유제품 품목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조사는 12개월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EU의 유제품 보조금에 대한 조사는 새로운 수입 관세 부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은 6월 초에 주로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에 영향을 미치는 EU산 돼지고기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시작했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주 초 스페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뛰어들고 싶지 않지만 피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것은 또한 세상의 이치이기도 하다”면서 무역전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