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차 강세에 배기가스 정화 '백금족 금속' 수요도 날개 달아

올 상반기 순수 전기차 판매 11%느는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44% 급증 하이브리드 차량, 내연기관 배기가스 정화하는 백금족 금속(PGM) 필요 PGM 수요 역대 두번째...하이브리드 100만대 늘면 PGM 15만 온스↑

2024-09-10     김연지 기자
광업회사 앵글로아메리칸의 남아공 북동부 모갈라퀘나 백금 광산의 모습. 사진=연합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전기자동차 판매가 둔화되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백금족 금속(Platinum Group Metals, PGMs) 수요도 장밋빛 미래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면 석탄의 수명이 연장되는 것과 유사하게 향후 몇 년간 PGMs의 수요가 예상치 못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주로 전기와 내연기관을 모두 사용하는 차량을 일컫는다. 

PGMs는 로듐, 팔라듐, 백금 등을 일컬으며, 이들은 차량의 배기 시스템에 설치돼 일산화탄소(CO)와 같은 유해 배출물을 덜 유해한 배출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순수 배터리 구동 전기차는 차량의 배기가스 정화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는 내연기관이 장착돼 있기 때문에 배출되는 배기가스를 정화할 수 있는 PGMs가 필요하다. 

순수 전기차 11% 판매 증가할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44% 급증

전기차 시장조사 업체 로 모션(Rho Motion)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전세계 순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11%로 둔화된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판매는 44% 급증했다. 순수 전기차의 경우 2022년 상반기 판매량이 77%나 급증했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가장 큰 판매 증가율을 보인 분야는 중국산 PHEV로,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대비 70% 급증했다. 미국 컨설팅 기업 알릭스 파트너스(Alix Partners)는 지난 2022년 5%였던 PHEV의 글로벌 점유율이 2030년에는 12%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알릭스 파트너스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에서 전기차를 구매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 80% 이상이 순수 전기차가 아닌 PHEV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릭스 파트너스의 PGM 이사 윌마 스와츠는 PHEV는 일반 가솔린 차량보다 약 10~15% 더 많은  PGMs가 필요하기 때문에 PGMs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상 차가운 엔진에서 시동을 걸 때 배기가스 배출이 더 심한데, 특히 PHEV의 가솔린 엔진은 사용 빈도가 낮기 때문에 차가운 상태에서 작동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전기차 판매 급증으로 PGMs 수요 감소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던 대표적인 백금 광산기업 ▲앵글로 플래티넘 ▲임팔라 플래티넘 ▲시반예 스틸워터와 같은 생산업체들도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의 확대가 2030년 혹은 그 이후까지 지속되어 PGMs가 필요한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컨설팅 기업 메탈 포커스(Metals Focus)의 PGM 담당자 윌마 스와츠는 “하이브리드로의 전환은 PGM 산업의 장기적인 수요에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PGMs 전문업체 존슨 마디(Johnson Matthey)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자동차 PGMs 수요는 8% 증가한 1310만 온스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라고 분석했다. 스와츠는 “배기 시스템이 필요한 자동차가 100만 대 추가될 때마다 약 15만 온스의 PGMs 수요가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더 많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하기 위한 경로 변경에 돌입했다. 지난 5일 스웨덴 자동차 제조업체 볼보(VOLVO)는 순수 전기차 수요 약화를 이유로 2030년까지 전세계 판매량의 100%를 순수 전기자동차로 구성한다는 기존 약속을 뒤집고, 90~100%를 전기차로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순수 전기자동차와  PHEV이 함께 포함된다. 사실상 순수 전기자동차와 함께 PHEV 생산도 확대·유지하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