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추락 끝내려면...“주주 권리 강화하고 의결권 적극 행사해야”

한국 증시 선진국 중진국 통틀어 최악의 성과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등 투자자보호 장치 필요

2024-09-12     김도산 기자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도산 기자] 날로 심해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로 주식 투자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침체는 한국 경제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그 해법으로 제시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금융당국과 시장 전문가들이 모여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12일 금융감독원·국민연금공단·한국거래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기관투자자의 투자가 실질적으로 확대되고,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따라 주주로서의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며 "금감원은 기관투자자의 독립적인 의결권 행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공적연금의 자국 시장 투자 확대가 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일본 밸류업 정책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며 "자본시장 투자저변 확대를 위해 장기 투자 주체로서 연기금과 운용사의 책임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증시, 최악의 장기 투자 성적표

국내 증시의 부진은 지표로 제시됐다. 토론에 나선 박유경 APG 전무는 "한국 증시는 저평가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상황"이라며 "지난 30년간 코스피지수가 국내총생산(GDP) 만큼 성장했다면 현재 6000을 넘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23년까지 30년 간 미국의 GDP가 4배 성장하는 동안 S&P500지수는 10배 뛰었다. 같은 기간 한국 GDP는 7배 성장했으나, 코스피지수는 3배 오르는 데 그쳤다. 일본은 GDP가 3.5배, 닛케이지수도 3.5배로 비슷하게 성장했다

또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주식 비중은 2004년 약 17%에서 현재 13%로 뒷걸음질쳤다. 그 사이 대만 주식의 주식 비중은 각각 12%에서19%로 커졌다. 

박 전무는 한국 주식 저평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일반 주주의 권리가 무시당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전통 산업과 IT를 비롯한 신산업이 잘 어우러진 좋은 시장으로 이런 평가를 받을 시장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한국 주식시장이 주주의 기본 권리 보호를 안 해준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이사회에 주주를 위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상법에) 명시하면 좋겠다”고 했다.

아마르 길 ACGA(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사무총장도 “이사회가 주주를 대신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국회의 상법 개정이 이사의 충실의무가 본질에 부합하는데 중요한 단계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주주총회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미국은 임원 보상을 주주총회에서 직접 승인받는 구조인데, 한국은 보수 한도만 승인받고 있다”며 “임원 보수 한도를 왜 그렇게 정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어 회사가 알아서 정하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밸류업 계획을 경영진 보상과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계획대로 기업 가치가 개선되면 임원이 보상을 많이 받고, 그렇지 않으면 적게 받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은 “기관투자자가 의결권을 충실히 행사하는데 주주총회 분산 개최는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정책 당국이) 개선 방안을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퇴직연금 등을 자본시장으로 불러올 세제 혜택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박철우 신한금융지주 IR파트장은 “국내 퇴직연금 자금이 매년 15%씩 늘어나고 있지만, 90%가 원금보장 상품에 몰려 있다”며 “이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파격적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