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부터 소매점 비닐봉지사용 전면금지...캘리포니아 초강수 이번엔?

개빈 뉴섬 주지사, 소매점 비닐봉지 사용 전면금지 법안 서명 2014년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보다 더 강화된 조치 2026년 1월부터 슈퍼 등서 종이봉투만 사용 가능 누리꾼들 "세상에 도움될 것" VS "플라스틱 포장은 왜 안 막나"

2024-09-23     이진원 기자
2013년 10월 25일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한 길가에 비닐봉지가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ESG경제=이진원 기자] 개빈 뉴섬 주지사가 23일 식료품점에서 모든 비닐 쇼핑백(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는 새로운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2026년 1월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영업 중인 슈퍼마켓 등 소매점 식료품점 계산대에서는 더 이상 비닐 쇼핑백을 볼 수 없게 됐다.

캘리포니아는 이미 2014년부터 슈퍼마켓 등 소매점에서 얇은 일회용 비닐 쇼핑백 사용을 금지해왔다. 하지만 버려지는 비닐 쇼핑백 양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자 이처럼 ‘전면 사용 금지’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00명 당 버려지는 비닐 쇼핑백 양이 일회용 비닐 쇼핑백 사용 금지가 시행되기 시작한 2014년에는 연간 4.08kg였지만 2024년에는 아이러니하게도 5.89kg로 더 늘어났다.

슈퍼마켓 등 소매점에서 얇은 일회용 비닐 쇼핑백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았지만 재사용과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두꺼운 비닐로 만든 쇼핑백은 구매가 가능하다 보니 빚어진 결과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후자의 쇼핑백 이용을 늘린 후 재사용과 재활용하지 않고 버리는 바람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치인들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식료품점에서 비닐 소핑백 사용 전면 금지

하지만 바뀐 법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년 뒤부터 식료품점에서 구매한 물건을 오로지 종이봉투에만 담아 집으로 갖고 갈 수 있다. 단, 고기처럼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식품을 포장하는 데 사용하는 비닐봉지는 여전히 사용할 수 있다.

본 법안의 지지자 중 한 명인 캐서린 블레이크스피어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민주당)은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이 비닐봉지를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지 않아 이 법안을 지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10년 전에 통과된 비닐봉지 사용 금지법이 전체 비닐 사용을 줄이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말 그대로 플라스틱 쓰레기로 지구를 질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람들은 평균 12분 동안 비닐봉지를 사용해 식료품을 집으로 가져가는데, 이 비닐봉지는 수백 년 동안 환경에 남아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토양과 수로, 그리고 우리 인체를 오염시킨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는 환영

환경단체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오세아나는 “일회용 비닐 식료품 봉지로부터 캘리포니아의 해안선, 해양 생물,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법안에 서명한 뉴섬 주지사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오세아나의 플라스틱 캠페인 책임자인 크리스티 리빗은 “식료품점 계산대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캘리포니아가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 위기를 해결하는 데 확고히 확장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환경 옹호 단체인 환경미국연구정책센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 내 12개 주에서는 이미 주 전체에서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28개 주에 걸쳐 수백 개의 도시에서도 자체적으로 이와 같은 조치를 시행 중이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2014년에 주 전역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이후 2016년 주민투표에서 유권자들에 의해 재확정됐다.

캘리포니아 공익연구그룹은 새로운 법이 마침내 원래의 비닐봉지 금지의 의도에 부합한다면서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 단체의 젠 엥스트롬 이사는 “비닐봉지는 환경 오염을 유발하고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식수를 오염시키고 건강을 위협한다:면서 ”캘리포니아주 주민들은 거의 10년 전에 우리 주에서 비닐 식료품 봉투 사용을 금지하기로 투표했지만, 이 법은 분명히 재검토가 필요했는데, 이날 주지사의 서명으로 캘리포니아는 마침내 식료품 계산대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기대 반 우려 반

캘리포니아 공공정책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캘리포니아 주민 10명 중 8명은 대부분 플라스틱과 해양 오염 문제를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누리꾼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였다.

야후파이낸스에 올라온 캘리포니아의 비닐 쇼핑백 사용 전면 금지에 관한 기사 댓글에서 세이지라는 누리꾼은 ”사람들이 (비닐봉지를 안 쓰는 데) 익숙해지면 세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십여 년 전에 중고품 가게에서 구입한 세탁 가능한 캔버스 가방을 지금도 사용한다. 헌혈할 때 두 개를 받았는데, 몇 번이고 다시 세탁할 수 있고(건조기에 넣으면 줄어들지만), 수선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플라스틱보다 튼튼해서 사용하기 좋다“고 말했다.

월터라는 누리꾼은 ”플라스틱 물병과 플라스틱 우유병 등 식료품점에서 파는 많은 제품이 플라스틱 포장을 쓰고 있는데 그건 되지만 왜 비닐봉지만 사용을 막는지 모르겠다. 대체 기준이 뭐냐“며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다.

환경 오염을 걱정하는 시대가 된 게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알렉스라는 누리꾼은 ”식료품점에 비닐 쇼핑백이 없었고 우유 배달원이 유리병에 우유를 가져오고 농부들이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았던 시절이 그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