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ESG시대 열자] 지속가능경영의 창조적 진화...한국도 'ESG 2.0'시대를

국내 수출기업 52% “ESG 경영 미흡으로 계약 파기가능성 높다” 응답 ESG, 기업경영 걸림돌 아니라 혁신과 변화의 기회임을 깨달아야 한국에도 ESG 2.0 전개하는 기업 점차 늘어...새로운 사업기회 창출

2024-10-04     ESG경제
기업의 미래 지향점으로 떠오른 ESG경영.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ESG공시 로드맵 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기어가는 사이에 글로벌 ESG시장은 벌써 저 멀리 뛰어가 우리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다.

바야흐로 세계 주요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ESG에 대한 기본 체계 구축이나 내재화,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 등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을 넘어, ESG를 새로운 투자와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ESG를 의무가 아닌 기회로 보는 시대 도래

ESG를 마지못해 따라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 삼아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 학계와 언론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이러한 양상을 ESG 2.0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ESG를 의무가 아닌 기회로 보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기업 단위의 활동 측면에서는 ESG 1.0이 단순히 환경 보호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선언적 차원의 활동이었다면, ESG 2.0은 이를 비즈니스화 하여 실질적이고 체계적으로 한 단계 발전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ESG 1.0은 기업이 ESG 경영을 도입해 조직체계와 경영지표를 만들고 내재화시키는 시기라면 ESG 2.0은 ESG 경영이 재무적 성과로 이어지는 시기다. 이때는 기업 핵심가치와 직결되는 ESG 경영 이슈를 발굴하고, 기업에 맞는 ESG 경영지표를 선택과 집중해 고도화해야 한다.

ESG 2.0은 환경적, 사회적, 지배구조적 요소들이 단순히 기업 이미지 향상이 아닌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성과에 깊숙이 연결되도록 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도모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를 높이는데 활용한다.

ESG 1.0과 달리 ESG 2.0에서는 ESG 요소들이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 깊이 통합되어 단순한 CSR 활동과는 달리,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경영 전략으로 인식된다.

또한 ESG 2.0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과 근거 자료의 투명 공개가 요구되고, 주주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직원, 고객,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반영한 경영 성과들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ESG 요소들, 기업의 혁신과 성장 촉진할 수 있는 기회 제공

ESG 2.0은 단순히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ESG 요소들이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인식한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 대응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친환경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ESG 2.0을 적극적으로 기업 가치 상승에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은 이미 많다. 친환경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일찍부터 ESG 2.0의 개념에 충실하여 친환경 혁신과 사회적 책임을 비즈니스 모델에 깊숙이 통합한 사례로 유명하다.

자사 제품의 약 70%를 재활용 소재로 만들며, 모든 생산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고객들에게 제품의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여 의류의 수명을 연장시켜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는 순환 경제 모델을 실천한다. 또한 공정 거래 인증을 받은 공급 업체들과 협력하는데 이것은 ESG 실적과 동시에 브랜드 가치 상승의 최고의 전략이기도 한다.

스타벅스는 공급망 내에서 지속가능 농업을 채택하고, 탄소 배출과 물 소비를 혁신적으로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결국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더불어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ESG 2.0시대에는 원청 대기업의 ESG경영 요구가 공급망 기업에 압박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애플은 전 세계 공급망 협력회사에 RE100(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 제품 생산을 요구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탄소배출량 공개를 요구하는 행동강령을 제정해 공급업체에 요구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걱정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2년 국내 수출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ESG 실사 대응 현황을 조사한 결과, 52%가 “ESG 경영이 미흡해 향후 EU 등 외국의 원청 기업과 맺은 계약이나 수주가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ESG 2.0은커녕 ESG 1.0에 겨우 머물거나 ESG 0.5로 뒷걸음치는 한국 기업이 많다. 이들에게 ESG는 귀찮은 경영 트렌드이자 규제이며 비용 유발 요소로 인식된다. 하루속히 ESG가 기업 경영의 걸림돌이 아니라 혁신과 변화의 절호의 기회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게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뚫고 살아남을 길이다.

물론 한국에도 슬기롭게 ESG 2.0를 전개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사업 기회들이 창출되고 관련 투자 시장 뿐 아니라 서비스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기후기술 등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도 탄생 중이다. 이런 기업들은 다음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박희원 넷제로홀딩스 대표

#박희원은 기업 및 지자체 등의 탄소중립, RE100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넷제로홀딩스그룹 대표다. 속초 등 지자체, 다수 대기업, 중소기업의 넷제로 전략을 자문하고, 현장의 ESG 실무자들을 위한 넷제로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공학박사(에너지자원공학) 학위를 땄다. '풀뿌리 ESG'를 주제로 ‘ESG경제’에 칼럼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