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EU발 탄소국경세 적극 대응…유럽과 탄소가격 격차 축소 모색

배출권 거래제로는 불충분, 필요시 탄소세 신설도 검토. 현재 톤당 20유로인 배출권 가격, EU의 60유로 수준에 턱없이 미달

2021-07-17     이신형 기자
사진=픽사베이

[ESG경제=이신형기자] 정부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 과세 면제국 지위를 얻기 위해 유럽과의 탄소 가격 격차를 줄이고 무료 탄소배출권 대상 업종을 조정하는 등 대응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일단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을 고려할 때 EU 탄소국경세 과세액을 줄이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유럽연합보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느슨한 나라의 상품에 과세하는 일종의 관세다. 따라서 2026년까지 보완한다 해도 한국의 탄소 배출 규제가 유럽연합보다 여전히 약해 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이렇게 되면 국내에도 탄소세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탄소 배출 기업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해 한국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 비용을 높이면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 부과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세금을 내느니 국내에서 세금을 내는 게 낫다는 견해를 반영한 조치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6일 <ESG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탄소국경세 관련해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협상하고 있는데,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이나 그린뉴딜 정책, NDC 상향 등을 강조하면서 면제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협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탄소배출권거래제를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는 나라가 유럽연합과 한국, 중국뿐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도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연방정부가 아닌 주 정부 단위로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16일부터 상하이 환경에너지거래소에서 본격적인 배출권 거래가 시작됐다.

하지만 유럽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총괄하는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 수석부집행위원장은 지난 7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체로 산업계는 배출권거래제에 익숙해졌다. 탈탄소 필요성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감축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출권거래제 시행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그는 다만 한국이 NDC를 분명히 제시한다면 한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탄소 가격 인상 등 배출권거래제도 정비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26년 시행 전까지 배출권 관련 규제도 정비할 계획”이라며 “(유럽연합과의) 배출권 가격 격차를 줄여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연말까지 상향 조정해 발표하기로 한 국가별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내놓을 때 배출권 가격 인상과 무상배출권 대상 업종을 조정하는 등 탄소배출권거래제도 정비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탄소배출권은 유로로 환산하면 톤당 20유로 정도로 배출권 가격이 가장 높게 형성돼 있는 유럽연합의 58유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본 탄소가격제를 제안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의 경우 톤당 75달러(8만5600원, 65유로)를 기본 가격으로 제시했다. 고소득 신흥국은 50달러, 저소득 신흥국은 25달러가 기본 가격으로 제시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규제 수준의 차이로 한국 상품에 탄소국경세가 부과된다면 “우리가 걷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며 탄소세 도입 가능성도 내비쳤다.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펀드매니저도 최근 한 언론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 면제 대상국이 되려면 “아마 유럽과 비슷하고 납득할 수 있는 규제가 있어야 인정을 받지 않을까”라며 “우리나라도 탄소세를 부과하면 세금을 유럽에 내지 않고 우리나라에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세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최근 G20 재무장관회의가 끝나고 발표된 성명에서 탄소가격제를 언급한 것도 탄소세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탄소가격제는 탄소세와 함께 탄소배출권거래제, 탄소국경세 등 배출된 탄소에 가격을 부여하는 규제수단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다.

정부는 지난 4월 조세연구원과 산업연구원, 환경연구원, 교통연구원, 에너지정책연구원 등 관련 국책연구기관에 탄소세 도입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