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바이든 행정부의 ESG 정책과 현대화폐이론(MMT)
탄소배출제로 등 정책을 위해 막대한 재정 소요. MMT를 활용하기 시작할 가능성 커
[김영익 ESG경제연구소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공약으로 ‘2050년 탄소배출 제로화’정책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재임 4년간 기후변화 대응을 중심으로 2조 달러를 투자하고, 연 300만대 규모의 정부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소득불균형과 사회 양극화의 해소를 위해 정부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이미 미국의 재정적자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조명을 받게된 것이 ‘현대화폐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이다. 한마디로 바이든 정부가 환경, 사회 등 ESG와 관련한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결국 MMT를 활용하게 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MMT란 무엇인가?
MMT는 스테파니 켈튼 뉴욕주립대 교수가 주창했다.그는 바이든 캠프의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해 관심을 끌었다. 그의 뒤를 이어 래리 랜덜 레이 미주리 대학 교수가 정교하게 가다듬었다. 그의 책은 한국에도 ‘균형재정정론은 틀렸다’(원제, Modern Monetary Theory)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화폐가 애초에 물물교환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거래 당사자들이 고안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MMT 지지자들은 화폐를 '공권력이 생산물과 서비스를 유통시키기 위해 만들어 낸 증서(Charta)'로 정의하고 있다. 국가가 법정화폐로 세금을 걷는 이상 납세자들은 그 화폐를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MMT 지지자들은 정부 지출은 조세보다 선행하는 독립적 행위이므로 단기적 균형재정의 압박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MMT 이론을 정교화한 랜덜 레이 교수는 ‘일자리 보장제'(Job Guarantee)를 제안하고 있다.
정부 재정으로 공공부문에서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경기침체 등으로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가 줄어들면 공공부분에서 고용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마지막 대부자인 것처럼 정부는 일자리의 최종 공급자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헤지펀드 업계 대부로 알려진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도 MMT가 통화정책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통화정책의 주요 수단은 금리와 통화량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주체의 소득 불균형을 오히려 더 심화시킬 수 있다.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부자들의 부(Wealth)만 더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저금리는 가계 소득을 기업 소득으로 이전시켜 가계를 상대적으로 가난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전통적으로 가계는 은행에 저축한 돈이 대출한 돈보다 많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질수록 가계의 이자소득은 줄어든다.
달리오는 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보다는 정부가 돈을 찍어내 필요한 곳에 쓰면, 소득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생산성을 제고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목소리 불구하고 실행할 가능성
MMT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MMT가 공짜 점심이다’라는 것이다. 공짜가 만연하면 경제와 시장의 기본 룰이 무너진다.
둘째, MMT는 정부가 화폐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가 늘어나도 파산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지만, MMT 반대론자들은 일부 남미 국가나 그리스 사례에서 보았던 것처럼 정부 부채가 크게 늘어나면 결국 재정위기를 겪게 된다고 주장한다. MMT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미국 또한 언젠가는 이 때문에 위기를 자초할 것이란 지적이다.
셋째, 통화 공급이 늘어나면 시차를 두고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통화적 현상이다”고 했다.
넷째, 구축효과이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MMT 지지자들은 이런 부정적 효과보다는 긍정적 측면을 더 강조한다. 특히 물가에 대해서 의견이 다르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이 통화 공급을 크게 늘렸는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나 유럽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를 통해 대규모로 돈을 찍어냈어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큰 정부’를 추구하고 있다. 앞으로 들어설 바이든 정부의 핵심정책 목표는 ‘중산층 회복을 통한 안정적 성장’이다. 우선 재정정책을 통한 소득 불균형 해소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28%로 올리고, 개인소득세 최고세율도 37%에서 39.6%로 인상해서 마련한 재원을 소득 불균형 해소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ESG관련 정책 등에 들어가는 재원을 감당하긴 힘들 것이다. 바이든은 결국 MMT라는 칼을 빼들 것인가?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 시장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터무니 없는 이론이라고 외면하지 말고, 나름 대비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