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ESG 5대 키워드 ... '악화' '생물다양성' '쇼잉' '거품' '정보'
ESG경영 표방하는 기업 급증하고 정보 홍수. 기후변화 넘어 생물다양성 국제협햑 논의
[ESG경제] 2020년은 ESG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폭발한 해였다. 코로나 팬데믹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환경 및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 소득 및 사회 양극화의 심화 등은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ESG경영을 앞다퉈 표방하도록 만들었다.
지구와 사회가 망가지면 기업도 생존하기 힘들다는 절박한 인식에서다. 과거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활동과 2020년 확산한 ESG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위기감에 바탕을 두고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기업 내 CSR, IR, 커뮤니케이션 등 조직은 ESG 타이틀로 통합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 CEO들은 내년 경영계획을 발표하면서 ESG를 핵심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각국 정부도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탈탄소, 그린뉴딜 등 ESG 관련 어젠다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ESG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2021년에 ESG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EU, UN 등 국제기구와 MSCI 등 전문기관 등이 제시하는 트렌드를 키워드 방식으로 정리해본다.
ESG경제가 선정한 '2021년 ESG 키워드'는 ①악화 ②생물다양성 ③쇼잉 ④거품 ⑤정보 등이다.
기후변화와 사회양극화는 계속 악화
코로나 팬데믹은 2021년에 점차 가라앉을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의 투입으로 하반기부터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시작할 전망이다. 경제는 서서히 살아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제조업 공장들이 가동률을 높이면서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등의 문제는 다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가 다시 한국 하늘을 뒤덮기 시작한 게 단적인 예다.
코로나19로 깊어진 소득과 사회의 양극화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4차산업혁명과 연계하면서 기업들은 이미 인력감축, 인공지능, 언텍트, 초연결 방식으로 새로운 생산 및 유통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코로나19가 이를 가속화시켰는데, 코로나가 가라앉는다고 다시 과거로 돌아갈리는 없다.
자영업과 중산층의 추락은 정도가 좀 완화될 뿐이지 계속될 공산이 크다. 기업들에겐 양날의 칼이다. 생존을 위해 이런 추세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ESG경영에도 적극 나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 민간이 손잡고 새로운 혁신 전략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신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너무 먼 얘기다.
기후변화에 더해 생물다양성 협약 논의
ESG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논의는 그동안 탄소제로 등 기후변화에 집중돼 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몽니로 헛바퀴를 돌던 파리기후협약은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으로 다시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더해 급부상한 환경 이슈가 바로 생물다양성의 보존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도 자연생태계 파괴에 따른 생물다양성 훼손으로 야생동물과 인간이 밀접 접촉하면서 야기된 일이다.
국제사회는 날로 심각해지는 생물다양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2021년에 제 15차 ‘생물다양성협약 총회’를 중국 쿤밍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세계 각국 정상은 지구 생물다양성 목표를 결정하고, 각 국가별로 측정가능한 실행계획을 세우는 협약을 모색하게 된다. 이 회의가 2015년 파리 기후협약처럼 생물다양성 이슈에 관한 결정적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너도나도 ESG 표방, '쇼잉' '워싱' 논란
2020년을 분깃점으로 ESG경영의 봇물은 터졌고, 2021년에도 물줄기는 거세질 것이다. 너도나도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착한 기업' '따뜻한 기업'이 되겠다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착하게 살자고 다짐하고 행동을 가다듬다 보면 저절로 착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력한 의지만 가지면 가장 먼저 실행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에는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겉으로 폼나는 '환경보호' '사회책임' 등을 외치는 기업이 너무 많다. 아무래도 표리부동이다.
ESG의 으뜸이자 기본은 'G'다. 기업지배구조가 민주적이고 투명해야 광범한 이해관계자들의 진정성 있는 협력을 이끌며 'E'와 'S'를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왕적 의사결정구조 아래서 이사회 사외이사들은 거수기 노릇을 반복하는 가운데 내부 직원과 외부 협력업체 등에 갑질을 일삼는 기업아 아직 다수다. 이들 중에서 유행따라 ESG경영을 표방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한마디로 '쇼잉'이자 '워싱(위장술)'이다.
가면 쓴 ESG경영 기업들이 2021년에는 더 크게 늘어날 것이고 그 가면이 이런저련 사유로 벗겨질 때 사회적으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ESG투자 거품 주의보, ESG가치 훼손 우려도
ESG가 확산되는데는 주식시장의 투자열기도 한몫했다. 환경과 바이오, 배터리, 전기차 등의 테마가 ESG로 포장되면서 이제 일반 개인투자자들도 ESG에 매우 친숙해졌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ESG테마 기업들이 과연 진정성을 갖고 ESG경영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환경,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의 기업 중 그저 업종만 그렇다 뿐이지 ESG경영에 별 관심이 없거나 거꾸로 가는 사례도 많다.
ESG테마 주식이나 펀드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도 ESG 그 자체의 성적 때문이라고 보긴 힘들다. 정부의 정책지원 자금이 집중되고, 4차산업혁명 등에 편승해 상대적으로 스마트한 미래 스토리를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ESG테마 주식들에는 거품이 끼어있거나, 거품을 급속히 키우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내년에 어떤 계기에선가 거품이 터질 가능성은 크다. 물론 그 중 알짜는 거품을 털고 다시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로 접어들면서 주가도 회복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닷컴버블의 붕괴 때 처럼 적잖은 기업들이 회복 불능의 수렁이 빠질 수 있다. 투자자들은 그저 ESG테마만 볼 게 아니라, 진정성 있게 ESG경영을 하고 있는지, 설사 그렇다 해도 과도하게 주가가 오른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정보 넘치지만 진정성 담긴 알짜 정보는 부족
ESG경영의 진정성과 지속성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정보의 공개와 평가를 요구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에 호응해 ESG 관련 정보공개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기업들이 홍보성 생색내기 정보 공개에 치중할뿐 정작 중요한 알짜정보의 공개는 꺼리고 있다는 불만이 여전하다.
ESG평가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투자자 등에 도움이 될 여러 평가지표들을 내놓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 역시 대부분 해당 기업들이 내놓는 정보를 이렇다 할 검증없이 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평가 항목이 대부분 주먹구구식 정량지표들이라 홍보에 강한 대기업들은 얼마든지 해당 지표들을 좋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배구조와 관련해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등 정성적인 핵심 지표들의 실체적 파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EU 등 국제사회에선 기업의 ESG 관련 정보공개 항목을 적시해 의무화하는 동시에 기업회계기준에까지 반영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ESG 정보공개와 평가는 2021년에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