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 목표 국내 기후대응 시나리오는...‘40년 재생에너지 비중 80%
한은‧금감원‧기상청, 공동 기후대응 시나리오 분석 공개 ‘30년 탄소 가격 150달러...석탄 발전 2040년 1%로 축소 1.5도 대응 과정서 국내 GDP 2100년 10.2% 감소 효과 장기적으론 기술발전과 기후피해 축소로 경제 회복력에 기여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한국이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기로 한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경우 발전부문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의 5%에서 2040년 80%까지 커질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석탄 발전은 2020년 38%에서 2040년 1%로 축소되고 가스발전은 같은 기간 동안 27%에서 3%로 축소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술발전에 따른 재생에너지 설비 가격 하락과 함께 화석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비용 상승으로 화석연료 공급이 축소되고 재생에너지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탄소 가격은 현재의 1만1000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서 2030년 150달러(약20만7000원), 2050년에는 650달러(약89만7000원)까지 올라가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2020년 기준 6억톤인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 4.1억톤으로 32% 감축해야 하고 2050년에는 마이너스 0.7억톤으로 110% 감축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탄소포집저장(CCS) 기술로 제거되는 탄소량은 2035년부터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CCS 설비가격 하락과 함께 탄소가격 상승에 따른 CCS 활용의 상대가격 하락으로 2035년부터 CCS가 점차 상용화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기상청은 기후변화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을 공동으로 실시하고 5일 이같은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시나리오 분석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기후행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미래의 온실가스 배출량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다. 기후변화 리스크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리스크라서 과거 통계나 기존의 계량분석모형 등으로 위험의 크기를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후 위험 평가에서 미래에 발생 가능한 기후변화 리스크의 진행 경로를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시나리오별 영향을 측정하는 시나리오 분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만든 지속가능성공시(ESG공시)기준을 비롯한 주요국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도 공시 대상 기업에 시나리오 분석을 요구한다.
시나리오 분석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와 국제에너지기구(IEA), 녹색금융협의체(NGFS)의 3개 시나리오가 가장 널리 쓰인다. IPCC의 시나리오는 물리적 리스크에 좀 더 주목하고 IEA는 전환리스크에 좀 더 중점을 두는 특징이 있다.
국내 3개 기관의 이번 국내 기후변화 대응 경로는 기본적으로 NGFS가 제시한 경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NGFS는 4개 유형의 7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질서있는 전환(orderly transition)’ 시나리오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넷제로 2050) ▲67%의 확률로 기온상승을 2℃ 미만으로 억제(2도 미만) ▲중대한 행동 변화와 함께 탄소 가격제와 기술 발전에 따른 에너지 수요 감소로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에 대한 경제적 압력 완화(수요 감소)등의 3개 세부 경로로 이루어져 있다.
다음 유형은 ‘무질서한 전환(disorderly transition)’ 시나리오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아 기온 상승을 2℃ 미만으로 억제하려면 강력한 정책 수단이 필요한 시나리오다.
세 번째 유형은 ‘지연(too late)’ 시나리오다.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지연되고 국가별로 다르게 이행돼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이 동시에 커지는 시나리오다. 넷제로 달성을 약속한 나라가 목표의 80% 정도만 달성하고 다른 나라는 현재의 전환 정책을 유지하는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네 번째 유형은 온실세계(hot house world) 시나리오로 ▲현재와 같은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유지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s) 시나리오와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흐름이 이어지는 현행정책(Current Policies) 경로로 이루어져 있다
국내 3개 기관은 이중 실현가능성이 높고 정책비교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질서있는 전환 시나리오의 2050년 탄소중립 달성 경로와 67%의 확률로 2도 기온 상승을 2도 미만으로 억제하는 경로, 무질서한 전환 경로, 온실세계 시나리오의 현행정책 경로의 4개 경로를 선택해 분석했다.
한은 등은 이번 시나리오는 NGFS 시나리오와 몇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된다고 밝혔다. “국내 산업구조를 반영해 업종별 기후 리스크 영향을 측정, 제시”했고 “한국의 국지적 특성을 반영한 기상청의 기후변화 전망을 바탕으로 실물경제 영향을 측정”하는 한편, "해외에서 발생한 기후 리스크가 국내 경제에 파급되는 영향을 명시적으로 반영“하는 차별화를 이뤘다는 설명이다.
한은 등이 제시한 시나리오는 NGFS가 제공하는 방법론에 따라 전환 리스크 변수에 해당하는 탄소가격 및 재생에너지 보급 등을 추정했다.
(그래프) 탄소배출량 추정
(그래프) 탄소가격 추정
(그래프) 전력 믹스와 탄소포집기술 활용 추정
21세기말 연평균 기온 현재대비 2.3도 상승 전망
물리적 리스크는 기상청의 국가 기후변화 표준시나리오를 통해 추정했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표준시나리오는 기온과 강수량 등 총 6가지 기후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산출 기간은 2021년부터 2100년까지다.
기상청의 표준시나리오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서 제시한 공통사회경제경로(Shared Socioeconomic Pathway, SSP)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2050년 넷제로 달성을 통해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억제하는 SSP1-2.6 ▲기온 상승 폭이 2도를 넘는 SSP2-4.5 ▲기온 상승이 3도를 넘는 SSP3-7.0 ▲최악의 경우로 기온 상승이 4도를 넘는 SSP5-8.5의 4개 표준 경로로 이루어져 있다.
SSP1-2.6 시나리오는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대대적인 정책적 노력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이 시나리오하에서 예상되는 위험과 기회는 엄격한 기후정책과 공격적인 탄소 가격 책정, 저탄소 전환을 위한 기술 혁신, 소비자들의 수요 변화 등이다.
반면에 SSP-8.5는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예상되는 위험은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 패턴 변화, 기상재해의 강도와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현상 등이다.
IPCC는 특히 기후변화 노출(exposure)과 피해(hazard), 취약성(vulnerability)이 겹치는 지점을 리스크로 정의했다. 여기서 리스크는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위험과 전환위험, 기회, 기업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은 등은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1.5도 대응 시나리오상에서도 21세기 말에 현재(2000~2019년) 대비 2.3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현재 대비 무려 6.3도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강수량은 1.5도 대응 시나리오에서 21세기 말 현재 대비 4% 증가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1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재산 및 인명 피해를 유발하는 극한 강수량은 1.5도 시나리오에서 21세기 말 60% 이상 증가하는 권역이 발생하고 무대응 시나리오에서는 20~8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해안과 제주도 권역에서 극한 강수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탄소중립 정책 조기 시행할수록 GDP 부정적 영향 약화
한은 등은 탄소가격 상승과 전원 믹스, 탄소포집저장 기술 등 전환 리스크 변수와 기온이나 강수량 등 만성적인 물리적 리스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전환 리스크와 만성적인 물리적 리스크는 국내 GDP에 장기간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 등 기후대응에 적극적이고 관련 정책을 조기에 시행할수록 부정적인 영향은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후정책 도입은 시행 초기에는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장기적으로 기후 피해 완화에 따른 편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는 기후 대응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GDP가 2050년 13.1% 감소하는 효과가 예상되나 2100년에는 10.2%로 감소 효과가 완화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무대응 시나리오에서는 GDP가 2050년 10.2%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2100년에는 21%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됐다. 연평균 성장률은 1.5도 대응 시나리오에서 0.14%p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무대응 시나리오에서는 0.30%p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됐다.
동일한 기온 상승 억제 목표하에서도 정책 대응 시기가 늦어지면 GDP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는 것으로 추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