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9부터 파리협정까지...트럼프 당선이 기후 대응에 미치는 영향은?
COP29 미국 대표단은 레임덕...신규기후재원 조성 협상 난관 직면 중국과 EU 2조 달러 청정기술 시장 버리고 화석연료 회귀 없을 것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오는 11일 개최되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결과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향후 글로벌 기후대응 협력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과 유럽연합(EU)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후대응 질서가 유연하게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이 공존한다.
트럼프 당선으로 COP29 동력 잃어…기후외교서 미국의 역할 대체불가
블룸버그에 따르면, 많은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복귀가 지난 10년 동안 형성된 기후 협력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더욱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수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후 외교의 지형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향후 10년간 배출량을 감축하려는 전세계적인 노력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 이니셔티브(Fossil Fuel Non-Proliferation Treaty Initiative)의 국제협력 책임자 하짓 싱은 블룸버그에 트럼프의 승리는 "가장 취약한 지역사회의 기후 위험을 고조시키는 것"이라며 "향후 트럼프의 행동은 부유한 국가들의 무관심과 무행동으로 이미 불안정한 글로벌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약화할 수 있는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COP29에 참석하는 미국 대표단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팽배하다. 블룸버그는 COP29에 참석하게 될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단을 “레임덕(임기 만료를 앞둔 현직 대통령에게 나타나는 권력누수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COP29에서 미국 대표단의 협상 결과는 트럼프 취임 이후 뒤집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상황이 COP29의 핵심 의제로 꼽히는 '신규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에 대한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트럼프가 재집권 시 파리협약 탈퇴를 공언해, 다른 국가들의 탈퇴를 부추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가 시작된 지난 2017년 파리협약 탈퇴 절차에 착수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한지 하루 뒤인 2020년 11월4일 미국은 공식적으로 협약에서 탈퇴한 바 있다.
천연자원방위협의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의 국제 기후 담당 수석 전략 책임자인 제이크 슈미트는 미국이 그간 중국의 기후행동을 촉진시키고, 각종 기후협정을 비롯 기후대응에 있어 “전세계에 약속의 길을 열어주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이는 꽤 강력한 외교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이 이러한 외교를 주도하지 않는다면 (기후대응에)더 많은 재정과 더 많은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미국은 더 강력한 배출량 감축 공약을 확보하기 위해 외교력을 발휘하고 다른 국가와의 기존 관계를 활용해왔다”고 덧붙였다.
만약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이 글로벌 기후대응 질서에서 자리를 떠난다면, 다른 국가들이 개입해 공백을 메우라는 압력을 받을테지만, 동일한 외교적 무게감을 보일 수 있는 국가는 없다는 것이다.
기후 대응 질서 재편 가능성 높아...화석연료로 회귀 따라갈 나라 없을 것
한편, 환경 싱크탱크 ECCO의 알렉스 스콧 기후 외교 선임 고문은 트럼프 당선이 COP29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국 대통령직 인수인계 때문에 트럼프는 2025년에나 취임할 예정이며, 이번 COP29 회의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COP29에서 결정될)새로운 기후 금융 공약을 파기할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이 이미 약속한 자금을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극복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금융 협정은 미국에만 달린 것이 아니며 다른 나라들이 나서야 한다”면서 “최근 몇 주간 EU, 영국, G7, G20, 브라질, 영연방 등 여러 국가들이 기후 행동에 대한 지속적인 약속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빈자리를 유럽연합(EU)과 중국이 대체하며, 글로벌 기후대응 질서가 유연하게 개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의 리 슈오 소장은 블룸버그에 “트럼프의 복귀로 힘의 균형이 다른 국가와 블록으로 이동해 EU의 역할이 강화될 수 있다”면서 “당신이 EU라면 전통적인 (기후자금에 대한)기부자가 한 명 적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고, 이는 중국을 끌어들이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오 저 그린피스 동아시아 글로벌 정책 자문은 “중국이 다른 주요 국가들과 함께 전 세계의 기후행동을 지속시켜 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몇 년간의 기후 외교 성과 중 일부를 뒤집을 수 있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기후 협력은 지방 정부와 비국가 행위자들 사이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첫 집권기와는 달리 이미 탈탄소화를 향한 글로벌 기후대응 흐름이 많이 진행된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이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특히 화석연료로의 회귀는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에 동조할 국가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윌리엄 앤 플로라 휴렛 파운데이션(William and Flora Hewlett Foundation)의 환경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고 있는 베테랑 기후 외교관인 조나단 퍼싱은 미국이 파리협약이나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해도 기후행동의 속도와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미국을 따라 협약에서 탈퇴하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나라를 상대로 미국을 따르라는 캠페인을 벌였으나, 미국을 제외한 세계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프리데리케 오토 기후과학자는 “세계는 트럼프가 마지막으로 권력을 잡았을 때와는 매우 다른 위치에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어떤 일도 재생에너지가 석유, 가스, 석탄보다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기후외교 싱크탱크 전략적 시선(Strategic Perspective)의 린다 컬쳐 역시 “트럼프의 화석연료 집착은 단기적이며 세계 시장의 트렌드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석유와 가스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있으며, 우리는 청정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국제 에너지 기구(IEA)에 따르면 2035년까지 청정 기술의 세계 시장 가치는 2조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중국과 유럽 연합과 같은 주요 경제 국가들은 이러한 새로운 산업 시대의 기회를 포기하고 미국을 따를 가능성이 낮으며, 전기차, 재생에너지 및 배터리 제조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