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의 으뜸은 '기업 거버넌스'...좋은 리더의 덕목은?
거버넌스의 핵심은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 거버넌스 좋으려면 '지식' '결단' '소통'의 리더십 필요
[ESG경제=김광기 기자]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중 일반에 쉽게 와닿지 않는 게 바로 'G'다. 영어 '거버넌스'도 그렇지만 한글 번역 '지배구조'는 더 아리송하다.
한국에서 지배구조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정부가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과반 이상으로 두게 하는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들면서다. 일본에서는 거버넌스를 '통치구조'로 번역한다. 그래서 기업지배구조라는 용어는 안쓰고 '기업통치구조'라 한다.
지배구조를 국어사전에서 찿아보니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자원의 제약 하에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제반 장치"라고 되어있다. 이해가 좀 쉬워진다.
위키피디아에선 기업지배구조를 "기업의 경제활동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간 관계를 조정하는 매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거버넌스가 왜 ESG의 3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일까? 거버넌스가 투명하고 민주적인 구조로 짜여야, 여러 이해관계의 충돌을 극복하고, 올바른 경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오너나 CEO 독선적 황제 경영, 사내외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갑질 경영을 막으려면 거버넌스가 바로 서야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이해관계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ESG 3요소 중 'G'를 으뜸으로 치는 이유다. 증시의 투자자들은 ESG 중 'E'에 관심을 집중한다. 그린뉴딜 등 정부 정책자금이 투입돼 '돈이 되는 분야'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기업과 금융회사들도 ESG경영을 표방하게 되면 으레 탈탄소 등 환경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G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E도 S도 모래성일 수 있다. G가 탄탄하게 받쳐줘야 다른 2요소가 진정성, 지속성을 갖고 추진될 것이기 때문이다.
G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조직의 리더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나라로 치면 국가의 지도자다. ESG경영을 제대로 하고 싶은 CEO는 과연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할까? 멀지 않은 곳에 교사가 있다. 포퓰리즘 정치인들이다. CEO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반면교사'로서 말이다.
리더의 덕목, 첫째는 지식
리더는 무엇보다 똑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다방면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지식이다. 끊임 없이 공부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지식은 지혜를 낳는다. 지식은 또한 양심을 낳는다. 거꾸로 무식하면 용감해진다. 세상물정을 몰라서다. 감성에 쉽게 좌우된다. 자신를 따라다니는 내편의 소리만 듣는다. 조직원들을 내편과 반대편으로 갈라치기 한다. 그게 정의인양 세상을 재단하려 한다. 양심도 포용도 지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둘째는 결단
착한 리더가 좋은 리더는 아니다. 전체와 미래를 위해서라면 때로는 눈을 찔끈 감을 수 있어야 한다. 리더가 심약하면 배가 산으로 올라갈 수 있다. 우물쭈물 좌고우면하는 사이에 배가 침몰할 수도 있다.
리더의 역할은 끊임없는 결단이다. 결단의 순간에 숨으면 안된다. 책임을 회피해선 안된다. 결단을 내리지 못한 리더는 문제가 터진 뒤 부하를 탓한다. 반대했던 사람들에게 핑게를 돌린다. 그러면서 충성스런 자기편의 뒤에 숨는다.
셋째는 소통
좋은 결정이 나오려면 절차가 좋아야 한다. 그래야 결정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이해관계자들의 자발적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요긴한 것이 소통 능력이다.
리더가 소통할 줄 모르면 조직에 갈등과 반목이 증폭된다. 부하들이 리더를 팔아 칼을 휘두른다. 신뢰의 문화는 사라지고 불신과 오해가 판을 친다.
갈등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초래한다. 소통으로 갈등을 줄이며 신뢰와 협동의 문화를 만들면 그게 곧 자본이 된다. 사회적자본이다. 사회적자본의 축적없이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
정치인들은 자기 하고 싶은 얘기만 한다. 국민이 정작 궁금해하는 것은 말하지 않기 일쑤다. 그러면서 때로는 별 것도 아닌 것을 갖고 깜짝 이벤트를 벌인다. 참모 중에는 참된 소통이 아닌 '쇼잉'의 달인이 많다.
다시 ESG로 돌아와 보자. CEO가 ESG를 제대로 하려면 'G'부터 다져야 한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 CEO는 끊임없이 학습하고 안팎의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미래를 향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3류 정치 거버넌스 아래서 한국 경제가 이 정도 굴러가는 것은 이윤추구를 넘어 ESG까지 하려는 기업들의 힘, CEO들의 역량 덕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