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해상풍력 목표 달성 요원...비용 급증하고 사업 지연

미국과 유럽 주요국 모두 목표 달성에 빨간불 중국만 순항...세계 풍력발전량의 50% 넘어서

2024-11-19     이신형 기자
덴마크 풍력발전 기업 오스테드가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블록 아일랜드 인근에 건설한 해상풍력발전단지. AP=연합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해상풍력 발전량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 보도했다.

해상풍력은 대규모 발전이 가능해 발전부문의 탈탄소화 달성에 반드시 필요한 발전원이다. 해상풍력 발전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 세계의 발전부문의 탈탄소화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로이터는 6개국 12명의 해상풍력 발전 기업 관계자와 연구소, 기업 단체, 정부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급증하는 사업 비용과 사업 지연, 제한적인 공급망 투자 등이 해상풍력 발전 확충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우드매킨지의 소렌 라센 해상풍력 연구 책임자는 “(해상풍력 발전량 목표치에서 꽤 멀리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상풍력 발전소의 글로벌 평균 발전 비용이 1MW당 230달러로 최근 2년동안 30~40% 상승했고 육상풍력의 평균 75달러보다 3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비용 상승으르 사업성이 떨어지자 해상풍력에서 발을 빼는 기업이 늘고 있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해상풍력 사업부문의 지분 매각을 고려하고 있고 에퀴노르는 올해 총에 베트남과 스페인, 포르투갈의 해상풍력 발전 사업 투자를 철회했다.

이처럼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자 세계 최대 풍력발전 터빈 공급업체 GE 베로나(GE Verona)는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이 회사의 스콧 스트라지크 CEO는 최근 열린 투자자 간담회에서 “시장 상황이 현저하게 달라지지 않는 한 재고를 늘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23개국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확충하기로 한 재생에너지 서약에 서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 73GW인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2030년까지 494GW로 늘려야 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NEA)의 프란체스코 라 카메라 사무총장은 로이터에 해상풍력 발전량은 재생에너지 서약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발전량보다 3분의 1 정도 부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 영향은?

유럽과 북미, 아시아의 각국이 해상풍력 발전량 확충을 적극 추진했다. 미국은 지난 2021년 해상풍력 발전량을 2030년까지 30GW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미국 굴립재생에너지연구소(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 NREL)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미국의 해상풍력 발전량은 200MW에 불과한 실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15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허가했고 사업자에 대한 세액공제도 확대했다. 하지만 해상풍력 발전소 건설 사고와 사업 취소, 정부 입찰 지연 등의 악재가 겹쳐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런 가운데 화석연료 산업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자 해상풍력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독일 발전사 RWE의 미하일 뮐러 CFO는 “미국의 선거 결과를 고려할 때 해상풍력 사업이 적기에 추진되지 못할 위험이 더 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에너지 연구기관 라이스태드는 미국의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도 목표 달성 어려워...중국만 순항

라이스태드의 페트라 마누엘 해상풍력 담당 분석가는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등 가장 높은 수준의 해상풍력 발전 목표를 세운 나라의 경우 목표치의 60~70%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 보다 목표치를 낮게 잡은 벨기에나 덴마크, 아일랜드 등도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 집행위원은 로이터에 EU가 2030년 목표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아직 공식적으로 이런 언급을 한 회원국은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해상풍력 발전국인 영국도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독일 에너지기업 EnBW 제너레이션 영국법인(EnBW Generation UK)의 데미안 자클로드 전무는 영국이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량을 60GW로 늘린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해상풍력 발전 사업은 정부 보조금과 낮은 자금조달 비용 덕에 순항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해상풍력 발전량을 6.3GW 늘렸다. 지난해 늘어난 전 세계 해상풍력 발전량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글로벌풍력에너지위원회(Global Wind Energy Council)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2~3년 동안 연간 11~16GW의 해상풍력 발전량을 확충해 나갈 전망이다.

글로벌풍력에너지위원회의 레베카 윌리암스 부사장은 로이터에 주요국이 해상풍력 발전 목표 달성에 실패할 위험이 커졌다고 인정했으나, 각국 정부의 적절한 정책적 대응이 뒷받침된다면 목표 달성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