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가드, 대리투표권 행사 ‘ESG보다 이익 우선’ 옵션 신설

투자자 직접 선택하는 대리투표권 행사 기준 중 ESG의제 영향받지 않는 주주가치 극대화 전략 마련

2024-11-19     김현경 기자
미국의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로고.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Vanguard)가 주주총회에서 투자자들이 대리투표권을 행사할 때 ESG보다 재무적 이익을 우선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선택지를 추가했다. 

뱅가드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의 투자자 의결권 행사 정책(Investor Choice pilot program)을  이같이 변경하고 정책 적용 대상 펀드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뱅가드의 운용 자산은 약 10조달러(약 1경 3900조원)에 달한다. 

뱅가드는 내년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의결권 행사 정책이 40만명의 개인투자자들과 의결권 자문사, 퇴직연금 플랜 제공자에게 제공되며 회사의 운용 자산 중 2500억 달러(약 348조원)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ESG투데이에 따르면 뱅가드는 기존 선택지로▲기업 이사회 연계 정책(Company Board-Aligned Policy)과 ▲제3자 ESG정책(Third Party ESG Policy) ▲뱅가드 권고 펀드 정책(Vanguard-Advised Funds Policy)과 ▲비투표 정책(Not Voting Policy)을 제공했다. 

제3자 ESG정책은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의 ESG 의결권 행사 기준에 따른 정책으로, 기업의 ESG 관련 위험을 공개하고 완화하는 것이 투자 수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관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업 이사회 연계 정책은 투자대상 기업 이사회의 권고에 따라 투표한다. 

뱅가드는 정책을 변경하면서 비투표 정책을 폐지하고 타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비율을 따라가는 ▲동조 투표 정책(Mirror Voting Policy)과 ▲제3자 자산 중심 정책(Third Party Wealth-Focused Policy)을 신설했다. 

이 중 제3자 자산 중심 정책은 미국의 신용평가사 이건-존스(Egan-Jones)의 권고에 따라 “정치적 또는 사회적 의제에 영향받지 않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뱅가드가 미국 공화당 정치인이 주도하는 반 ESG 흐름 등 “보수 진영의 반발에 대응하면서도 기후변화 및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ESG 의제에 주력하는 고객을 달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뱅가드의 글로벌 투자 책임자 존 갤로웨이는 “투자자들의 피드백에 대한 응답”이라며 “투자자들은 무엇이 주주가치를 극대화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뱅가드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과 마찬가지로 미국 공화당 정치인 등으로부터 지속가능성 이슈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깨어 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를 미국 기업에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FT는 뱅가드가 지난해 미국 기업의 주주총회 시즌에서 400여개의 모든 환경 및 사회 관련 주주제안에 대해 단 한 건도 지지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뱅가드는 해당 주주제안들이 기업에 과도한 규제이거나 불필요, 중요한 재무적 위험과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뱅가드의 ESG 관련 주주제안 찬성률은 지난 2021년 46%로 최고점을 찍었으나 이후 해마다 찬성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지난해엔 2%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