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CBAM 대상 자국 산업 지원방안 검토...드라기, 무상할당 폐지 연기 권고

블룸버그 게라시모스 토마스 조세총국장 발언 인용해 보도 "CBAM 우회 허용 안 할 것...녹색전환 적극적인 나라에 인센티브 제공"

2024-11-20     이신형 기자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 집행위원회 베를레몽 빌딩 앞 유럽기가 휘날리고 있다. (EPA=연합)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유럽연합(EU)이 자국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상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뉴스가 20일 보도했다.

게라시모스 토마스 EU 집행위원회 조세총국장은 제29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는 아제르바이젠 바쿠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EU가 CBAM 도입의 영향을 받는 철강과 알루미늄 등의 자국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내년에 검토해 2026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CBAM 적용 대상 산업은 시멘트, 전기, 비료, 철강, 알루미늄, 수소의 6개 산업이다.

그는 우르슐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집권 2기에는 자국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우선 순위를 두게 될 것이라며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을 위해 CBAM 규정을 단순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마스 조세총국장은 또한 “다른 나라가 CBAM을 우회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녹색전환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나라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26년으로 예정된 CBAM 시행 시기는 그대로 유지된다.

드라기, 무상할당 폐지 연기 권고

토마스 조세총국장은 CBAM 대상 업종의 EU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CBAM은 EU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다른 지역에서 수입하는 제품 간의 탄소 배출 비용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입품에 탄소 배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EU보다 탄소 배출 비용을 적게 지불하는 지역에서 물품을 들여온 수입업자는 탄소세에 해당하는 CBAM 인증서를 사야 한다.

인증서 구매 비용은 EU 배출권 거래제(ETS) 배출권 가격과 연동된다. EU와 수입 원산지 간의 배출권 가격 차이가 클수록 커진다.

EU는 2026년 본격 시행에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CBAM 전환기간에 돌입했다. 전환기간 동안 수입 기업은 인증서 구매 의무 없이 분기별 보고서 제출 의무만 부과된다. 이후 본격 시행되면 대상 기업은 CBAM 인증서를 구매해 제출해야 한다.

이처럼 CBAM은 기본적으로 EU에 6개 업종의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에 적용되는 제도다. 따라서 EU가 자국 산업 지원을 위해 제도 개편에 나선다는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리 주도로 발간한 보고서가 힌트가 될 수도 있다.

EU는 6개 CBAM 적용 대상 업종의 수입품에 대해 탄소배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한편, 자국 CBAM 적용 대상 업종에 대해서는 탄소배출권 무상할당을 2034년까지 폐지하기로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드라기 전 총재가 지난 9월 EU 집행위원회의 요청으로 작성한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는 CBAM이 “탄소 배출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낮은 비용을 지불하는 기업과의 경쟁에서 유럽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성공 여부는 불화실하다”고 지적했다.

이 제도가 복잡하게 설계돼 있고 다른 나라의 협조에 의존하기 때문에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특히 “EU가 전환기간 중 CBAM 진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효과적으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탄소 고배출 산업에 대한 단계적 무상할당 폐지를 연기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드라기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에 뒤졌다는 평가를 받는 EU 첨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대응 방안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에너지 ▲클린테크 ▲디지털화·첨단기술 ▲국방·안보 등 10개의 주요 경제 부문에서 EU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 완화와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