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위기’ 호소한 이재용 회장, 대대적 인적쇄신 칼 빼드나

항소심 최후진술 "삼성 상황 녹록치 않아…소명 집중할 기회달라" "회사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만 고민해와"...인사·조직개편 주목

2024-11-26     김대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삼성의 위기’를 언급하며 경영자로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밝히면서 임박한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대대적 인적쇄신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내내 이어진 실적 부진과 반도체 기술 경쟁력 저하, 미래 경쟁력 우려 등으로 주가가 4만원대로 추락해 '4만전자'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고, 위기설이 끊이지 않았다.

이 회장은 25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저희(삼성전자)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때보다 녹록치 않지만, (경영자로서)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했다.

이어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하겠다.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저는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다"며 "많은 분들의 걱정과 응원을 접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또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 회장이 당면한 과제...인적 쇄신, 신상필벌 단행

이 회장이 직면한 최우선 과제로 재무·인사라인 중심 최고 경영진에 대한 인적쇄신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돈줄과 인사권을 쥐고 최고 의사결정을 주도해온 사람들의 공과를 집중적으로 따져보고 신상필벌의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얘기다.

눈앞의 단기 성과를 위해 현실에 안주하며 리스크를 회피하고, 미래를 향한 도전을 소홀히 한 결과는 D램 부문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다.

실제 메모리 사업부의 10나노 5세대(1b) D램은 SK하이닉스에 시장 주도권을 뺏긴 기점이 됐고, 3나노 파운드리의 경우 양산 선언 이후로도 3년간 수율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사업부문을 진두지휘하는 사업지원TF의 비효율성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방대한 사업 조직, 팀들이 사실상 의사결정권을 쥔 사업지원TF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번 위기의 타개책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이 회장에게 이사회 등기임원 복귀를 당부하고 있다. 또 인적쇄신, 조직쇄신과 아울러 삼성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의 복원을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