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환경비용 해법은?"...비트코인 급등에 커진 고민

비트코인 10만달러 육박, 에너지소비·환경파괴 논란 커져 암호화폐 채굴과 거래 관련 에너지 발자국 급증 우려 COP29 참가국들, 암호화폐 채굴에 기후세 부과 제안

2024-11-27     이진원 기자
2024년 11월 21일 촬영된 비트코인 토큰과 가격 차트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로이터=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이후 최근 암호화폐의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가치가 급등하자 암호화폐가 초래할 수 있는 환경 피해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가격이 올라서 기쁠지 모르지만, 그 기쁨 뒤에는 암호화페 채굴과 거래에 드는 막대한 에너지 비용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암호화폐 가치가 치솟으면 채굴 인센티브가 증가해 암호화폐의 에너지 발자국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부담해야 할 이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암호화폐 과세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포브스’는 26일(현지시간) “암호화폐 과세안이 도입되면 단순히 국가 세수가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채굴자의 운영 비용을 증가시켜 업계가 더 에너지 효율적인 관행과 재생 에너지원을 채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환경 피해 비용 관심 커져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10만달러(약 1억 4000만원) 직전까지 올라가자 비트코인 채굴, 즉 비트코인 발행 맟 생산과 관련된 에너지 소비량이 덩달아 늘어나면서 초래될 환경 피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거래를 검증하기 위해 복잡한 수학적 퍼즐을 풀어야 하므로 상당한 연산 능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연산 능력 때문에 엄청난 수준의 전력 사용이 필수다.

문제는 전력 생산이 아직은 주로 화석 연료에 의존하다 보니 전력을 많이 생산할수록 대기 오염을 악화시키고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화석 연료 사용이 늘어나면 폭풍, 가뭄, 산불과 같은 더 빈번하고 심각한 자연재해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프랑스 컴퓨터 과학자인 장 폴 델라하예는 polytechnique-insights.com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정의상 컴퓨터는 네트워크의 보안을 보장하기 위해 약 1만5000번의 동일한 계산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비트코인에 사용되는 프로토콜은 에너지 비용이 매우 높아 환경적 낭비”라고 주장했다.

엄청난 전기 소비하는 암호화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소위 ‘전기 먹는 하마’나 다름이 없다는 사실은 여러 구체적인 추정치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 한 건에 필요한 전기는 1명의 독일인이 3개월 동안 소비하는 에너지와 맞먹는 양이다.

케임브리지 대체금융센터(Cambridge Centre for Alternative Finance)는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연간 전력 소비량은 155테라와트시(TWh)에서 172TWh(또는 연간 162TWh)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폴란드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평균적인 가정의 월 전기 소비량이 약 300~400킬로와트시(kWh)이므로 1TWh는 약 250만~330만 가구의 월 전기 사용량과 같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까지 암호화폐가 연간 전 세계 수요의 0.4%인 110TWh의 전력을 소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의 탄소 발자국은 심각한 수준이고 말할 수 있다.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비트코인 채굴자의 대부분이 중국에 기반을 두고 있었지만, 2021년 중국은 자국 영토에서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했다. 따라서 현재 대부분의 채굴 활동은 미국과 카자흐스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에 기후세 부과 제안도 

상황이 이렇자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과세가 이런 환경 문제 해결의 유망한 해결책 중 하나로 거론되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 24일 폐막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는 암호화폐 채굴에 부담을 지울 것을 제안하는 연대부과금연합(Coalition for Solidarity Levies)에 토고 공화국, 소말리아 연방 공화국, 잠비아 공화국, 피지, 지부티가 추가로 가입하면서 연합 회원국 수가 17개국으로 불어났다.

프랑스, 케냐, 바베이도스가 주도하는 이 글로벌 연대부과금연합의 태스크포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채굴에 소비되는 전력량 1kWh당 0.045달러의 기후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암호화폐 채굴에 이렇게 세금을 부과하면 연간 52억달러(약 7.3조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서 제안한 대로라면 비트코인 1개를 채굴하는 데 약 15만5000kWh의 전기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이는 개별 비트코인당 6975달러(약 974만원)의 기후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 거래 가격 기준으로 약 7.5%의 세금에 해당한다.

11월 5일 대선 당시 약 7만달러에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은 10만달러 앞까지 갔다가 밀리면서 27일에는 9만2000달러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22일 역대 최고가인 9만9800달러대까지 상승하며 10만 달러선 진입을 눈앞에 둔 이후 4일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보고서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으면서도 지구를 오염시키는 (암호화폐 같은) 경제 분야가 많이 있지만, 이들은 (납세를 통해) 기후 금융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아직은 암호화폐 채굴에 어떤 식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어떻게 세금을 징수하고, 또 받은 세금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간주해 거래에 과세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암호화폐 채굴의 막대한 에너지 소비와 환경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암호화폐 채굴자들이 사용하는 전기에 대해 30%의 세금을 부과하는 계획을 제안했지만 이 계획이 실제로 시행되지는 않았다.

공화당을 비롯한 일부 반대 세력은 해당 세금이 과도하며 혁신을 저해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를 자산(property)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미국 국세청(IRS)은 암호화폐를 사고팔거나, 채굴하거나, 상품이나 서비스 거래에서 발생한 차익(capital gains)에 대해선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1만달러에 비트코인을 매수 후 1만5000달러에 매도하면 5000달러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식이다. 세율은 단기(1년 미만 보유)는 10~37%의 일반 소득세율이, 장기(1년 이상 보유)는 0~21%의 더 낮은 소득세율이 적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자 기사에서 “IRS가 비트코인 선물과 기부 등의 거래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미납 세금과 관련해 세무 조사와 형사 소송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RS는 2019년부터 미국의 모든 납세자가 세금 신고서에 디지털 자산의 수령 또는 처분 여부를 “예” 또는 “아니오”로 표시하는 확인란을 선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법무부는 자금 세탁과 같은 다른 범죄와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암호화폐 세금 사기를 단속하고 있다.

특히 2025년 과세 연도부터 브로커는 과세 대상 계좌에 보유한 암호화폐의 판매 수익을 IRS에 보고해야 한다. 또 2026년부터는 판매 가격과 원가 기준, 즉 원래 지불한 금액을 양식에 모두 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