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분할합병 무산…비상계엄 불똥에 좌초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 간 괴리 확대...예상 수량 초과" 임시주총 철회 공시…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무위에 그쳐

2024-12-10     김대우 기자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두산그룹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이 비상계엄이라는 돌발변수로 주가가 급락해 비용이 상승하는 바람에 결국 무산됐다. 사업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추진됐던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두산밥캣 분할·합병건은 결국 비상계엄이라는 돌발변수에 좌초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사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이관하는 분할 합병안을 의결할 임시 주주총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10일 공시했다. 이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가 추진했던 두산밥캣 분할합병안이 백지화됐다는 뜻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임시 주총은 오는 12일 열릴 예정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분할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총을 앞두고 예상치 못했던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주가가 급격히 하락해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 간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며 "종전 찬성 입장이었던 많은 주주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 또는 불참으로 선회했다"도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분할합병 가결요건의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졌고, 당초 예상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면서 "회사는 불확실성을 남겨두는 것보다 빠르게 의사결정을 진행해 회사 방향성을 알려드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임시 주총을 철회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분할합병 추진 과정에서 주주들의 반대가 심해지자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 떨어지면 약속된 주가에 주식을 사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비상계엄이라는 돌발 변수로 약속한 주가와 실제 주가와의 괴리가 커지자 두산에너빌리티는 예상보다 큰 비용 부담을 안게 됐고, 그 결과 분할합병의 실익이 사라지게 되자 이를 철회한 것이다.

주식매수청구권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가 제공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6000억원가량은 회사가 이번 분할합병 성공 때 자사 성장산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금액에 맞먹는다.

분할합병이 무산되면서 두산그룹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은 무위로 돌아갔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 7월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를 3대축으로 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발표했고, 이러한 개편의 핵심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편입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캐시카우' 두산밥캣의 지분을 넘기며 받은 자금을 자사 성장산업인 가스터빈, 소형모듈원전(SMR) 등에 투자하고, 로봇 및 첨단기술을 이끄는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을 품고 산업자동화. 인공지능(AI) 통합 로봇 설루션 사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두산그룹은 중공업과 건설기계에 치중했던 사업구조를 로봇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대하려고 했지만 결국 이 계획은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