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안, ”공급과잉 해소 효과 미흡“
환경부 공청회에서 문제점 지젹 의견 많아, 속도조절론도 고려 배출권 가격 상승 대비“제3자 배출권 보유 한도 설정 필요” 제언도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정부가 내놓은 제4차 탄소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안에 담긴 배출허용총량 축소 방안이 그간 국내 배출권 거래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배출권 과잉공급과 이에 따른 배출권 가격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배출권 거래제가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유도하려면 배출권 가격이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배출허용총량을 줄여야 하고 유상할당을 늘려 배출권이 과도하게 할당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배출권이 과잉 할당됨에 따라 배출권 가격이 지난해 7월 7000원까지 하락했고 현재는 1만1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달 27일 공청회를 통해 공개한 계획안은 배출허용총량을 줄이는 방안으로 현재 배출허용총량에 포함하지 않는 시장안정화조치 예비분을 4차 계획기간에는 배출허용총량에 포함시키는 내용이 담겼다.
유상할당은 부문별, 업종별로 차등화해 전반적으로 상향조정된다. 기존의 전환부문이 발전부문과 열 생산을 하는 설비들은 발전 외 부문으로 나뉘고 특히 발전부문은 주요국 사례와 감축 여건을 고려해 유상할당 비율이 대폭 상향조정된다. 발전 외 부문은 감축 기술 상용화와 업계 경쟁력을 고려해 상향조정 폭이 결정된다.
이날 열린 패널토론에서 플랜 1.5의 윤세종 변호사는 계획안에 담긴 방안 정도로는 배출권 과잉 공급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안정화조치 예비분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3차 (계획기간)때는 전체의 0.4% 밖에 안됐다”며 이 정도로는 “이미 누적된 과잉 그리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탄소중립기본계획에 의해 느슨하게 설정된 감축 경로에 의해 예상되는 공급 과잉 이 두 가지를 해소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하지 않은가 굉장히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 참여 기업이 할당받은 배출권이 남을 경우 순매도량의 5배까지 다음해로 이월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현재의 공급 과잉 현상이 4차 계획기간에도 이어질 소지가 있다.
윤 변호사는 “2025년 3차 계획기간이 끝날 때까지 시장에 1억3000만톤의 잉여가 발생하고 이게 4차 계획기간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배출권거래제만의 문제가 아닌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76.3%를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배출권거래제가 제대로 작동해야 NDC 달성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부문별로 나눠진 감축 목표 중 3750만톤에 달하는 국외 감축 목표 달성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다른 부문에서 달성하지 못하는 감축량을 최대로 흡수하지 않으면 2030 NDC 달성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발전부문 유상할당 100%로 늘려야”
이날 공청회에서는 발전부문과 발전부문을 포함한 전환부문의 유상할당 비중을 100%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경운동연합 배슬기 활동가는 공청회가 끝난 후 질의응답에서 “전환부문의 유상할당을 단계적으로 상향해 2030년까지 10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전환부문 배출량의 97%를 배출권거래제가 담당하고 있는데 현재 유상할당 비중은 10%”라며 “전환부문은 감축 잠재력이 크고 한계 감축비용도 낮다”고 말했다. 그는 전환부문의 유상할당 비중을 높이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명확한 시그널”을 보내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상할당 대폭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에 대해 배 활동가는 “여러 연구에서 KW당 10원 정도 오르는 효과가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나온다”며 “최근 2년간 전기요금이 KW당 51원이 오른 것 고려하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플랜 1.5의 윤 변호사도 “이제는 전환부문의 100% 유상할당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우리나라를 빼고 거의 모든 배출권거래제 시행국에서 그렇게 하고 있고 그 이유는 그래도 (100% 유상할당이) 가능한 부문이고 (배출권) 가격 회복, 수요 회복, 에너지 전환 모든 면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실행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성진 한국환경연구원 탄소중립실장은 구체적인 비중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발전부문의 한계감축비용이 제일 낮다며 “발전부문의 유상할당을 대폭 상향한다는 데 기본적으로 굉장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멘트나 철강, 석유화학, 정유 이런 부문은 (탄소 감축) 기술이 지금 없고 기술 개발도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 발전부문은 할 수 있는 게 지금 당장 있다”며 “그래서 전환부문에서 유상할당을 늘리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는 형태로 가는 것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속도조절론도 고려
패널로 참석한 양한나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배출권 공급 과잉에 따른 낮은 가격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여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안의 방향성을 설정했다”며 “다만 공급 축소나 이런 부분들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도 있고 너무 과하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부문의 유상할당에 대해서도 당장 100%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어떤 업계에서는 속도를 충분히 조절해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서 그런 부분을 적절하게 검토해서 할당 계획에 반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상의에서 할당 계획에 저희가 담을 만한 여러 가지 제안을 해 주셨는데 그런 부분을 할당계획 수립할 때 검토해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출권 가격 우상향 변동성 확대 대비 지적도...“제 3자 배출권 보유 한도 관리 해야”
환경부가 내놓은 계획안이 낮은 배출권 가격을 정상화하는데 미흡하다는 지적과 달리 가격이 오르면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배출권 할당기업이 아닌 제 3자의 배출권 보유 한도 수량을 관리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호섭 연구위원은 “4차 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배출권 공급은 전반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시장참여자는 대폭 확대돼 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거기에 대해 위탁 거래나 선물 거래 등 금융화 기법이 새로 들어옴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는 방향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향에 전반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제3자의 과도한 참여로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할당 업체와 차이가 나게 제3자의 배출권 보유 한도 수량을 관리하면 어떨까 제언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배출권시장의 안정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불공정 거래 규율 체계나 감시, 감독 체계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이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배출권 경매 시장에서도 미국의 제도를 참고해 안정화 장치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계획안은 탄소배출권 경매시장 참여자를 기존의 유상할당 대상업체에서 무상할당 대상 기업과 시장조성자, 증권사, 은행, 자산운용사 등의 제3자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출권 거래시장의 경우 경매시장보다 먼저 참여자가 점진적으로 확대돼 왔다.
현재 700개 배출권 할당대상 기업과 7개 은행과 증권사로 구성된 시장조성자, 21개 증권사가 배출권 거래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내년 2월7일부터는 은행과 자산운용사도 배출권 거래시장 참여가 허용된다.
정부는 앞으로 개인투자자의 배출권시장 참여도 허용하고 선물시장도 개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