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PA, 캘리포니아주 ‘35년 내연기관차 전면금지 규정 승인 계획
WP∙NYT 보도, 빠르면 내주 승인할 계획 EPA 공식 입장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트럼프 2기, 캘리포니아 규제 무력화 공약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캘리포니아주의 규정을 승인할 계획이라고 13일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WP는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을 인용해 EPA가 빠르면 내주 안에 캘리포니아주에 연방 규정 적용 제외권(waiver)을 부여해 이 규정을 승인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NYT도 소식통 3명을 인용해 EPA가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12개 주가 추진 중인 2035년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 규정을 허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EPA 공식 대변인은 13일 “EPA는 캘리포니아의 면제 요청을 면밀히 검토해 그 결정이 지속 가능하고 법에 근거한 것인지 계속 확인하고 있다”면서 "시기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고 다른 외신은 전했다.
EPA가 이 규정을 허가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EPA의 승인 철회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당시 "캘리포니아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말도 안 되는 자동차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전기차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강요하고 있다"며 "이를 없앨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 주 규정 시행, EPA 승인 관건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 내연기관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지난 2020년 발동한 바 있다. 2035년부터 장거리트럭에도 같은 의무가 적용될 방침이며, 향후 2045년까지 캘리포니아 주에서 운행되는 모든 중대형차량도 무배출 자동차가 되도록 지시하는 규정도 제정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주는 또한 2035년까지 주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80%가 전기 차량이어야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 차량(PHEV)은 2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을 채택했다. 특히 내년부터 출시되는 2026년형 신차의 35%가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어야 한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1967년 제정된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에 의해 연방정부의 환경 규제를 면제받고, 자체 온실가스 배출 기준과 차량 배출가스 기준을 수립할 수 있는 자율권을 EPA로부터 부여받을 수 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가 주 규정을 시행하기 위해선 EPA의 승인을 받느냐가 관건이 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2기 행정부의 환경 정책을 이끌 EPA 청장에 측근인 리 젤딘 전 뉴욕주 하원의원을 지명한 바 있다. 환경단체 보존 유권자 연맹(League of Conservation Voters)에 따르면 그는 하원의원 당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대기질 및 수질 보호를 위한 법안 등에 반대한 바 있다.
WP는 “EPA의 계획은 다음달 퇴임을 앞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기후정책의 유산을 트럼프 행정부의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한편, WP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13일 화석연료 업계가 캘리포니아의 차량 규제와 EPA의 연방 규정 적용 제외권에 대해 EPA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들 업계가 소송을 제기할 법적 권리가 없다고 판단한 하급법원의 결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심리 결정에 대해 블룸버그뉴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 승리로 이미 위태로운 캘리포니아의 차량 규제가 대법원의 개입으로 한층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캘리포니아주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행사하는 권한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