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소기업 탄소 크레딧 시장 개설 논의...공공 인증 하이브리드 시장

중소기업 전담 인증기구 설립 논의 공공 인증으로 출발해 장기적으로 민간 인증으로 확대 탄소 크레딧 거래는 한국거래소에서

2024-12-23     이신형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한 탄소시장 개설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EGS경제신문=이신형 기자] 정부가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탄소 크레딧 시장 개설을 논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3일 ESG경제에 “아직 구상 단계지만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탄소감축 사업에 대한 판을 만들어 주기 위해 시장 개설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김범석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열린 ‘제4차 민관합동 ESG 정책협의회’에서도 미국 신정부 기후정책에 관한 전망과 기후분야 민간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와 함께 중소기업 탄소시장(한국 탄소크레딧 시장) 개설 문제가 논의됐다.

지난달 27일에는 국민의힘 의원 30명이 중소기업 탄소시장 개설을 위한 중소기업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량 인증기관 지정 등을 포함한 ‘중소기업 탄소중립 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중소벤처기업부가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인증해주는 기관을 중기부가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탄소 크레딧 생성과 거래, 폐기의 전 과정이 담긴 등록부도 중기부가 구축,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탄소시장은 여러 분야에 걸쳐 있어 중기부와 산업부, 환경부를 포함해서 관련부처가 같이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탄소 감축 사업에 대한 인증기관 지정 등에 관한 부처 간 이견 조정이 필요하다며 “시장 개설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이 시장이 중소기업 탄소시장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면서 의욕을 보이는 반면, 환경부는 전문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 탄소시장...배출권 거래는 한국거래소에서

이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구상하는 중소기업 탄소시장에 대해 “하이브리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규제적 탄소시장에 참여할 수 없는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탄소 감축 활동을 인증하고 탄소 크레딧을 생성, 거래하는 시장이니 자발적 탄소시장에 가깝지만, 탄소 크레딧의 무결성을 입증할 인증 작업은 일반적인 자발적 탄소시장과 달리 정부가 설립할 인증기관이 맡게 된다는 점에서 자발적 탄소시장과 차별화된다는 설명이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민간 주도의 탄소시장으로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고 감축 활동에 대한 인증도 공신력을 갖춘 제3의 민간 기관이 맡는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탄소배출량을 할당 받는 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규제적 탄소시장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해외 공급망에 속해 있으나 ETS에 참여할 수 없는 중소‧중견기업에게 자발적 탄소시장은 특히 중요하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탄소 크레딧을 매입해 원청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요구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향후 민간 기관도 인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증 업무를 개방할 계획이라며 “대한상의 같은 민간 기관들이 참여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기관이 인증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나, 대한상의와 같은 이익단체가 탄소 감축사업을 인증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려워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소 크레딧은 탄소 감축사업에 대한 제3자의 확인 및 검증을 통해 감축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입증해야 발급될 수 있다.

탄소 크레딧은 탄소감축 실적에 따라 상급, 중급, 하급으로 차등화해 발급되고 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개인의 탄소 감축 실적도 크레딧화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나,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