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한국 기업 ESG 평가 성적표 보니...현대차 2년연속 최하위
삼성SDI·SK하이닉스 온도 상승 3도 이상...글로벌 기후목표와 동떨어져 KB금융·우리금융·신한금융 AAA등급...기업지배구조 ESG 리더수준 현대차, E-S-G 전부문에서 CCC 등급...동종업계 ESG 낙제 수준 평가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올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글로벌 기업 ESG평가에서 한국의 대기업집단과 금융지주사들이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E,S,G 전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며 최하 등급인 CCC를 받았다.
MSCI의 ESG 평가는 매년 전세계 8500여 개 상장기업들을 업종별로 나눠 환경(E), 사회적 책임(S), 기업지배구조(G) 영역의 10개 주제와 35개 핵심 이슈를 평가한다. 가장 상위 등급인 ‘AAA’부터 하위 ‘CCC’까지 7개 단계로 등급을 부여한다.
특히 AA 등급 이상을 받으면 MSCI가 운용하는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에 새롭게 편입되거나 비중 증가로 이어져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다. AAA 등급은 전체 평가 대상 기업 중 상위 약 3%에 해당하는 소수 기업에만 주어진다.
A등급 대거 포진한 대기업 계열사...일부 계열사 온난화 억제 미흡 평가
삼성그룹은 삼성전자(AA등급), 삼성SDI(A등급), 삼성SDS(A등급), 삼성바이오로직스(BB등급), 삼성물산 등 10개 계열사가 평가대상이 됐다. 삼성 계열사들은 전반적으로 상위 등급에 머물렀지만 세부 평가항목에서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삼성SDI의 경우 예상되는 지구온난화 기여를 보여주는 온도 상승 정도가 3.2°C로 1.5°C 온도 상승을 제한하는 글로벌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MSCI ESG는 “삼성SDI는 온난화 기여도가 다른 기업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MSCI ESG는 기업의 산업활동, 포트폴리오 및 펀드가 글로벌 온도 목표에 부합하는지 분석하고 결과를 보여주는 직관적인 단위로 섭씨 온도를 사용한다. 이 수치를 통해 기업의 감축 목표와 배출 궤적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기여를 하는지, 감축 방향성이 글로벌 기후 목표와 어느정도로 일치하는지 알수있다.
SK그룹은 SK(AAA등급)와 SK하이닉스(A등급), SK이노베이션(AA등급), SK텔레콤(AA등급) 등 지주사를 포함한 7개 계열사가 평가를 받았다. SK 그룹은 계열사 모두 A등급을 받았으며, SK바이오팜은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AAA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SK 하이닉스 역시 예상되는 온도 상승 정도가 3.7°C로 “글로벌 기후 목표에서 심각하게 벗어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해당 기업이 환경, 지역사회, 근로자, 소비자에게 논란의 여지가 있는 행위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는지 평가하는 지표에서도 좋지 않은 점수를 받았다.
SK 하이닉스는 ▲독성 배출물 및 폐기물 ▲인권과 커뮤니티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서 회사가 심각하거나 보통 수준의 논란에 연루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옐로등급(Y)을 받았다.
LG는 LG전자(A등급), LG화학(A등급), LG유플러스(A등급), LG에너지 솔루션(BBB등급) 등 8개 계열사가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LG전자는 5년 연속 A등급을 받았지만 세부 평가 항목에 있어서는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LG전자의 예상되는 온도 상승 정도는 3.4C로 글로벌 기후목표와 심각하게 불일치하는 상황이며, LG전자의 연간 예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4년부터 2050년까지 매년 약 49메가톤(4900만 톤CO2e)으로 감소세는 커녕 약간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지주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
금융지주들은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2년 연속 최상위 AAA등급을 획득했다.
세부 평가 항목에서는 ▲기업 지배구조(기업의 소유권, 이사회, 보상 관행이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기업들은 수집하는 개인 데이터의 양, 진화하거나 증가하는 개인 정보 보호 규정에 대한 노출도, 잠재적인 데이터 침해에 대한 취약성, 개인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 등을 기준으로 평가) ▲환경 영향에 대한 자금 조달(대출 및 인수 활동으로 인한 환경적 위험과 녹색 금융과 관련된 기회를 활용하는 능력에 대한 평가) ▲인적 자본 개발(인력에 대한 요구 사항과 고도로 숙련된 인력을 유치, 유지 및 개발하는 능력) 등의 영역에서 금융 산업 내 다른 기업들을 앞서가는 'ESG 리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AA등급을 받았던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AAA등급을 받았으며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AA등급을 기록했다.
현대차, 2년 연속 CCC등급…E, S, G 전반적으로 낮은 평가
현대차는 2년 연속 CCC등급이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MSCI ESG 평가를 받은 동종업계(자동차 산업) 67곳 가운데 하위 5%에 속한다.
현대차는 ▲기업 지배구조 ▲제품 안전 및 품질(제품 리콜이나 제품 안전 문제에 대한 노출 가능성, 공급망과 조달 시스템의 강점, 제조 과정에서의 품질 관리 노력, 책임감 있는 마케팅 관행 등에 따른 평가) ▲제품의 탄소 발자국(기업이 자사 제품의 탄소 집약도 또는 공급망 또는 자사 제품 및 서비스 사용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능력에 따라 평가) ▲노동 관리(노동 강도, 고용 관계, 근로자 보호 수준 및 직원 참여 노력에 대해 평가) 영역에서 동종업계의 'ESG 낙오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는 환경, 지역사회, 근로자, 소비자에게 논란의 여지가 있는 행위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는지 평가하는 지표에서도 좋지 않은 점수를 받았다. 현대차는 ▲에너지 및 기후변화 ▲독성 배출물 및 폐기물 ▲소비자와의 관계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공급망 노동 기준 등에서 회사가 심각하거나 보통 수준의 논란에 연루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옐로등급(Y)을 받았다.
제품 안전 및 품질 영역에서는 회사가 최근에 하나 이상의 심각한 구조적 논란에 연루되었음을 나타내는 오렌지등급(O)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