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탄소세 도입하면 "생산자물가 연평균 0.4p% 상승 유발”

한은 경제분석 저널 게재 논문, 기후변화 대응 비용 영향 분석 신재생에너지 적정 수준의 75% 그치면 생산자물가 1%p 상승

2025-01-02     이신형 기자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탄소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가 2040년까지 연평균 0.8%p 상승할 것이라는 전마잉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탄소세를 부과하면 2040년까지 국내 생산자물가를 연평균 0.4%p씩 밀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2050년 탄소중립을 효율적으로 달성하려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적정 수준의 75% 수준에 그치면 탄소세 부과에 따른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연평균 1%p까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박신애 상명대학교 경제학과 박사과정생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31일 발간한 경제분석 저널에 실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업별 탄소저감비용 추정 및 영향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주상영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최이슬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이 논문 제2저자와 제3저자로 참여했다.

논문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으로 탄소세 부과를 가정해 한국 경제가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비용을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탄소가격제 중 탄소배출권 거래제만 시행하고 있고 탄소세 부과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다수의 탄소세 도입 법안이 발의됐으나, 심의 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모두 폐기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4월 현재 탄소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27개국이다.

하지만 논문은 “많은 연구들이 정부가 기후대응 차원에서 탄소세를 부과할 경우 산업의 직접적인 비용부담을 추정하는데 집중해 왔다”고 밝혔다. 논문은 “탄소세가 도입되면 에너지 생산 기업들은 탄소저감 기술을 도비하고 에너지 사용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저탄소배출 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이거나 기술개선을 통해 에너지소비를 줄이게 된다”며 “신재생에너지는 수요 증가로 생산 효율성이 개선되며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용효율적 탄소중립 달성위해 신재생 비중 60% 이상으로 확대돼야

논문은 2020년을 기준으로 2050년까지 순차적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통해 탄소를 저감하는 녹색금융협의체(NGFS)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되, 최근 탄소배출량이 감소하지 않고 있는 현상을 고려해 2025년 탄소배출량이 2023년과 유사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후 5년마다 2025년대비 20%씩 순탄소배출량이 감소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시나리오 1은 기후목표 달성 이전의 GDP 경로를 유지하면서 비용을 최적화하기 위한 에너지 생산량과 에너지원 구성, 탄소저감 효과를 추정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량은 2050년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하되 원전 발전량 증가 폭은 2020년 대비 30% 이내로 제한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과 석유의 비중이 낮아지고 비석탄발전과 신재생에너지인 액화에너지의 비중이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탄 비용은 2030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2050년에는 기준경로 대비 150%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 경로는 NGFS가 기후 리스크나 탄소중립 정책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설정한 가상의 경로 또는 시나리오를 뜻한다.

발전에 주로 사용되는 석탄 가격이 탄소세 부담 등으로 상승하면서 단기적으로 발전 비용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석탄 사용이 빠르게 감소하는 반면 탄소세 부담이 없고 규모의 경제에 따라 비용 하락 효과가 발생하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늘어 2050년 발전 비용은 기준경로와 유사한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태양광 발전 단가가 하락하면서 장기적으로 발전비용 전체를 낮추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논문에 따르면 2015년 KW당 340원이었던 태양광 전력 구매단가는 2020년 200원으로 40% 이상 하락했고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태양광 발전단가가 30% 가량 추가 하락할 전망이다.

현재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한 풍력발전도 탄소중립 정책이 추진될 경우 2050년에는 비중이 20%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논문은 기업의 탄소감축 비용을 낮춰 탄소중립을 비용효율적으로 달성하려면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야 하며 2050년에는 전체 발전량의 60% 이상이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에 의해 생산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탄소세 부과로 기업의 비용은 석탄을 환원제로 쓰는 1차 금속산업 및 비금속광물 산업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지만, 기업의 비용 효율화 노력으로 탄소세 부과 금액보다는 실제 비용 증가 폭이 작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래도 전 산업에 걸친 비용 증가로 2040년 생산자물가는 기준경로 대비 8%p 상승해 매년 0.4%p의 생산자물가 상승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신재생 확대 미흡할 경우 생산자물가 추가 상승

시나리오 2는 시나리오 1과 동일한 경로로 탄소중립을 추진하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이 시나리오 1에 비해 75% 수준에 그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경우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50%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이렇게 되면 산업의 탈탄소 비용 부담이 급증하면서 생산자물가는 2040년까지 매년 1%p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논문은 기후대응에 따른 생산자 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은 (기후변화가) 단순히 녹색금융의 문제만이 아니라 물가안정 측면에서도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라는 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