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 중복상장 논란…"지주사 ㈜LG 디스카운트 요인"

거버넌스포럼 "중복상장 해소 정책 논의 본격 시작해야" "모자회사 동시상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요인" "2대주주 PE 투자회수 외에 모자회사 중복상장 이유 있나" "LG CNS 상장, 한국 지주회사 제도 진지하게 돌아볼 계기"

2025-01-13     김대우 기자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LG CNS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기업공개(IPO)를 진행중인 LG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 LG CNS의 중복상장 논란과 관련, "차제에 이미 중대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요인으로 대두한 모자회사 중복상장을 중장기적으로 상장 폐지나 매각 등을 통해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포럼은 13일 논평을 내고 LG CNS의 상장은 모자회사 동시상장으로 인한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유발한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포럼은 이날 "LG CNS가 굳이 IPO를 해서 (논란을 일으킬 것이 명백한) 모자회사 중복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유발할 이유가 있나"라면서 2대주주 PE(프라이빗에쿼티)의 구주매출과 장내매도를 통한 엑시트(투자회수) 목적에 방점을 뒀다.

실제로 LG CNS의 IPO는 사실상 맥쿼리PE의 엑시트가 목적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LG CNS 지분 매각 당시 맺은 ㈜LG와 맥쿼리PE의 주주간 계약에는 올해 4월까지 LG CNS 상장이 완료돼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결국 그룹 지주회사와 사모펀드 간의 사적 계약의 이행을 위해 많은 소액 투자자를 포함한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LG CNS가 맥쿼리에 지분을 매각한 이유는 2020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공정거래법 개정을 앞두고 ㈜LG는 LG CNS 지분을 84.95%에서 49.95%로 줄였다.

포럼에 따르면 이번 IPO를 통해 LG CNS가 조달하는 자금은 약 6000억원인데 만일 IPO를 하지 않고 주주배정 증자를 했다면 대주주 LG가 부담해야 되는 자금은 약 3100억원이다. 현재 LG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순현금은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자금 여력은 넘친다는 것이다.

LG CNS가 모집하는 공모주식은 총 1937만7190주다. 이 중 절반(968만8595주)은 2대주주 맥쿼리자산운용 PE본부의 지분을 매각하는 구주 매출이며 나머지는 신주 발행이다. 희망 공모가액 범위에 따른 공모예정금액은 1조406억∼1조1994억원으로, LG CNS는 이 중 절반인 5203억∼5997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열린 LG CNS의 IPO 기자간담회에서 현신균 최고경영자(CEO)가 중복상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공식 부인해 논란이 됐다. LG CNS는 1987년 미국 EDS와 합작법인으로 출발해 업력이 오래됐고, LG화학에서 분리된 LG에너지솔루션 사례처럼 사업부를 떼어내 물적 분할한 뒤 상장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비상장 거래소에서 거래되어 왔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포럼은 이에 대해 "중복상장 문제와 관련해 사실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른 '물적분할 후 5년 이내 상장'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원래 LG CNS의 가치가 지주회사인 ㈜LG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포럼은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HS애드 등 주요 자회사들은 이미 모두 상장돼 있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디앤오, LG경영개발원, LG스포츠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LG CNS가 ㈜LG의 유일한 대규모 비상장 자회사"라며 "LG CNS 상장 이후에는 LG CNS에 직접 투자하면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LG 주식을 살 이유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LG그룹 계열도.   자료=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또 LG CNS 상장으로 ㈜LG의 모든 주요 자회사들이 상장된 상황에서 ㈜LG의 자산이나 이익에서 극히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디앤오나 LG경영개발원, LG스포츠 사업을 소유하기 위해 ㈜LG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므로 ㈜LG 주식은 이른 바 '고아 주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복상장의 근본적 원인, 지주회사 제도 개선 논의 시작돼야

포럼에 따르면 LG는 2002년 최초로 인적분할 뒤 현물출자 방식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이후 170개 이상의 기업집단이 LG의 선례를 따랐고, 2020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상장으로 자본시장 제도 개선 논의를 촉발한 그룹이기도 하다.

포럼은 전체 상장회사의 8∼18%가 중복상장 문제에 노출됐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상장 폐지 등 구조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주회사는 기본적으로 경제력 집중을 쉽게 하기 위한 제도다. 지배주주가 자기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자회사를 간접 지배하고 손자회사, 증손회사로 계속 지배력을 확대시켜 나갈 수 있는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19세기 말까지 미국에서 금지되었고, 2차 대전 이후 일본에서 해체된 후 오랫동안 금지되었으며, 우리 공정거래법에서도 1998년 이전까지 금지됐었다.

이런 지주회사가 ‘지배구조 투명화’라는 명목 하에 허용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대기업집단의 복잡한 순환출자 때문에 기업 매각 등 구조조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의 돈으로 쉽게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지주회사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자회사나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도록 하는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세법으로 자회사 지분율이 80% 미만이 되면 연결납세에서 제외해 자회사 배당에 대한 모회사 법인세 면제 혜택을 대폭 줄인다.

韓 지주회사, 지배주주와 가족들의 영속적 절세 및 지배 수단으로 변질

하지만 한국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지분율 하한은 1998년 도입시의 30% 그대로다. 오히려 2004년 개정시 20%로 내려갔다가 2021년에서야 다시 30%로 올라왔다.

세금은 미국과 정반대다. 자회사가 모회사로 배당할 때 지분율이 20%만 넘으면 배당소득에 대한 모회사 법인세가 80% 면제된다. 지분율 50% 이상이면 전부 면제다.

LG 방식으로 지주회사 만들 때 지배주주가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를 주식 처분시까지 미뤄주는 제도는 또다시 2026년까지 연장됐다(조세특례제한법 제38조의2). 게다가 지난 2010년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주회사 주식을 ‘상속’해도 양도소득세 납부를 미뤄주도록 한 잘못된 법 개정은 아직도 바로 잡히지 않고 그대로다.

올해로 도입 27년이 된 한국의 지주회사는 ▲70%의 타인자본을 이용한 자회사로 지배주주의 지배력 확장을 인정받고 ▲절반도 되지않는 지분으로 자회사의 다른 주주는 종합소득 분리과세도 받지못하는 자회사 배당소득세를 80% 면제받으며 ▲지주회사의 지배주주가 원래 냈어야 하는 양도소득세는 자손대대로 면제되는 창업가족들의 영속적인 기업집단 지배 유지를 위한 최적의 법인 도구로 진화중이다.

지주회사 디스카운트 덕분에 같은 돈으로 20배 이상의 지배 효익 누려

국내 주요 지주회사의 PBR과 지배주주 개인 지분율.  자료=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게다가 결정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요인은 바로 ‘지주회사 디스카운트’다. 한국 주요 지주회사의 PBR과 지배주주 개인 지분율(특수관계인 제외)을 보면, 평균 PBR 0.4에 불과해 '적은 돈으로 많은 자회사를 지배하면 할 수록 좋은’, 간단히 다시 말하면 ‘주가가 낮으면 좋은’ 지배주주의 이해관계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그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포럼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에 의한 자회사 지분율 30% 제도만으로도 가진 지분율의 8배 이상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 한국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다(2024년 공정위 발표 기준, 기업집단의 평균 동일인 지분율 7.32% 기업집단 내부 지분율 60.03%로 의결권 승수 8.2).

그런데 위와 같이 평균 PBR 0.4 수준으로 심각한 지주회사 디스카운트까지 고려하면 그 효익은 20배 이상으로 높아진다(지주회사의 순자산가치, 즉 PBR 1 대비)고 포럼은 주장한다. 즉, 한국 기업집단의 지배주주는 낮은 자회사 지분율 규제와 지주회사 디스카운트 덕분에 그룹 전체에 대해 같은 돈으로 20배 이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포럼은 한국의 지배주주들은 종종 차등의결권 주식이나 황금주, 포이즌필 도입을 주장하지만 이미 한국에는 20배짜리 차등의결권 주식 또는 포이즌필이 도입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포럼은 이어 "문제는 주주총회 결의도, 정관상 규정도 없이 지난 수십년 동안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이전시켜 이런 효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라며 "과연 이런 기업집단의 심각한 불평등 구조가 지속가능할가"라고 반문했다.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와 함께 상장 폐지 등 구조 개편 논의 시작해야

이웃 일본도 과거 중복상장 문제 등으로 비슷한 상태였지만, 이미 10여년 전부터 모자회사 동시상장과 상호주(정책주)의 문제점을 정확히 깨닫고 그 해소를 위해 노력한 결과 중복상장이 줄어들고 자본시장 정상화를 이루는데 큰 효과를 본 바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히타치 그룹이다. 전형적인 문어발식 대기업이었던 히타치는 파산 위기에 몰렸던 2010년, 독립성 높은 이사회의 지지와 견제 하에 IT와 인프라 분야로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을 매각하거나 상장을 폐지하여 22개였던 상장 자회사가 이제 하나도 없다.  오랜 개혁의 결과가 반영되어, 2021년 이후 히타치의 주가는 4배 넘게 상승했고, 2024년에만 전년 대비 90% 상승을 이뤘다. 

포럼은 "내 돈 없이 남의 돈으로 쉽게 다른 사업을 하고 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적당한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는데 누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모험적인 신사업에 도전하겠는가"라며 "자회사에 대해 최소한 50%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하도록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상장 폐지나 매각 등을 통해 중복상장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서로 관계없는 다양한 사업을 하는 한국의 기업집단에서 지주회사만 상장하는 것이 자본시장 관점에서 반드시 바람직한 지, 아니면 ‘하나의 사업에 하나의 주식’이라는 자본시장의 단순한 기본을 어떤 다른 방법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등의 논의가 속히 시작되어야 한다"며 "자본시장 개선을 넘어, 선진국 문턱에서 휘청이고 있는 한국 경제와 사회 전체의 백년대계를 위한 주제 중 하나로 반드시 필요한 논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