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ESG 해외 10대 뉴스... 블랙록, 책임투자, 50조달러, 평가표준화, 환경행동주의

지속가능경영 전문 미디어 임팩트온 선정

2020-12-26     김광기
2020년은 친환경과 사회책임 등 ESG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해였다. 사진=픽사베이

올해 ESG에 대한 관심은 해외에서 더 뜨거웠다. 글로벌 기업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탈탄소 등 ESG경영과 관련한 목표를 발표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환경 이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고, 경제의 위기적 상황으로 사회 양극화도 심화됐기 때문이다.

전 지구적 위기 의식 아래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최대 수혜자인 기업들이 책임감을 갖고 뭔가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의 결과다. 기업들이 과거보다 훨씬 자발적으로 나선 가운데, 금융시장의 자산소유 및 운용회사들은 투자 대상 선정에 있어 ESG 요소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각국 정부가 그린산업에 재정을 적극 투입하면서 세계 글로벌 증시에선 ESG관련 테마주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각국의 연기금 등이 ESG투자를 늘리면서 ESG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자산 규모가 50조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을 보내며 ESG 관련 해외 10대 뉴스를 소개한다. 10대 뉴스는 데이터 기반 사회책임경영 전문 미디어인 인팩트온이 선정했다. [ESG경제]

①블랙록, ‘지속가능성’ 투자원칙 발표

7조800억달러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1월 연례편지를 통해 향후 투자 결정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을 핵심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매출액의 25% 이상을 석탄발전을 통해 거둬들이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매도하겠다고 했다.

블랙록의 이 선언은 전 세계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ESG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이후 블랙록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244개 기업 중 53개 기업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반대투표를 던지는 등,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해오고 있다.

②글로벌 자산시장에 ESG 투자 돌풍 

글로벌 자산시장의 ESG 투자 규모는 2012년 13조2000억 달러에서 2018년 30조7000억 달러로 급증하는 추세였다. 코로나 팬데믹은 오히려 ESG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시켰다. 글로벌 ESG펀드 누적 투자 규모는 올해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제껏 ESG 관련 투자는 유럽이 주도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왔다. 하지만 2020년 들어 미국 내 투자가 급증했고,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지역 투자도 활발해졌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ESG 투자가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닌 금융업의 주류로 자리잡았다”고 답했다.

전 세계 연기금과 펀드들의 ESG 투자 규모는 2018년 30조 달러 규모에서 2020년 말에는 50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금융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③국가와 기업들, 연쇄 탄소중립 선언

탄소중립 선언의 해였다. EU는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 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를 감축하기로 했다. ‘기후악당’이라 불리는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과 일본도 2050년 달성 목표를 밝혔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2050년 탄소중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업도 탄소중립 대열에 적극 나섰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넷제로를 선언한 글로벌 기업은 1,391개를 기록 중이다. 구글, 바스프, 지멘스(2030년), 월마트와 아마존(2040년), 네슬레(2050년) 등에 이어 MS는 205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선언했다. 배출한 양보다 오히려 많이 거둬들여 실질적 순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내 KB금융, SK그룹 등도 잇따라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④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릴레이 선언

전 세계에서 내연기관차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겠다는 선언 또한 줄을 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0월 내연기관차 판매를 2035년부터 금지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중국도 2035년까지 전기차 등 친환경 신차 판매비중을 50%까지 늘리고,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퇴출방침을 밝혔다.

한국은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권고했다. 더 빠른 곳도 있다. 네덜란드(2025년), 덴마크·독일·인도(2030년), 영국·캐나다 퀘백주(2035년), 프랑스(2040년) 등도 내연차 판매금지 대열에 동참한 나라들이다.

⑤책임감 있는 공급망 정책 수립

전 세계 3000개 자산운용사 및 투자기관이 가입된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은 “공급망 인권 보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포함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공급망에서 벌어지는 원재료 조달부터 생산과정에서의 인권침해, 환경파괴 등에 관한 이슈가 부각된 한해였다.

인도네시아는 1월 전기차의 핵심소재인 니켈 채굴과정의 환경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을 이유로 수출제한 조치를 취했다. 유럽연합은 9월 지속가능한 원자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유럽원자재연합’을 출범키도 했다.

식품 및 소비재기업의 경우 콩과 팜유 등의 원료 조달을 위해 개발도상국의 삼림을 불법으로 훼손하거나 불태우면서 ‘삼림벌채(Deforestation)’ 문제가 불거졌다. 11월말 스위스에서는 기업 공급망의 인권 및 환경침해에 관한 실사를 의무화하는 국민투표까지 벌어져 과반수 이상(50.7%)의 지지를 얻는 일도 있었다.

⑥플라스틱 패키징 퇴출 가속화

EU는 3월 그린딜의 일환으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액션 플랜을 마련하고 총 35개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플라스틱 패키징(포장재) 사용 제한이 본격화될 것을 대비해, 기업들의 대응이 빨라진 한해였다.

프랑스 화장품업계 1위 로레알은 화장품 업계 최초로 65% 가량 종이로 만들어진 종이 튜브형 화장품 용기를 사용한 선크림을 출시했다. 세계최대 양주회사 바카디는 야자수, 카놀라, 콩과 같은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생분해 가능한 양주병을 개발해 2030년까지 8000만개의 플라스틱병을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EU는 2030년까지 패키징에 바이오성분 함유량을 최소 60% 이상으로 확대하고,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50%를 재활용할 계획이다.

⑦인종 및 성(Gender) 차별에 대한 관심 확대

코로나19로 인해 인종 및 성별 불평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조직 내 다양성(Diversity)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업이 줄을 이었다.

MS는 지난 6월, “2025년까지 임원급의 흑인비율을 2배로 늘리고, 다양성과 포용성 분야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MS의 임원급과 기술직의 흑인비율은 2019년 3.3%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는 '인종 형평성 개선위원회'를 새롭게 조직해 내부 교육을 강화하고, 신규 채용시 미국사업장의 11%까지 흑인비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구글도 2025년까지 임원급의 소수인종 비율을 30% 이상 늘리겠다고 했다. 아마존, 구글, MS 등 미국 주요 27개 IT 및 금융기업 대표들은 ‘뉴욕 일자리 CEO 협의회’를 결성해, 10만여명에게 기술교육 및 일자리 제공을 통해 소수자 그룹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⑧ESG평가 글로벌 표준 제정 움직임

ESG투자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ESG 등급을 평가하는 ESG 글로벌 표준 및 프레임워크에 대한 논란도 뜨거워졌다. EC(유럽위원회)는 1월 비재무지표의 표준을 개발해야 한다는 안건을 내놓았고,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 또한 ESG를 포괄하는 새로운 회계기준의 필요성을 명문화했다.

서스테이널리틱스 자료에 따르면, ESG와 관련한 글로벌 표준 및 프레임워크, 데이터 공급, 평가 등의 기관은 600개가 넘는다. 이처럼 우후죽인인 가운데 ESG 글로벌 표준 제정 움직임이 일었다. 9월 GRI(글로벌보고 이니셔티브), SASB(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 IIRC(국제통합보고위원회), CDSB(기후공개표준위원회),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등 5개 기관은 “표준을 통합하겠다”고 선언했다.

SASB와 IIRC는 내년 중반까지 합병하고 ‘가치보고재단(Value Reporting Foundation)’으로 재탄생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WEF는 세계 4대 회계법인(딜로이트, EY, KPMG, PwC)과 함께 기업이 사용할 공통 ESG 프레임워크 개발을 진행했으며, 10월에 21가지 핵심지표와 34가지 확장지표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각계의 요구에 따라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또한 지난 9월 지속가능보고에 관한 협의문서(Consultation Paper)를 발표했다. 핵심은 내년에 비재무보고 기준 단일화를 위한 ‘지속가능성 기준위원회(SSB,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를 창설하겠다는 구상이다.

⑨재생에너지와 소형원전 기술투자 본격화

2020년은 태양광과 풍력 같은 기존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와 함께 수소, 이산화탄소 포집, 소형원자로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기술투자가 본격화된 한해였다.

노르웨이는 9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본격화하는 ‘롱십(Longship)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멘트공장의 탄소를 포집해 북해지역 해저에 보관하는 18억달러(2조400억원) 투자규모의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4년 문을 열고, 매년 15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규모다.

독일은 친환경 철강을 생산하기 위해 철강기업 잘츠기터 AG그룹에 500만유로(66억원) 투자키로 했으며, 잘츠기터는 최초로 수소 및 천연가스 기반의 DRI(Direct Reduced Iron) 제조공장을 운영한다. 2년 이내에 용광로 공장을 저탄소 강철 생산으로 전환키로 했다.

미쓰비시 중공업 계열사인 미쓰비시 조선은 선박의 탈탄소화를 위해 세계 최초로 해상 이산화탄소 포획기술을 개발해 2021년부터 선박에 적용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병행하는 노력도 일었다. 빌게이츠는 테라파워(TerraPower)라는 원자력 발전회사를 세워, 10년 내 나트리움(Natrium)이라는 소형 원전을 상용화할 계획을 밝혔다.

⑩환경 투자자 행동주의 급부상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기업에 대해 경고와 투자금 회수, 이사진 교체 요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 개입하는 ‘투자자 행동주의(Activism)’이 급부상했다.

500개 투자자그룹이 모여 운용 자산규모가 47조달러(5경)에 이르는 ‘기후행동(Climate Action) 100+’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전 세계 161개 기업에 2050년까지 넷제로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엑손모빌, BP, 로얄더치쉘, 아람코 등 글로벌 석유화학기업 등이 표적이 된 가운데 한국 기업으로는 한국전략, 포스코, SK이노베이션 등 포함됐다. 미국에서 세번째로 큰 공적연기금인 뉴욕연기금은 아예 화석연료 관련 투자포트폴리오를 없애기 위해 2025년까지 관련 기업들의 지분 매각을 선언했다.

BP의 경우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175억달러(21조원) 규모의 자산을 감가상각처리했는데, 이는 BP가 보유한 원유와 가스전 장부가치의 12%에 해당됐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엔진넘버원은 엑손모빌에 서한을 보내 “풍력기업 출신 CEO를 비롯한 재생에너지 전문가 등 신규이사 4명을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임팩트온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