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DEI 정책 철회...기업, 일부 '순응' 다수 '반발'
트럼프, 연방 정부 DEI 대거 종료 명령...민간 동참 압박 메타·아마존, DEI 정책 축소...DEI 명칠 변경 기업 늘어 BoA, DEI "상업적 가치" 있어...단순한 정치적 올바름 아냐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부와 민간 부문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iversity, Equity, Inclusion 이하 DEI) 정책 폐기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DEI 프로그램에 대한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2기 백악관은 출범 첫날인 지난 20일(현지시간) ‘급진적이고 낭비적인 정부 DEI 프로그램 종료’ 행정명령 성명을 내고 “연방정부의 DEI 및 DEIA(다양성·형평성·포용성 및 접근성) 관련 명령, 정책, 프로그램, 선호 사항 및 활동을 포함한 모든 차별적 프로그램의 종료를 조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방지 금지, 백악관 젠더정책위원회 설립, 소수인종을 위한 기회 증진 등의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이와 함께 ‘미국적 가치의 복원(Bring Back American Values)’ 의제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성별만 법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더불어 DEI 정책 담당 공무원들에게는 전원 유급 강제휴직 발령을 냈으며 추후 계약종료 등 방식으로 해고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연방 정부의 직원 성과 평가를 포함한 연방 고용 관행은 개인의 주도성, 기술, 성과 및 노고에 보상해야 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DEI 또는 DEIA 요인, 목표, 정책, 명령 또는 요구 사항을 고려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이 정부 계약을 수주받는 민간 기업도 고용에 있어 소수자성, 다양성 등을 고려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으나, 이런 미국의 상황과 달리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중인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여전히 DEI 정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DEI, 축소되거나 이름을 바꾸거나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고 있는 기술 기업 메타(META)와 아마존(Amazon)은 일부 DEI 이니셔티브를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WEF에 참석한 다른 기업들은 DEI 정책을 다른 이름으로라도 변경해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고 있는 최소 3개 기술 기업 임원과 인터뷰한 결과, 이들 기업은 미국 정부와의 계약을 잃을 위험이 있더라도 직장 내 다양성 프로그램을 유지할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DEI 이니셔티브를 새롭게 호명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기술 회사 임원은 DEI 정책에 대한 헌신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임원은 "우리는 수년 동안 더욱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세상은 다양하며 직원 기반도 그러한 다양성을 반영한다. 이는 훌륭한 혁신의 핵심이며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포르투갈 최대 유틸리티 기업 EDP의 미구엘 스틸웰 안드레드 최고경영자(CEO)는 "(DEI 정책)이름에 대한 많은 이야기와 논란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최고의 인재를 회사에 끌어들이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DEI 체크박스를 채우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망한 스타트업 기업 스케일 AI(Scale AI)의 CEO인 알렉산더 왕은 X(구 트위터)에 게시물을 올려 트럼프의 행정 명령을 환영하고 기술 분야에서 DEI 대신 MEI(능력·탁월성·지능)를 홍보할 것을 촉구했다.
은행가들, "DEI 정책이 비즈니스에 도움돼"
일각에서는 DEI 정책이 단순히 ‘정치적 올바름’이 아니라 ‘상업적 논리’에서 돈이 되기 때문에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CEO 브라이언 모이니한은 WEF에서 기업의 다양성이 "상업적 논리"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22일 미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DEI 정책은 자신들의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서 이를 폐기하라는 일부 주주들의 요구에 반박했다.
그는 소외된 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노력은 기본적으로 JP모건의 사업에 도움이 되며, JP모건의 DEI 노력에 관해 각종 커뮤니티 지도자와 미국 전역의 주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칭찬을 받아 왔다면서 "우리는 흑인과 히스패닉, 성소수자(LGBT)와 참전 용사 커뮤니티에 계속해서 손을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회사는 탈탄소화와 다양성을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DEI 정책 폐기를 요구한 주주제안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다면서 자신의 고객들은 "탈탄소화와 기후 변화에 대해 생각하며, 그들의 사업과 어떻게 전 세계에서 능력의 다양성을 찾을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 고객들과 대화하고 우리가 항상 해왔던 일을 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의 사모펀드 총괄담당자 알렉산드 슈미츠 역시 "이 세상의 투자자들에게 (DEI가 포함된)ESG 기준은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도 계속 중요할 것’이라면서 "더 높은 차원에서 볼 때, ESG 투자의 포괄적이고 거대한 주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나는 아직 그것을 되돌리는 것을 많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사모펀드에서 DEI 전략을 되돌리기 시작하면 여러분은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으며, 그것은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