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연계 금융상품, 선물부터 시작→ETN‧ETF로 확대 해야"

이효섭 자본연 금융산업실장 4단계 로드맵 제시 올 연말~내년 선물부터 도입...실물결제방식 채택 선물시장 변동성 억제 위해 미결제약정 차등 적용

2025-01-23     이신형 기자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에서 참석자들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환경부=연합뉴스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정부가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선물과 배출권 연계 금융상품 시장 개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선물부터 시작해 ETN와 ETF로 도입을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선물 결제는 현물과 선물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현금결제보다 실물결제 방식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실물결제방식은 선물 만기 도래 시 선물 매도자와 매수자가 현물을 인도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현금결제는 선물 만기시 손익의 차익만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22일 환경부가 주최한 배출권거래제 시행 및 시장 개설 1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배출권 연계 금융상품 도입 방안’에 대해 발제하면서 “4단계의 배출권 금융상품 도입 로드맵을 제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표] 자본연 이효섭 실장이 제언한 탄소배출권 연계 금융상품 도입 로드맵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금융산업실장

이 실장은 첫 번째 단계에서 배출권 현물시장이 지금보다 활성화되고 안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현물시장 활성화를 위해 배출권을 주식처럼 증권사를 통해 위탁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시장참가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배출권 거래 시장 참가자는 700개 배출권 할당대상 기업과 7개 은행과 증권사로 구성된 시장조성자, 21개 증권사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내년 2월7일부터 개정된 배출권거래법 시행령이 시행됨에 따라 은행과 자산운용사도 배출권 거래 시장 참여가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정부가 배출권 예비분을 확보하고 필요시 시장 안정을 위해 사용하는 가격 안정화 장치도 가동할 예정이다.

이 실장은 현물시장에서 ”위탁 매매 도입과 가격 안정화장치 등이 잘 정착된 이후에 올 연말이나 내년에 배출권 선물 시장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물시장이 잘 작동하려면 현물시장과의 원활한 결제가 이루어지고 차익거래와 헤지거래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결제 방식은 현물결제가 바람지하다“고 말했다.

현물과 선물과의 연계성을 높이고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대부분의 배출권 선물시장이 현물결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 실장은 ”선물 시장 도입 초기에 과도한 가격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해 참여자별로 미결제약정 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무엇보다 감독 체계를 정비해서 불공정 거래 개연성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 2023년 9월에 발표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개선 방안’을 통해 배출권 선물시장 개설의 기본 골격을 제시한 바 있다. 선물의 1계약 단위는 100톤이고 상품은 3월물과 6월물, 9월물, 12월물로 이루어진다.

이 실장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배출권이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됨에 따라 선물거래가 매우 활발해 지난 2023년 전체 탄소배출권 거래에서 선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85.2%를 차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탄소배출권 시장에서도 선물이 거래 비중이 80~90%를 차지했다.

선물시장 안착 후 ETN‧ETF 도입 해야

이 실장은 ”선물시장이 안착한 후 세 번째 단계로 ETN, 그 다음으로는 ETF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배출권 선물시장은 투자를 위해 증거금이 필요하고 현물 배출권보다 수익률 변화가 커 기관투자자가 주로 참여한다.

반면에 배출권 연계 ETF나 ETN은 상장 주식처럼 쉽게 매매할 수 있고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개인투자자가 주로 참여한다.

ETN과 ETF는 모두 지수추종형 상품이지만 ETN은 증권사가 발행하고 ETF는 자산운용사가 발행한다. 

ETN은 증권사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상품으로 보증이나 담보가 없는 채권처럼 증권사가 부도나면 투자 손실이 발생한다. 반면에 ETF는 펀드에 배출권을 편입해 별도 신탁기관에 보관하기 때문에 발행사의 부도에 따른 손실은 없다. 다만 ETF 수익률과 배출권 가격 수익률과의 차이를 뜻하는 추적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표] ETF와 ETN 비교

자료=자본연 이효섭 실장

이 실장은 ”ETN이나 ETF의 경우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각각 배출권 선물나 현물을 활용해 헤지를 하면서 운용하기 때문에 현선물시장의 유동성을 확보가 중요하고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헤지 운용 역량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ETF나 ETN 시장은 다수의 개인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체계를 충실히 갖추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