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장기화 국면..."순환출자는 공정거래법 위반"
최 회장, 박기덕 사장 등 공정위·검찰에 배임 혐의 형사고발 예고 '대타협' 제안에 MBK측 "진정성 없어, 순환출자 먼저 원상복구 하라" 고려아연 "공정거래법 위반 아냐...고발한다면 소송 통해 가려질 것"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영풍 의결권 제한'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법적 다툼으로 비화하면서 결국 법정에서 승패가 갈리게 될 전망이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의 의결권 제한을 목적으로 최윤범 회장이 만들어낸 순환출자는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최 회장과 박기덕 사장 등을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이 지난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묘수'로 경영권을 노리는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이사회 장악 시도를 일단 막아냈지만 법정소송에 직면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전날 임시주총에서 최 회장 측은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해 기존에 최 회장 일가가 보유하던 영풍 지분을 고려아연의 호주 내 100%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넘겨 ‘영풍-고려아연-SMC-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경영권을 방어하는 카드로 활용했다.
MBK 파트너스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은 순환출자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SMC의 영풍 주식 취득 행위의 중지, 주식의 처분과 형사고발 요청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고자 하며, 관할 검찰청에 최 회장 및 박기덕 사장 등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덧붙였다.
영풍·MBK 측은 앞서 낸 입장문에서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총의 결과는 원천 무효"라며 "주주와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철처히 우롱한 고려아연과 현 경영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도 파행을 겪은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중도 퇴장하면서 최 회장 측의 영풍 의결권 배제가 위법적이라며 향후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영풍·MBK의 법적 대응 선언에 대해 고려아연 박기덕 사장은 "분쟁 장기화를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상대편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위법, 불법, 탈법이라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 사장은 MBK 측이 공정거래법 36조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향후 저희를 고발하겠다면 그 부분은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SMC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 "주식회사"라고 밝히면서 "공정거래법상 외국 회사와 상법상 외국 회사에 대한 적용 여부는 별개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개월여간 다툼을 이어온 MBK 측에 "고려아연 이사회를 전향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며 대화와 타협을 제안했다.
이같은 고려아연의 '대타협' 제안에 대해 MBK 관계자는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어제 했던 불법적인 임시주주총회와 탈법적인 순환출자를 먼저 원상복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풍·MBK "임시주총서 최대주주의 의결권 강탈 당해"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최대주주의 청구로 성사된 임시주총에서 위법과 탈법 행위로 인해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강탈당하는 기가 막힌 일이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에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경영권 방어가 어려울 것이 확실해지자 '탈법적 상호출자' 꼼수를 급조해 최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부당하게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영풍·MBK 측은 "SMC는 외국법인이자 유한회사로, 국내기업이 아니고 주식회사도 아니어서 상법상 상호주에 따른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최회장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내지 순환출자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탈법적으로 외국회사인 SMC를 동원하고서, 외국회사인 SMC에 대해 국내 상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며 자기모순일 뿐 아니라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영풍·MBK 측은 "최윤범 회장 측이 '상호주 제한' 제도를 악용해 경영권 방어를 시도한 것은 주주와 자본시장을 철저히 우롱한 반자본주의적 막장 행태"라며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유상증자 철회에 이어 '탈법적 순환출자'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소수주주 권리 보호가 아닌, 소수지분만을 보유하고 있는 최 회장 자신만의 자리보전을 위한 것임이 명백해졌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전날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중도 퇴장에 앞서 발언권을 얻은 뒤 의장석을 향해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서 고려아연 앞날을 반드시 바로잡고 무도한 일을 벌이는 현재 고려아연의 지배구조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영풍의 주식을 전격적으로 사들인 SMC는 고려아연의 손자회사, 우리 입장에선 증손자 회사"라며 "SMC가 사용한 575억원 중에서 270억원은 우리 돈과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그러한 돈이 1대 주주의 권리를 방해하기 위해 부당하게 사용된 점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김광일 MBK 부회장 "법원서 시시비비 가릴 것"…주총 중도 퇴장
김 부회장은 "이날 임시주총은 지난 4개월 반 정도의 분쟁 상황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며 "법원과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최선의 노력 다해 의사결정을 해줬고 그 결과물이 있었는데 SMC에서 전격적으로 영풍 주식을 사들여 일방적으로 의결권을 박탈하고 기형적인 임시주총 진행한 점에 심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영풍·MBK 측은 이날 퇴장 뒤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국 자본시장과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 지키기'를 위해서 얼마나 더 유린당해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풍·MBK 측은 "SMC는 영풍 주식을 취득해야 할 사업상 필요가 전혀 없다"며 "호주에서 아연제련업을 하는 회사가 한국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순환출자규제의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의결권도 없는 영풍 주식을 왜 취득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윤범 회장 측이 의장권을 가지고 있음을 기회로 오늘 임시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이 없다고 우기기 위해 575억원을 소모해 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임시주총의 위법적인 결과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취소 및 원상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자본시장의 제도와 관련 법령에 따라 비록 시간이 걸리고 고통스럽더라도 뚜벅뚜벅 저희 앞에 놓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걸려도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인 만큼 장기전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