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백악관 연방보조금 지급 중단 추가 제동...한국 기업 영향은?
기후 클린에너지 정책 관련 지원도 동결 대상 백악관, 지출 중단 일단 철회...업계 긴장 여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보조금 중단 우려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보조금 동결 조치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던 미국 법원이 모든 지출 동결 조치를 중단하라고 또 한차례 명령했다.
하지만 기후와 에너지 정책 관련 지원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기조에 부합하지 않는 연방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집행을 중단하겠다는 백악관의 의지가 여전해 관련 기업과 단체가 여전히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미국 관리예산국(OMB)는 지난달 27일 연방 보조금과 대출 지원 제도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부합하는지 평가하는 동안 자금 집행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라는 메모를 연방 기관에 보냈다.
여기에는 '반도체(CHIPS) 인센티브 프로그램', '청정 차량을 위한 세액 공제', '첨단 제조·생산 세액 공제' 도 포함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미국 진출 한국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한국 기업들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보조금 계약을 마친 상태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그 내용을 검토하기 전에는 보조금 지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폴리티코와 AP통신, 트렐리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비영리단체들이 연방보조금 지급 중단 조치에 반발하며 즉각 소송을 제기했고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로렌 알리칸 판사는 29일 연방 정부 지출 동결 조치를 2월 3일까지 보류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백악관은 연방보조금 집행 중단 조치를 철회했다. 하지만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소셜 미디어 X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연방 정부 자금 집행 동결의 철회”가 아니라며 “법원의 명령으로 발생한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관리예산국의 메모를 철회한 것일 뿐”이라고 논평했다.
이런 가운데 로드아일랜드주 연방법원의 존 맥코넬 판사도 지난달 31일 20여개주 법무부장관이 소송을 제기하자 행정부에 지출 동결 중단을 명령했다.
법원의 명령에도 일부 비영리단체들은 연방 정부의 자금 집행이 이루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고 알리칸 판사는 또 한차례 모든 형태의 자금 집행 동결 조치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연방보조금 둘러싼 불확실성 여전
CNN에 따르면 관리예산국이 공개한 자금 지원 중단 검토 대상은 미국 전역에서 시행되는 수백 개의 프로그램에 달한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후 이민자 지원이나 대외 원조, 기후와 에너지 정책 관련 지원, 성 정체성, DEI(다양성과 공평, 포용) 이니셔티브, 선택적 임신 중절에 대한 지원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자금 지원 중단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지원 중단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프로그램은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의료 지원제도인 메디케이드나 식품 쿠폰 지급과 같은 의무 지출과 소상공인이나 농민 지원 프로그램, 임대료 지원, 저소득층 아동 지원, 연방 정부 장학금 등이다.
CNN은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연방 정부 지출 중단을 놓고 정치적, 법적 대립이 이어져 대법원 판결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며 다수의 비영리 단체와 주 정부와 연방 정부 기관이 이런 유동적인 상황 속에서 혼란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트렐리스는 리빗 대변인의 발언이 미국의 클린테크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아직 불분명하다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나 탈탄소화를 위해 연방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모든 기업이나 조직, 단체는 자금 지원 중단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 기업들도 바짝 긴장
이번 조치가 실제 시행되면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등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받게 돼 있는 세액 공제 혜택과 대출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법에 따라 받게 돼 있는 보조금 등에도 영향이 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결정된 수천억 원∼수조 원 규모의 보조금이 줄면 공장 착공 및 생산 지연 등 기존에 세워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상황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370억 달러 이상의 최종 투자 규모를 결정하고, 작년 12월 20일 미국 상무부와 47억4500만 달러(약 7조 원)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최종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토대로 첨단 미세공정 개발, 테일러 공장 건설, 고객 유치 등에 박차를 가해 2026년 테일러 공장 가동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한 SK하이닉스도 지난달 19일 미 상무부와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639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선 대만의 TSMC가 전임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앞서 보조금을 받기 시작한 선례를 남겼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 등에 대한 보조금도 지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설비투자 및 고용 창출과 연계된 보조금은 해당 투자 지역을 지역구로 둔 공화당 의원들의 입김으로 인해 결국 복원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진출한 곳은 공화당 우세 주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