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대한항공, 구매한 크레딧 감축실적 "제로"

국내 기업들 크레딧 구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57%·REDD+ 43% 삼전·SK·대한항공 구매한 브라질 REDD+ 크레딧 감축효과 '0' 국내기업 구매 재생에너지 크레딧 89.7%, 인도 태양광 프로젝트서 발급 인도 태양광 사업, 전력 판매로 충분한 수익 확보해 실질적 추가성 없어

2025-02-06     김연지 기자
플랜1.5가 지난 4일 발표한 ‘국내 기업의 자발적 탄소시장 활용 사례 분석’ 보고서 표지. 사진=플랜1.5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삼성전자, SK에너지, 대한항공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자발적 탄소시장 플랫폼에서 구매한 탄소크레딧의 실제 배출량 감축실적이 아예 없거나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영리 환경단체 플랜1.5는 지난 4일 발표한 ‘국내 기업의 자발적 탄소시장 활용 사례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자발적 탄소시장 플랫폼 베라(Verra)에서 국내 기업이 크레딧을 구매한 내역은 총 78건, 구매량은 71만 2556톤에 달한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 영국법인 ▲GS에너지 트레이딩 싱가포르 법인 ▲한화에너지 호주 법인 ▲SK인천석유화학 순으로 가장 많은 자발적 탄소시장 크레딧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들이 구매한 크레딧 유형은 크게 재생에너지와 국외 산림탄소축적증진(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Plus, 이하 REDD+) 프로젝트로 구분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 구매 비중은 전체의 57%, REDD+는 43%로 나타났다. 

REDD+ 크레딧 90% 실제로 감축효과 없어

지난해 6월 기준 Verra에서 국내 기업들이 구매한 크레딧 구매량과 유형. 사진=플랜1.5

그러나 보고서는 REDD+의 실제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분석한 최근 논문들을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이 구매한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크레딧의 감축효과는 미미하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영국 가디언지 보도에 따르면, 자발적 탄소시장의 크레딧 발행량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열대우림 산림보전 프로젝트(REDD+)를 조사한 결과, 크레딧 중 약 90%가 실제로는 감축효과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난 2023년 8월 사이언스(Science)지에 수록된 ‘기후 변화 완화를 위한 산림 보호 활동의 탄소 상쇄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 필요‘라는 연구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 영국법인과 SK에너지, 대한항공이 구매한 브라질 열대우림 REDD+ 프로젝트(Pacajai REDD+ Project)는 실제 감축 효과가 0인 것으로 나타났다.

SK증권이 구매한 캄보디아 REDD+ 사업(Reduced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Degradation in Keo Seima Wildlife Sanctuary)은 감축 효과가 11.52%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추가성 결여된 재생에너지 크레딧..."삼성전자 크레딧 구매 실효성 없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크레딧 발생 역시 논란의 여지가 크다. 기후환경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사업에 의해 발급되는 탄소 크레딧은 추가성(additionality)이 결여된 크레딧으로 상당부분 가치가 없다고 지적해왔다. 각국 정부의 탈탄소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업 비용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크레딧 발급을 통한 수익’이 추가적인 프로젝트 확대의 유인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8월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위원회(ICVCM)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따라 발급된 탄소 크레딧은 핵심탄소원칙(CCP) 라벨을 획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추가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서 구매한 크레딧의 총량은 40만 4552톤인데, 이 중 89.7%에 달하는 크레딧이 인도 태양광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인도 태양광 사업들은 이미 2014년부터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 화력발전 비용과 태양광이나 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이 같아지는 시점)를 달성하고 있다. 이는 크레딧 판매수익이 없어도 해당 사업이 충분히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레딧 판매수익이 없는 상황에서도 전력 판매를 통해 충분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경제적 추가성’이 없기 때문에, 해당 사업의 크레딧의 실제 감축 효과는 0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 영국법인은 지난 2021년  총 31만 8266톤의 크레딧을 구매해 2021년 영국에서 판매한 판매한 모든 세탁기와 건조기의 배출량을 상쇄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해당 크레딧의 97%가 인도 태양광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 나머지 3%는 브라질 지역의 아마존 산림 보전을 위한 REDD+ 프로젝트 크레딧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 플랜 1.5는 “ICVCM은 지난해 감축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8개 청정개발체계(CDM) 방법론에 대해서 향후 승인을 거부 할 계획을 밝혔으며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 영국법인이 구매한 모든 재생에너지 크레딧들은 거부대상”이라면서 “미국국립과학원회보의 논문에 따르면, 삼성전자 영국법인이 구매한 브라질 열대우림 REDD+ 프로젝트의 감축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영국법인이 주장하는 모든 감축 효과는 0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