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탄소감축 인증 논란, “신뢰성‧추가성 면밀히 검증해야"

플랜 1.5, "아직 전문가 검증 이루어지지 않아" 지적 상의, 독립성 문제 해소 위해 연내 인증센터 분리 독립 이제껏 22개 감축 사업 인증...스코프3 인증 논란 여전

2025-02-06     이신형 기자
사진=픽사베이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운영하는 ‘탄소감축 인증센터’에 등록된 탄소감축 프로젝트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의는 2023년 1월 탄소감축 인증센터를 설립하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자연자본 솔루션을 통한 감축 활동은 물론 기업이 제품과 기술, 서비스를 통해 탄소를 절감하는 감축 사업과 성과에 대해서도 감축 활동으로 인증해주고 있다.

GHG 프로토콜이 정한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방법론에서 스코프 3에 해당하는 배출량을 줄여도 감축활동으로 인정해주는 셈이다.

예를 들면 고효율 제품 등을 개발, 판매할 경우에도 탄소감축 활동으로 인증한다는 뜻인데, 다른 글로벌 인증기관은 대부분의 이런 활동을 감축활동으로 인증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칫 그린워싱 논란을 불러올 소지를 안고 있다.

비영리단체 플랜1.5는 지난 1월 내놓은 ‘국내 기업의 자발적 탄소시장 활용 사례 분석’ 자료에서 이 센터에 등록된 “프로젝트 및 발행된 탄소 크레딧들이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신뢰성과 추가성이 있는 지에 대해 시민가회 및 전문가 차원의 면밀한 검증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상의 탄소감축 인증센터의 감축 활동 검증 및 인증 절차는 교토의정서에 따른 청정개발체제(CDM)이나 세계 최대의 자발적 탄소시장 탄소크레딧 인증기관인 베라(Verra)와 거의 동일하게 ▲방법론 개발 및 사업계획서 작성 ▲제 3자 검증 ▲심의 및 등록 ▲사업이행 및 모니터링 ▲제3자 검증 ▲인증의 6단계로 진행된다.

대한상의 탄소감축 인증센터 노재성 연구위원은 ESG경제에 “현재까지 22개 감축 사업을 인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탄소감축 인증센터의 인증 사례 중 SK온의 배터리 보급 사업과 SK하이닉스의 저전력 기업용 SSD(eSSD) 보급 사업에 대한 인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플랜 1.5의 권경락 활동가는 “대한상의를 포함한 모든 인증의 모태가 되는 것은 CDM사업인데, 거기서도 스코프 3에 관한 활동은 굉장히 제한을 한다”며 “아예 인정 안 하는 건 아니고 소수만 인정해주는 데 대표적인 게 전기차 판매에 대해 탄소 크레딧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판매사도 아니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자가 크레딧을 가져가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SK온, 전기차 운행 감축량을 자기 것 이라는 게 맞나?

대한상의 탄소감축 인증센터는 SK온이 생산한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 운행 과정에서의 감축량에서 일정 비율을 SK온의 감축 실적으로 인증하고 있다.

권 활동가는 배터리 제조사의 전기차 운행에 따른 탄소 감축실적을 인증해준다고 해도 법적, 제도적 측면의 추가성 입증에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CDM 방법론에 따르면 감축사업은 자발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전기차 보급 사업을 자발적 감축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국내에서는 2012년부터 무공해차 보급 확대를 위해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기준’과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어 자동차 제조사들은 일정 비율 이상의 저공해차 및 무공해차 보급에 대한 의무를 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전기차 보급 확대와 관련된 규제가 이미 시행 중”이어서 “법적/제도적 추가성을 만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탄소감축 인증센터는 “배터리 및 전기차량을 사용하는 사항에 대해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법령은 없는 상황”이라며 법적 요구를 받는 관용차를 제외했기 때문에 “법적인 추가성을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SK하이닉스의 저전력 eSSD 보급에 따른 감축 실적 인증도 베이스라인 배출량이 과대 포장돼 있다고 지적했다.

권 활동가는 “이 경우도 스코프 3 배출량이라는 문제와 함께 방법론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효율 개선 산정 시 기존 제품과 신규 제품의 효율 차이를 산정하는 방식과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군의 전체 평균 또는 상위 20%의 평균값을 벤치마크로 설정해 비교하는 방식이 있는데 eSSD의 경우 제품 개발 속도가 일반적인 기기에 비해 매우 빠르고 시장에서 경쟁적으로 저전력 eSSD가 출시되고 있어 후자의 방법론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스코프 3 감축 인증 논란

탄소 크레딧 평가 플랫폼 칼릭스 글로벌(Calyx Global)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라와 골든 스탠다드, ACR, CAR의 4개 주요 인증기관이 신규 발행하는 탄소 크레딧의 75%는 산림 및 토지, 가계 및 지역사회의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해 발행된다.

산림 보호나 복원, 토지 이용 등의 감축 사업은 개선된 산림관리와 산림녹화, 훼손된 산림 복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가계 및 지역사회 감축 사업의 대부분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쿡 스토브 보급 사업이다.

감축 실적을 평가하는 방법론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산림 관리나 산림녹화의 감축 실적을 평가하는 새로운 방법론이 제기됐고 쿡 스토브 사업의 감축 실적 평가 방법론 개선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여전히 비중이 적지 않은 재생에너지 사업에 따른 탄소 크레딧은 추가성 문제로 무결성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추가성은 탄소 크레딧에 의해 창출된 인센티브를 통해 자연상태의 감축보다 추가적인 감축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한상의 탄소감축 인증센터가 인증하는 감축 활동은 이런 국제적인 흐름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베트남 짜빈성 맹그로브 숲 복원 사업과 SK임업이 국내에서 추진하는 산립의 탄소저장 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산림관리 개선 사업 정도가 정도가 국제적으로 널리 시행되는 감축 사업에 해당한다.

노 연구위원은 다른 글로벌 인증기관처럼 재생에너지 투자를 통한 감축이나 탄소 제거, 자연자원을 활용한 감축활동으로 인증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지난 2023년 ESG경제에 “당장은 이런 감축(스코프 3 배출량) 활동을 인증하고 탄소 크레딧을 발행해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며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증 기관에 따라 다른 기관이 인증하지 않는 특정 사업을 인증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노 연구위원은 스코프 3 감축 활동에 대한 인증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기업들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스코프 3 배출량 감축은 소비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업이 감축 인증의 소유권을 갖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따를 수 있다”며 “기업들도 문제 의식을 느끼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거나 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그는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대한상의 제공

대한상의 인증센터 연내 독립

정부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탄소 크레딧 시장 개설을 논의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한상의 탄소감축 인증센터도 인증 기관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탄소감축 활동을 인증하는 기관은 이해상충 문제에서 자유로운 독립적인 기관이어야 한다. 자발적 탄소시장의 무결성 논란을 해소하려면 인증기관의 무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권경락 활동가는 “인증센터가 대한상의 소속이기 때문에 당장 체계만 보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노 연구위원은 이런 독립성과 무결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탄소감축 인증센터가 연내에 독립된 기관으로 분리될 것이라며 “연내 비영리법인으로 새로 설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이 비영리법인의 지배구조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