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제 유지하라”...한화큐셀 등 청정에너지 기업들, 美의회 압박

트럼프와 공화당, IRA 세액공제 혜택 축소 움직임 美 청정에너지 대표들, 5일 의회에 모여 반대 목소리 한화큐셀 등, 의회에 세액공제 혜택 유지 서한 발송 공화당 ‘예산조정’ 절차 통해 IRA 손볼 가능성

2025-02-07     이진원 기자
미국 조지아주 한화큐셀 카터스빌 공장 전경 사진=한화큐셀

[ESG경제신문=이진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청정에너지 분야 보조금 축소와 프로젝트 중단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관련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정에너지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는 세액공제 혜택마저 축소되거나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업계가 미국 의회를 상대로 강한 압박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 청정에너지 기업 대표 160여 명은 5일(현지시간) 의회에 모여 청정에너지 업계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덕분에 받고 있는 세액공제 혜택을 철폐하지 말아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조지아주에서 태양광 통합생산단지를 건설 중인 한화큐셀과 프랑스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개발업체인 EDF 리뉴어블스 등 1800여 개 기업이 5일 의회에 세액공제 혜택을 유지해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뒤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이날 의회에 모인 태양광, 풍력, 기타 재생에너지 분야 기업 대표들은 청정에너지가 일자리 창출과 투자 유치, 전기요금 인하, 급증하는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 충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역할이 결국 트럼프가 추구하는 ‘에너지 패권(energy dominance)’을 확보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고 국가 안보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정에너지 기업들이 이처럼 의회를 압박하는 이유는 트럼프 재선 이후 청정에너지 분야 세액공제 혜택이 축소되고 관련 프로젝트 중단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청정에너지보다 화석연료 선호

트럼프는 청정에너지 분야 세액공제와 같은 인센티브는 정부의 불필요한 지출을 증가시키고, 시장 왜곡을 초래하며,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위해선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 생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그는 취임 직후인 지난달 20일 IRA 관련 자금 집행을 중단시키면서 해양 생태계 보호와 어업 산업 유지를 이유로 새로운 연방 해상 풍력 임대를 중단하는 일명 '미국 에너지의 해방'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내무부는 IRA과 인프라법에 근거한 모든 지출의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해상 풍력 개발업체인 오스테드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해상 풍력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조치들은 청정에너지 산업에 불확실성을 야기하며 일부 프로젝트의 중단이나 지연을 초래했다. 예를 들어, 쉘은 뉴저지 해안의 대규모 해상 풍력 프로젝트에서 철수했고, 뉴저지주는 새로운 해상 풍력 계약 체결 계획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재무부가 최근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풍력과 태양광 분야 보조금은 2024년에 314억달러(약 45조원)로 세법에서 정해놓은 다른 모든 에너지 관련 보조금을 압도한다. 특히 IRA에 따라 올해부터 2034년까지 보조금 지급으로 짊어져야 할 납세자 부담은 4210억달러(약 610조원)나 될 것으로 예상된다.

풍력과 태양광에 대한 연방 세금 지출은 2015년 이후 지금까지 21배 증가했다. 풍력과 태양 에너지 보급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투자세액공제(ITC)와 생산세액공제(PTC)로 인한 연방 세금 지출은 연방 세법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에너지 조항이다.

이에 따라 2025년부터 2034년 사이에 ITC와 PTC에 드는 지출은 전체 에너지 관련 세금 조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여기에는 2024년에 14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하고 2025년부터 2034년까지 1057억달러(약 153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세액공제액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에너지조사연구소(IER)는 지난달 14일자 보고서에서 “대규모 보조금이라는 비용이 숨겨져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 풍력과 태양과 에너지 가격은 매우 비싸다”면서 “미국 등 서양 정부들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 의존도와 함께 이런 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이 올라갈수록 정부와 소비자가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올라갈 뿐 아니라 정부 부담 증가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높은 전기료 부담에 경제 성장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4년 9월 30일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캔자스주 헤이즈 인근에 설치된 벅아이 윈드 에너지(Buckeye Wind Energy)사의 풍력 터빈이 보이고 있다. (AP=연합)

공화당 내에선 세액공제 혜택에 찬반 갈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마련한 기후변화법인 IRA에 포함된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법안 일부를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로이터에 따르면 공화당 내에서도 12명 이상의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세액공제 혜택을 지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주로 자신들의 지역구도 이 혜택의 수혜를 보고 있는 의원들로, 이들의 움직임은 공화당 내에서도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두고 의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2년 IRA 제정 이후 민주당이 장악한 지역보다 오히려 공화당이 장악한 지역이 더 큰 혜택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때 발표된 청정에너지, 배터리, 자동차 제조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 공화당 의원들의 지역구에 자리해 있다.

비영리단체인 E2 분석에 따르면 IRA 덕분에 공화당 지역구에서 1100억달러(약 160조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투자가 발표되어 약 8만 3000개의 일자리가 생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 지역구에서 약 190억달러(약 28조원)의 투자가 이루어져 약 2만 8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 것보다 더 큰 규모다.

바이든은 퇴임 직전인 1월 7일 청정에너지와 절전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과 개인들에게 새로운 세액공제를 해주는 법안을 최종 확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큰 실수라며 이를 계속 이어갈 것을 압박했다.

공화당 ‘예산조정’ 절차 통해 IRA 손볼 가능성

IRA에는 가정 옥상 설치용부터 대규모 태양광 시설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규모의 태양광 및 에너지 저장 관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설치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태양광 모듈, 전기 자동차 배터리를 만드는 미국 제조업체에 대한 세금도 공제해 준다.

미국 재무부와 로듐 그룹(Rhodium Group)에 따르면 IRA 제정 이후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3800억달러(약 550조원) 이상의 민간 투자가 발표됐다. 투자 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태양광으로 1140억달러(약 165조원)이고, 다음이 배터리 제조(770억 달러(약 111조원))와 에너지 저장(660억달러(약 95조원)) 순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IRA 청정에너지 분야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하더라도 의회의 지원이 필요한 이상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계 김영 공화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주)은 미 하원 세입세출 위원회에 출석해 “세액공제 폐지를 고려할 때 큰 망치보다는 정밀한 메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화당이 ‘예산조정’ 절차를 통해 IRA를 손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절차를 사용하면 상원에서 일반 법안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피하고, 단순 과반(51표)만으로도 예산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 없어진다.

바이든도 2022년 상원에서 공화당의 반대가 심했지만 이와 같은 예산조정 절차를 통해 민주당 단독으로 IRA를 통과시켰다.